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디지털 기기의 시대’ 미래 제품 혁신을 위한 CIO의 역할

자동차부터 게임 콘솔, 냉장고까지 모든 물건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항상 연결된다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e Things)’에 대한 거창한 이야기는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사람들은 집안 기기가 자동으로 전력 분배기에 접속해서 전기 사용 현황을 분석하고 적절히 조정하는 미래를 상상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퇴근하기 전에 주차된 차가 와이파이를 통해 교통 정보와 날씨 예보를 사무실 컴퓨터로 전송해 주리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CIO들이 사물 인터넷을 통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에 있어서 중심으로 갈 수 있는지, 끊임없이 팽창하는 지능형 제품들을 유익하게 사용하도록 회사를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가 별로 없다.

웹, 클라우드 컴퓨팅, 분석, 초소형 지능형 센서의 조합을 통해 CIO는 네트워크에 접속되고 상호 연결된, 완전히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휴즈 텔레매틱스의 CIO인 댄 스페이처는 사물 인터넷 전략을 도입하는 기업에서는 “CIO의 직무 성격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글로벌 IT 기업 맥킨지 앤 컴퍼니의 공동 경영자 로저 로버츠는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능형 제품들이 회사 내부에서 정보가 흐르는 예측 가능한 경로를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 변화는 때때로 상당히 급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계산대 직원이 금전 등록기에 판매를 입력하는 그 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는 끊임없이 흐른다. 공장 기계, 건물들, 그리고 공공 인프라의 각 부분들이 컴퓨터의 활동을 모니터링하면서 교신하게 된다. 이러한 신선한 정보를 제대로 수집해서 분석한다면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판매되고 사용되는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 로버츠는 CIO가 침체된 미국 경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이 얼마나 자주, 또는 얼마나 집중적으로 사용되는지 알게 된다면 CIO는 제품을 팔고 끝내는 방식 대신 사용 요금을 청구하는 방식과 같은 부가적인 판매 옵션을 만들 수 있다.

사람과 기계 장치들의 연결망이 확장됨에 따라 제품 디자이너에게 조언하고 가장 적합한 기술(예를 들어 고객 데이터를 추출하거나 제품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로 엔지니어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IT 부서이다. 또한 지능형 제품에 의해 생성된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해하기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도 IT다.

CIO는 지금 뛰어들지 않으면 이와 같은 더 전략적인 비즈니스 역할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업체인 마쯔다의 디자이너들은 자동차 인테리어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왔다. 지금 주목을 받는 추세는 맞춤 제작으로, 자동차 소유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자동차의 일부 기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품 디자이너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에 대한 자문을 마쯔다 북미 CIO인 짐 디마지오에게 구하고 있다.

하나를 예로 들면, 대시보드에 손잡이와 다이얼 대신 블루투스를 사용해 운전자의 스마트폰과 정보를 공유하는 LCD가 장착되는 것이다. 만일 소유자의 아내가 차에 탈 경우 이 LCD는 아이폰을 통해 이 사람이 소유자의 아내임을 인식하고 미리 설정된 아내의 취향에 따라 속도계, 시계와 같은 대시보드를 좋아하는 색으로 꾸민다. 블랙베리를 소지한 남편이 운전석에 앉으면 대시보드는 시계를 지우고 그 자리에 엔진 회전계를 표시한다.

디마지오는 이러한 아이디어가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IT가 R&D와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한다는 것이다. 디마지오는 “디자이너들이 내 말 그대로 따른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IT 그룹이 매일 이런 일을 다루며, 따라서 관련 지식을 풍부하게 보유했다는 점을 이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로버츠의 생각은 더 구체적이다. 그는 “앞으로 CIO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전면에 나서서 CIO가 단순히 거래 시스템을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 내의 모든 정보에 대한 최고 정보 책임자임을 확실히 주지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수익 창출을 위해 타 부서로 눈 돌려야

시스코에 따르면 현재 약 350억 개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 지구 인구 한 명당 약 5개의 기기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에는 컴퓨터와 휴대폰은 물론 제조용 장비, 자동차, 텔레비전, 게임 콘솔, 의료 장비, 그리고 일반 및 산업용 제품에 장착된 센서도 포함된다. 시스코는 3년 내에 이러한 기기의 수가 약 1조 개에 달하게 된다고 예측한다.

현재 자동차에 장착된 센서는 자동차의 동작에 대한 데이터를 정밀하게 기록할 수 있다. 비즈니스 분석가는 이러한 새로운 일련의 필드 데이터를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해서 이를 과거의 공급망 및 재무 정보와 결합해 어떤 부품 공급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유리한지, 또는 어떤 유형의 고객이 가장 수익성이 높은지 파악할 수 있다.

자동차 보험사라면 어떤 운전자가 안전하게 운전하는지 또는 위험하게 운전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적절히 보험료를 정할 수 있다. 10대 청소년과 이들의 보험료를 지불하는 부모들은 떨릴 법한 이야기다. 맥킨지의 로버츠는 “기업 입장에서 이는 아직까지 실현된 적이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영역을 열어주는 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CIO는 관련 연구 개발에 대한 노력과 함께 회사가 어떻게 사물 인터넷을 사용하고 여기서 수익을 얻을 것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로버츠는 강조한다. 또한 제품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부서 소속의 동료들과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로버츠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IT 부서와 제품 그룹은 서버 성능을 두고 끝없이 요청하고 응대하는 일 외에는 별다른 관계를 형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통 파트너 관계라고 하면 IT와 마케팅, IT와 회계, IT와 영업, 그리고 IT와 공급망 부서 간의 관계를 지칭한다.

일부 CIO는 이러한 새로운 협업 관계를 형성할 준비가 안 된 상태다. 본지가 594명의 IT 수장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0년 CIO 설문 결과 응답자의 34%는 변화나 전략 수립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직무 책임/운영에 주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중 16%만이 새로운 시장 접근 전략과 기술을 개발하는 데 가장 큰 초점을 둔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신호는 최근 설문에서 상업적 기회를 파악하는 것이 CIO의 핵심적인 리더십 기술이라고 답한 CIO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2009년 6%에서 올해 22%로 증가).

물론 CIO는 본질상 앞으로도 데이터 관리, 개인 정보 보호 및 통합과 같은 기술적인 사안을 책임질 것이다. 여기서 IT와 R&D 사이에 유기적이고 정치적인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과거에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데이터의 유입이 회사의 운영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까?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아마도 ‘회사에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적당한 기술을 적당한 규모로 투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일 것이다. 스페이처는 “500달러짜리 기기의 프로그래밍에 5만 달러를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