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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궁지에 몰린 中’ 일본·네덜란드, 美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가세

2023.01.31 Anirban Ghoshal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및 칩 제조 장비 수출 제한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더 궁지에 몰렸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필수 부품을 공급할 국가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Getty Images Bank

일본과 네덜란드에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조업체 여럿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대대적인 무역 전쟁을 벌이며 여러 차례 수출 통제를 도입했다. 2015년에 물꼬를 텄으며 2021년, 2022년 두 번에 걸쳐 연장했다. 12월에는 연달아 추가 수출통제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은 이미 그래픽처리장치(GPU), 텐서처리장치(TPU) 등의 첨단 AI용 하드웨어와 특정 용도용 집적 회로(ASICS)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첨단 극자외선(EUV) 공정 장비의 수출을 제한했다. 이번에 네덜란드 정부도 반도체 제재에 동참했다. 네덜란드는 세계 유일의 EUV 노광장비 생산 기업이다. 

미국은 네덜란드와 일본이 비교적 구형 기술인 심자외선 장비까지 수출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ASML도 DUV 장비를 만들며, 일본 기업인 캐논, 니콘, 도쿄 일렌트론이 모두 DUV 장비 제조업체다. 따라서 네덜란드와 일본은 미국이 진행하는 중국 수출 규제 전략에서 핵심 국가다.

EUV는 최첨단 반도체 공정 기법으로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최신 기기에 탑재된다. 반면 DUV 공정으로 생산되는 반도체는 보통 자동차나 산업용으로 쓰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개국은 2022년 1월 27일에 일부 DUV 장비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Getty Images Bank

주제별 인텔리전스(thematic intelligence) 및 컨설팅 업체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서 리서치 디렉터로 일하는 조셉 보리는 “이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단지 중국이 고부가가치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넘어 지금 당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했다. 중국이 첨단 소형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EUV 공정을 포함한 특정 반도체 제조 품목의 수출을 금지했다. 

그 후 12월 중순에 행정부는 중국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36개를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중국 기업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에 얼씬도 못 하게끔 단속하려는 조치였다. 
 

3개국의 비공식 논의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의 글로벌 자동차 산업 실무 책임자인 아시프 안와르는 “이전에 시행된 규제로는 인공지능용 반도체를 만들려는 중국의 계획을 무산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3개국의 수출 규제로 미국이 마침내 목표를 달성할 듯하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3국 간 논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결과를 발표할 계획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여러 출처를 인용하며 네덜란드가 특정 칩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DUV 장비의 수출을 막기 위해 ASML 홀딩의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라 밝혔다. 일본도 이처럼 니콘에 대한 규제를 조일 전망이다.

안와르는 반도체 기업의 행방이 미래를 좌우할 열쇠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IT/기업용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 자율주행차 등에 걸친 시장을 넓히고자 이런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능력을 키우지 못하게 막으려면 [국가보다] ASML이나 니콘 같은 기업이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와르는 “ASML의 CEO는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2023년 중국 시장 매출이 꾸준히 유지되리라 본다. 미국이 아무리 수출 규제를 도입해도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ASML은 2022년에 212억 유로(22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 시장은 매출의 14%를 차지했다.
 

미국, 정치권력 행사했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네덜란드와 일본이 거의 반강제로 제재에 동참했을 것이라 말한다. 

글로벌 데이터의 보리는 “ASML이 수출을 규제하기로 한 이유는 선의가 아니다(결국 정치적 압력 때문이다). 미국이 샌디에이고에 있는 ASML의 자회사 시머(Cymer)에 대한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 시머는 핵심 부품인 레이저 생성 플라즈마(LPP) EUV 공정 광원 기술의 지식 재산권을 보유한 유일한 제조업체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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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EUV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ASML 경영진은 수출 규제의 여파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KLA, 램리서치(LAM Research)와 같은 기업에 비해 ASML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최근 밝힌 적이 있다. 

보리는 “네덜란드 정부는 물론 ASML의 처지와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테다. 무역 분쟁, 산업 전략, 국가 안보 및 외교 관계와 관련된 복잡한 논의가 비공식 석상에서 계속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반격? 

안와르는 이렇듯 일본과 네덜란드 같은 다른 국가까지 미국 편에 서는 모습을 보여줄수록 중국은 자체 기술력을 기르는 데 더욱더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중국 기업이 개발하는 반도체 솔루션은 인텔 x86 및 ARM 아키텍처에서 RISC-V 같은 오픈소스 아키텍처로 전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와르에 따르면 중국의 전략 변화는 현재 국제 반도체 공급 시장에 불리하다. 거대한 중국 시장 전체가 잠재적 소비자군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이 자체 기술력을 키우는 데 성공하면 오히려 경쟁 우위를 선점할 위험도 있다. 

그는 “RISC 기반 솔루션이 국내에서 인정받는다면 해외로 진출하는 건 시간문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의 G. 댄 허치슨 부회장에 따르면 중국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그램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 장비 및 핵심 부품의 70% 이상을 국내 생산한다는 10개년 목표를 세웠다. 

허치슨은 “1970년대 일본이 반도체 장비 산업을 구축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프로젝트인듯하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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