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긴 하지만 필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마케팅 용어를 몹시 싫어한다. ‘컴퓨터 사용’이라는 말을 가트너식으로 표현한 말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기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면, 거의 모든 일이 지독하게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를테면 특정 문서를 인쇄하고 서명하여 스캔한 다음 이메일로 보내고 2주 안에 전화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이다.
슬랙(Slack)을 사용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만 직원을 채용하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2시간 동안 출퇴근하도록 했던 기업들이 팬데믹으로 인해 그간 입으로만 외쳤던 '리모트-퍼스트(Remote-first)' 체제로 나아가게 되면서 이런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들은 빠르게 중단됐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체 IT 의사결정자의 49%는 개발팀으로부터 너무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불만 사항을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에 10%가량은 ‘불만 사항이 전혀 없었다’라고 답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 결과는 응답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직접 불만 사항을 이야기해야 하는 회사 시스템 탓에 불만 사항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필자는 ‘개발자 부족’에 관해 오랫동안 의아하게 생각해왔다.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이들을 쓸모없는 곳에서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러한 회사들은 개발자의 시간 대부분을 잘못된 작업과 형편없는 커뮤니케이션에 허비했고, 이에 따른 문제를 더 많은 회의로 해결하려고 했다. 카우치베이스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큰 두 가지 문제가 목표와 커뮤니케이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많은 기업이 (필자가 질색하는 또 다른 용어인) ‘뉴노멀’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하면서 여러 역할을 축소했지만 개발자들은 계속해서 추가됐다. 영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기업들은 개발팀 규모를 20% 가까이 확대했다(영국은 브렉시트뿐만 아니라 ‘테크시트(Techxit)’까지 결정한 것 같다).
비유하자면 2021년은 마치 2020년의 작가진이 그대로 참여해 만든 새 시즌처럼 보인다. 아마도 거기서 거기일 전망이다. 즉 개발자가 증가할 것이고, 트랜스포메이션 속도가 빨라질 것이며, 명확하지 않은 목표 설정 및 원활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Andrew C. Oliver는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칼럼니스트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ciork@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