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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시생산’에서 ‘쟁여놓기’로··· 2023년 공급망 혼란에 대비하는 기업들

2023.01.09 Maria Korolov  |  Network World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언제 몰려들지 모르는 주문량에 대비하고자 적시생산(just-in-time) 전략을 버리고 쟁여놓기(just-in-case buying) 전략을 취하고 있다. 
 
ⓒGetty Images Bank

지난 3년간 반도체 업계는 전례 없는 공급망 위기를 겪었다. 팬데믹 봉쇄 조치로 공장이 문을 닫았고, 운송에 차질이 생겼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수급도 불안해졌다. 

공급망 복원 전문업체 레스틸린크(Resilinc)가 2021년 하반기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공급망 차질 문제가 2021년에 비해 46% 증가했다

2023년에는 몇몇 부분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 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다. 따라서 소비자용 네트워킹 기기나 기업용 네트워킹 기기 모두 공급이 더 원활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가트너 애널리스트 리차드 고든에 따르면 기업은 재택근무, 비즈니스 확장 및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계속할 전망이다. 

여러 반도체 제조업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업계 단체 시큐어 테크놀로지 얼라이언스(Secure Technology Alliance)의 제이슨 볼러 전무이사는 “네트워킹 장비에 사용되는 일부 칩의 경우 공급이 개선됐다. 리드타임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나아지긴 했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경우 리드타임이 9~12개월대에서 2~3개월대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맞춤형 반도체뿐만 아니라 구형 반도체와 저가형 반도체 등 특정 종류의 반도체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젠팩트(Genpact)의 글로벌 공급망 담당 부사장 존 웨이트에 따르면 이런 반도체에는 전원 공급 장치 및 인쇄 회로 기판 등이 있다. 뻔하지만 대다수 전자기기에 꼭 필요한 부품들이다. 

자체 팹리스 회사를 운영하는 시스코 같은 기업조차도 이런 부품이 필요하다. 웨이트는 “회로, 전원 공급, 쿨링 장치는 어떤 전자기기에나 빠질 수 없는 부품이다. 커스텀 아날로그 및 디지털 부품 모두가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네트워킹 장비 제조업체는 부품을 살 수 있을 때마다 최대한 많이 쟁여놓으며 공급망 차질에 대비했다. 하지만 이제 주문한 부품이 재고로 점차 쌓이자 한 가지 실수를 깨달았다. 특정 부품만 너무 많이 주문한 나머지 다른 필수 부품 몇 개가 부족해진 것이다. 

웨이트는 “기업 고객 중 한 네트워크 제공업체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네트워크 장비의 제조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 필수 부품 몇 개가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전자부품 유통업체 에이브넷의 글로벌 판매 활성화 및 공급업체 개발 담당 부사장 페기 캐리어스는 “많은 기업이 아직 핵심 부품 몇 개가 없어 생산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캐리어스에 따르면 부족한 핵심 부품은 그때그때 달라지지만, 전반적으로 마이크로컨트롤러와 군용 등급 부품의 리드타임이 매우 긴 편이다. 그는 “조금이라도 특화된 부품일수록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라고 덧붙였다. 

에이브넷이 작년 11월 발표한 전자·부품 업계 조사에 따르면 2021년에 비해 2022년 부품 부족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답변한 엔지니어의 비율은 59%에 달했다

캐리어스는 리드타임이 내년 감소하리라 예상했지만, 원자재 비용과 인건비 때문에 가격은 계속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력 좋은 하드웨어 엔지니어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라고 말했다. 
 

