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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액정 교체하면 페이스 ID 못쓴다" 더 사악해진 애플의 수리 정책

2021.10.01 Evan Schuman  |  Computerworld
수리할 권리(right-to-repair)는 기업 IT팀에 매우 민감한 이슈다. 대규모 IT 운영팀을 두거나 서드파티 수리 업체와 지원 계약을 맺든 상관없이, 기업이 어떤 제품을 수리하기 위해 독점적으로 특정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제약이다. 이는 애플에 대한 것이다. 애플의 제품 수리 정책 역사를 보면 '혐오스럽다'는 표현이 절대 과하지 않다.
 
ⓒ Getty Images Bank

애플이 자사의 제품 수리 관련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사악하게 노력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맥루머스의 새 보도 역시 이러한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맥루머스 사이트를 보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폰 리페어 구루(Phone Repair Guru)의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다.

아이폰 13에 적용한 애플의 새로운 수법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놀라울 만큼 정교하다는 것이다. 새 아이폰 13 모델의 액정 부품에 오리지널임을 식별하는 암호를 새겨넣었다. 따라서 액정을 교체하면, 심지어 애플로부터 정식으로 구매한 인증 부품을 사용한다고 해도 페이스 ID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맥루머스의 보도를 일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아이폰 13을 구매한 사람이 애플의 '인디펜던트 리페어 프로그램(Independent Repair Program)'의 인증 혹은 가맹을 받지 않은 서드파티 수리점이나 부품 업체에서 액정을 교체하면 아이폰의 페이스 ID를 더는 사용할 수 없다. 액정 부품 자체는 페이스 ID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어떤 하드웨어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데도 이런 상태가 된다"

맥루머스의 실제 테스트 결과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전문가가 아이폰 13 2대를 놓고 액정 부품 2개를 서로 교체해 봤는데, 새 액정을 설치한 후 두 아이폰 13 모두에서 페이스 ID가 작동하지 않았다. 기존 액정을 다시 원래 아이폰 13에 설치하자 페이스 ID가 제대로 작동했다.

필자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은 애플 인증 방식의 핵심 요소인 페이스 ID가 작동을 멈춰 버린 것이다. 애플이 인증했거나 애플로부터 직접 구매한 정품 액정으로 교체했으므로 사실상 같은 부품인데, 도대체 아이폰은 액정 부품이 바뀐 것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었을까.

추정해보면 액정 부품 자체에 본래 휴대폰에서만 작동하도록 하는 정보가 내장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플 인증 업체에서는 이런 문제 없이 액정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뭔가 더 비밀스러운 수법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증된 수리기사가 액정 부품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휴대폰에 일정한 숫자를 입력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애플은 이러한 방식을 폐기하거나 설치 과정에서 입력해야 하는 숫자를 공개해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 몰린다면 애플이 결국 별도의 숫자를 입력하는 절차를 결국 없앨 것으로 본다. 애플이 지금처럼 사용자를 괴롭힐 방법을 찾는 대신 아이폰의 기능과 사용성, 보안을 개선하는 데 더 집중한다면 실제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일부에서는 이런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대비 사상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갱신하고 있고 (이것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이제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으로는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없다. 따라서 수리 사업의 매출을 유지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수익을 늘리는 데 더 합리적이라는 해석이다.

이쯤 되면 필자는 구글의 '악마가 되지 말자'는 구호가 떠오른다. 물론 지금의 애플엔 '악마가 되자'는 문장이 훨씬 더 어울린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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