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04
"잊고 싶어라" IT업계 CEO 10인의 망언록
Tom Kaneshige | CIO
실리콘 밸리의 엘리트 테크놀로지 CEO들의 삶은 말 그대로 찬란하다. 물론 그러한 삶을 위해 들이는 수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들의 특별함은 록스타나 스포츠스타, 유명 정치인에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다. 그들도 실수를 저지르곤 하는데, 그들의 실수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조롱이 아니니 너무 불쾌해 하진 마시길. 그저 그들이 이룩해낸 성취 못지 않게 그들의 우스꽝스런 실수 역시 우리의 흥미를 자극한다는 이야기다. 여기 IT업계의 스타 임원들이 범한, 10가지 바보 같은 실수들을 살펴보자. ciokr@idg.co.kr
래리 엘리슨: “나 빼고 기조연설을 시작하세요”
지난 9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Oracle OpenWorld) 행사장에는 수 천 명의 오라클 고객 및 파트너들이 모였다. 행사의 주요 일정 가운데는 CEO 래리 엘리슨의 기조연설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엘리슨은 예정된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 시각 그는 오라클 팀 USA(Oracle Team USA)의 스릴 넘치는 아메리카스 컵(America’s Cup) 요트 대회 컴백을 지켜보고 있었다. 많은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행사장을 나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엘리슨이 오라클 팀 USA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그의 취미가 아닌가? 취미를 직업보다 우선시하는 프로페셔널에게 일자리를 줄 곳은 없을 것임을 그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Oracle Photos + D. Ramey Logan/Wikipedia Creative Commons
1
멕 휘트먼: “모두에겐 가정부를 둘 권리가 있습니다”
이베이를 떠나 지금의 HP에 새로이 부임하기까지의 공백 기간 동안, 멕 휘트먼은 차기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리에 도전한 바 있다. 승산도 충분히 있었다. 이런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불법 가정부 문제였다. 휘트먼은 불법 이주자를 고용하는 기업들에게 강력한 패널티를 줘야 함을 역설하며 관련 캠페인에 1억 1,900만 달러의 재산을 쏟아 붓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의 집에도 한 명의 불법 이주자 가정부가 근무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 무려 9년 동안이나! 이 문제를 설명하느라 그녀는 꽤나 곤혹을 치러야 했다. 그 가정부는? 물론 해고됐다.
이미지 출처: Max Morse/Wikipedia Creative Commons
2
스티브 잡스: “작은 담합으로 피해본 사람은 없잖아”
수 년 전, 당시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경쟁사들과 상호 간에 인력을 빼가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맺었다. 이러한 합의를 강요하기 위해 잡스는 팜(Palm)을 특허 소송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기업들 간의 인력 유출 금지 협약으로 가장 피해를 입은 것은 시장 원리로 자신들의 능력을 평가 받지 못한 실리콘 밸리의 고급 인력들이었다. 경쟁과 정당한 보수를 동력으로 성장해온 IT엘리트 그룹의 의욕을 꺾어놓은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관련 협약에 동의한 업체들로는 애플을 비롯해 구글, 어도비, 인텔, 인튜잇(Intuit), 픽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연방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이미지 출처: Pommiebastards/Flickr + Thinkstock
3
에릭 슈미츠: 뭐? 내 이메일도 추적된다고?
‘인력 빼가기 없기’ 협정을 구상한 인물은 잡스만이 아니었다. 구글의 CEO 에릭 슈미츠는 인력 유출 금지 합의를 위배한 인적 자원 담당자를 해고하는 문제와 관련해 타 구글 임원들과 이메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우둔함을 드러냈다. 한 임원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정책 위반에 관해서는 관용이 없을 것임을 모두에게 보여주는 사례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슈미츠는 이렇게 답장을 보낸다. 그의 우둔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미드(Omid, 구글의 수석 부사장)가 이 일을 구두로 처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문서 추적으로 추후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음, 염려하신대로 ‘문서' 추적은 막으셨군요.
이미지 출처: Guillaume Paumier/Wikipedia Creative Commons
4
스캇 톰슨: 난 정말 따려고 했는데...
이력서에 컴퓨터 과학 학위 한 줄을 채워 넣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노력의 방향성은 다를 수 있다. 지난 해 불명예스럽게 야후(Yahoo)의 CEO 직에서 물러난 스캇 톰슨(Scott Thompson)처럼, 남들을 속이는 쪽으로 노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맨 처음 학력 위조 의혹이 대두되었을 때, 톰슨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이번에는 이력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며 헤더헌팅 회사에 책임을 떠넘기며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이에 대해 야후의 한 이사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탐슨이 한 노력은 다른 이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뿐이었다”라고 꼬집었다. 탐슨은 퇴임하면서도 제대로 된 사과는 하지 않았다. 현재 그는 샵러너(ShopRunner)의 CEO로 새로이 부임한 상태다. 물론 제일 화가 나는 이들은 단연 실제로 컴퓨터 과학 학위를 보유한 야후의 엔지니어들일 것이다.