역내 공급망 확보는 아직 멀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수석 연구 애널리스트 존 애벗은 네트워킹 공급업체만 봤을 때 공급망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들은 수요 관리(demand steering)나 멀티소싱(multi-sourcing) 같은 대책을 세우고 공급망의 가시성과 신뢰성을 높이며 전략을 수정해왔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렇다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지정학적 요인과 자연 재해로 인해 악화된 공급망 병목 현상과 국가간 분쟁이 여전히 남아있다. 세계 무역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애벗은 세계 각국이 국내 제조업에 투자해 역내 제조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따라 앞으로 몇 년 안에 공급이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첨단 팹 공장이 가동되려면 몇 년이 걸린다. 또한 새로운 투자는 반도체 기성품이 아니라 차별화된 첨단 제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부품 부족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증가하는 수요, 밀리는 주문 

시스코 CEO 척 로빈스는 11월 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회사가 “고무적인 개선점을 보이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로빈스는 일부 부품의 공급이 “나름 개선돼었으며” 부족 현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의 설계를 바꾼 것이 공급 안정성과 탄력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회사는 역사상 가장 큰 분기 매출을 올렸으며 2023년 회계 연도의 전체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시스코는 특히 시큐어 애자일 네트워크(Secure, Agile Networks)와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 경험과 관련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이 디지털 전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AI 및 ML 워크로드에 투자하며 네트워킹 투자는 필수가 됐다”라고 말했다. 

시스코 CFO 스콧 허런은 밀린 주문량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많지만 회사가 고군분투한 결과 지난 분기 10% 정도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경쟁업체 주니퍼 네트웍스도 10월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주니퍼 CFO 켄 밀러는 “밀린 주문량이 많지만 공급이 점차 개선되면서 순차적으로 처리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계속 나아질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2023년에도 공급망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 예상했다. 현재 회사가 주문을 받으면 전달하기까지 최소 몇 달은 걸린다. 밀러는 “기업 고객 대다수는 현재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빨리 제품을 받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이디얼 세미컨덕터(Ideal Semiconductor)의 회장 겸 공동설립자이자 벤처캐피탈 머레이 힐(Murray Hill)의 전무이사인 마이크 번스는 기업이 특정 부품에 한해서는 쟁여놓기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레이 힐 그룹은 반도체 및 기타 첨단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탈·사모펀드다. 

그는 “기업과 일반 소비자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컴퓨터는 미리 사놓을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팬데믹 특수가 가라앉아 가격이 가장 낮을 때 구매해도 늦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서버 및 네트워킹 장비의 사정은 다르다. 번스는 “서버와 네트워킹 인프라 관련 장비는 여전히 리드타임이 길다. 따라서 미래 수요를 대비해 미리 구매해놓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장비에 따라 리드타임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무려 1년까지 늘어난 상태다. 

미국의 기술 컨설팅 회사 부즈 앨런(Booz Allen)의 공급망 책임자인 더그 파머는 평소보다 더 큰 규모의 대량 주문을 하는 기업이 늘었다고 전했다. 파머는 기업들이 마치 “평생 쓸만한 양(lifetime buy)”의 부품을 주문하고 있다며 “이런 대량 주문은 높은 선행 자본 비용을 요구하므로 흔치 않다. 하지만 최근 공급망 중단 사태로 기업들이 공급망 위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듯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제공업체처럼 매우 복잡하고 의존성이 높은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은 대체 부품을 구하기 힘들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보안이 중요한 금융 서비스 업계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는 정부와 민간이 역내 반도체 공급망에 투자하며 공급망 위기를 줄이는 데 한몫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쟁여놓기 외에는 별다른 묘수가 없는 실정이다. 제품 로드맵을 전면 수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쟁여놓기는 지금까지 기업이 추구했던 적시생산(just-in-time) 방식과 반대되는 행보다. 적시생산 방식은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주문한 부품이 바로 전달된다는 가정 하에만 유효한 시스템이다. 

요즘 같은 공급망 위기 속에서는 이와 반대인 쟁여놓기(just-in-case) 방식이 더 유리하다. 언제 공급망 차질로 부족하게 될지 모르는 부품을 미리 많이 사놓는 것이다. 

지난 10월 SAP SE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적시생산 방식에서 쟁여놓기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답변한 기업의 비율이 64%에 달했다

S&P의 애벗은 기업이 위협을 분산시키고자 공급망과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다양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주요 공급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해 공급을 개선하고, 제품을 재설계해 불가피한 부품 부족 현상을 해결할 것을 권장했다. 

이와 더불어 기업이 배포 모델 자체를 재고할 필요도 있다고 애벗은 말했다. 

애벗은 “시스템 인프라 부족 현상으로 인해 이미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퍼스케일러 사업자의 구매력과 자체 생산 능력 덕분에 클라우드 가용성은 매우 높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컨설팅 회사 쿠플린 어소시에이츠의 회장이자 IEEE 펠로우인 톰 카울린은 “하이퍼스케일 사업자가 부품 확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며 “클라우드를 활용한다면 많은 수고를 덜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는 어떤 기업은 여전히 자체 네트워크 인프라를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원격 근무, 협업 그리고 팬데믹을 겪으면서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하는 기업이 확실히 증가했다”라고 덧붙였다. 

포레스터 애널리스트 글렌 오도넬은 서비스형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트워킹 업체들이 이 추세를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현실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하드웨어를 구독 모델로 이용하면 자본 비용이 운영 비용으로 간주돼 기업 입장에서 비용 관리가 더 편해진다. 

그는 “항상 더 저렴하지는 않지만 관리가 더 쉽다. 특히 수요가 언제 줄어들지 모르는 상황에 유연하다. 쓴 만큼 비용을 내기 때문에 내일 당장 직원의 20%를 해고하면 비용도 정확히 20% 줄어드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서비스형 하드웨어를 쓰면 기업은 공급망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공급관 관리, 장기 목표는 ‘가시성’ 돼야 

기업이 공급망 관리에서 더 많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공급업체의 가시성이다. 

젠팩트의 공급망 담당 부사장 웨이트는 “업계가 많이 투명해졌다는 점을 모두가 깨닫고 있다. 업체 간 통합도 증가했으며 어떤 제공업체는 고객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웨이트는 특히 인시적 소싱(cognitive sourcing) 방식을 도입한 기업에 투명성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방식을 쓰는 기업은 제공업체를 고를 때 기능적 적합성뿐만 아니라 부품을 어디서 조달하는지까지 고려한다. 

공급망 투명성은 제조업체에게 특히 중요하다. 제조업체는 공급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대체 공급원을 찾아야 할지 적시에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맞춤형 하드웨어 제조업체 MBX 시스템즈의 COO 카를 노트나겔은 “회사의 공급망은 철저히 투명성을 중심으로 구축됐다”라며 “모든 공급업체가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한다. 필요한 정보를 받지 못할 때는 예측하거나 추정하기도 한다.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업체도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투명성은 사실 떨어졌다고 그는 전했다. 하지만 노트나겔은 앞으로 이가 개선되리라 생각하며 “향후 몇 년동안 투명성은 개선될 것이다. 머지않아 업계의 기본 관행으로 자리 잡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노트나겔은 현재 공급업체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현실로 다가오면 구매 업체의 구매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는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공급망 가시성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일부 공급업체는 문제를 덜 심각하게 보이게 하려고 일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제공업체는 필요한 부품은 무엇이든지 공급해줄 수 있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면 장비 제공업체들의 마음이 바뀔 것이라고 노트나겔은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설계 및 제조 공급망을 대표하는 글로벌 산업 협회 SMEI가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은 올해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33개나 구축해 운영을 시작했다. 이는 사상 같은 높은 수치다. 

이에 더해 2021년과 2023년 사이 업계는 84개의 반도체 제조 시설에 5,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주 지역에 18개, 유럽과 중동 지역에 17개의 신규 시설이 설립될 예정이다. 

에버스트림 애널리틱스의 인텔리전스 솔루션 글로벌 책임자 미르코 웨이트직은 신규 투자 대부분이 최첨단 맞춤형 칩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이런 최첨단 칩이야말로 현재 수요가 가장 낮은 부품이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 컨트롤러, 아날로그 칩, 이산 소자 전력 및 논리 센서 등의 구형 칩의 품귀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웨이트직은 “기업은 이런 구형 칩을 위한 생산 시설을 증설하기 꺼려한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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