이미지 출처: Yodel Anecdotal/Yahoo! Inc. + Thinkstock
5
마리사 메이어: “직장 내 어린이집 없이 워킹맘이 어떻게 일해?”
(스캇 톰슨의 뒤를 이어 부임한) 야후의 새 CEO 마리사 메이어가 처음 내린 결정은 원격 근무를 금지하는 것이었다. 이것만으론 별 문제될 것이 없었다. 문제는 이 정책이 육아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워킹맘들에게까지 인정 없이 적용되었다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메이어 본인 역시 CEO 직을 수락했을 당시 임신 6개월 차였고, 이러한 배경으로 워킹맘 직원들 사이에는 어떠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직원들은 간과했던 것이다. CEO는 일반 직원들의 사소한 고충까지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메이어는 자신의 사무실에 육아실이 마련돼 있었고, 사무실을 떠나지 않고도 아기를 돌볼 수 있다는 점을.
이지미 출처: Adam Tinworth/Flickr + Thinkstock
6
마크 허드: “아가씨들이 난 내버려두지 않아서...”
마크 허드는, 전직 플레이보이 모델이자 HP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조디 피셔와의 성추문으로 곤혹을 치렀고 결국 HP의 CEO 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허드의 오만함은 피셔의 변호사 글로리아 올레드가 그에게 보낸(그리고 이후 뉴욕 타임즈를 통해 공개된) 편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편지에 따르면 허드는 ‘셰릴 크로(Sheryl Crow) 등 여러 여성들이 자신에게 푹 빠져있었음'을 자랑하는 등 이런저런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야기들을 읊어대는 인물이었다. 자기가 슈퍼맨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이미지 출처: Hartman Studios/Wikipedia Creative Commons + Thinkstock
7
마이크 라자리디스: “시리는 잊어라. 키보드가 최고야!”
리서치 인 모션(RIM)의 공동 CEO 마이크 라자리디스는 실리콘 밸리 출신도,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가 있는 인물도 아니다. 하지만 그가 IT업계에 미친 영향력은 상당하다. 바로 수 십억 달러 가치의 기업을 내리막길로 이끈 인물이기 때문이다. 2008년 최고의 모바일 트렌드를 묻는 질문에, 라자리디스스는 “풀 쿼티(qwerty) 키보드다. 미안하지만 사실이다”라고 답한 바 있다. RIM이라는 하나의 전설이 왜 이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지를 한 마디로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이미지 출처: Dmitriy Smirnov/Wikipedia Creative Commons
8
마크 주커버그: “30대는 ‘새로운 20대'다”
실리콘 밸리에서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천재적인 X세대 컴퓨터 엔지니어와 밀레니얼 세대의 마케팅 귀재, 그리고 베이비 붐 세대 이론가가 모두 모이는 장이 바로 이곳이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이러한 엘리트들의 집합소에서도 특히 정점에 서있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2007년 벤처 캐피탈 컨퍼런스에서 그가 참석자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누구도 존경하기 어려운 태도였다. 당시 22세였던 주커버그는 솔직한 얼굴로 “젊은 세대가 더 똑똑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서른 살을 넘긴 체스 마스터가 몇이나 되던가? 내가 알기론 없다. 젊은 세대는 삶을 더 심플하게 꾸려나갈 방법을 안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뭐 맞는 말이라고 치자. 이제 주커버그의 나이는 스물 아홉. 슬슬 은퇴를 준비해야 할까?
이미지 출처: Jason McElweenie/Wikipedia Creative Commons + Caveman Chuck/Flickr
9
3대 자동차 기업의 CEO들: 어떤 자리라도 전용기는 포기 못해!
자동차들이 점점 더 IT와 결합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해도, 이들 회사의 경영 책임자들을 ‘테크놀로지' CEO의 범주에 넣기엔 애매함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CEO의 바보 같은 실수를 논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빼놓기엔 섭섭하기에, 우리의 목록 마지막에 그들을 넣어봤다. 2008년 제너럴 모터스(GM)의 CEO 릭 웨고너와 크라이슬러(Chrysler)의 CEO 밥 나델리, 그리고 포드(Ford)의 CEO 앨런 멀러리는 고개를 숙인 채 워싱턴 D.C.에 모였다. 기업의 난관 극복을 위한 250억 달러의 긴급 융자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그들은 비즈니스 능률 향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들에겐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자신들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러 온 자리에, 모두 고급 전용기를 타고 나타난 것이었다.
이미지 출처: Thinkstock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