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사업 확장의 기회를 노리는 아마존닷컴(Amazon.com)에 맞서 한 대형 홈 서비스 업체가 반격에 나서고 있다. 터미닉스(Terminix), 아메리칸 홈 쉴드(American Home Shield), 메리 메이즈(Merry Maids) 등의 브랜드를 가진 서비스마스터 글로벌 홀딩스(ServiceMaster Global Holdings)의 이야기다.
서비스마스터는 90년 역사의 포천(Fortune) 1000대 기업이다. 품질 향상을 위해 서비스를 디지털화하는 이른바 '우버화(Uber)'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CIO 제이미 스미스는 "우리의 과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이를 하루에 7만5000번씩 일관성 있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모바일과 디지털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그 성공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점에서부터 비용 청구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어떻게 고객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가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 환경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CIO 4498명을 조사한 2017년 하비 내쉬(Harvey Nash)/KPMG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사적 디지털 전략을 가진 기업은 42%로 3년 전보다 52% 늘어났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홈 서비스를 현대화하기는 쉽지 않다. 스미스는 기술자와 집주인을 더 잘 연결하는 모바일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더 빨리 제공하는 민첩한 개발/운영체계에서 해법을 찾았다.
홈 서비스의 디지털화는 필수
이런 일은 누구나 한 번씩 겪었을 것이다. 홈 서비스를 예약하면 해당 업체는 작업할 업자를 보내준다. 그러나 집을 비우는 시간이나 마당에 있는 개를 조심하라는 등의 주의 사항을 작업자에게 전해주고 싶어도 연락할 방법이 없다. 또한, 작업자도 사정이 생겨 늦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고객에게 알리려면 중간에 있는 업체를 통할 수밖에 없다. 홈 서비스 업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처럼 정체된 시스템은 태생부터 디지털인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면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마스터는 이를 선도적으로 실행하기로 했다. 스미스는 “디지털 변신을 시도하고 그로 인해 브랜드 전반에 발생하는 기존 시스템의 붕괴를 감수하는 것이 오히려 큰 기회임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서비스마스터에 합류한 이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하는 일이 해야 할 일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해충 구제를 담당하는 터미닉스 기술자 9000명은 물론, 아메리칸 홈쉴드를 대신해 에어컨, 수영장, 기타 가정용품을 수리하는 4만 4000명의 기술자와 계약을 맺는 1만 1000곳의 업체를 위한 서비스 계획도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방대한 작업은 디스패치(Dispatch)와 제휴한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서비스마스터 브랜드 소속 용역 기술자는 물론 도급업자가 작업과 일정을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집주인이 서비스마스터의 콜센터에 전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일정을 예약하면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 요청을 확인한 콜센터 직원이 디스패치 모바일 앱을 통해 외부 용역 업체나 서비스마스터 소속 기술자에게 작업을 의뢰한다. 해당 기술자는 디스패치 모바일 앱이나 PC를 통해 작업을 확인하고 집주인과 일정을 잡을 수 있다. 작업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웹 링크를 집주인과 공유한다.
한편, 고객은 본인의 집에 기술자가 방문하는 경로를 추적할 수 있고 상황이 바뀌면 기술자에게 문자를 보내 알려줄 수도 있다. 작업이 완료되면 결제 후 간단한 온라인 설문지 작성을 통해 작업 만족도에 대한 피드백을 서비스마스터 측에 즉시 전송할 수 있다. 이를 접수한 서비스마스터는 필요할 경우 해당 기술자에게 신속한 후속 조치를 한다.
디스패치는 이런 피드백은 물론 사용이 간편한 API를 제공해 기술자와 집주인에게 모두 완벽한 경험을 전달했다. 마치 우버의 신속한 서비스와 비슷하다. 스미스는 “속도가 중요하다. 디스패치 덕분에 '우버화'라고 표현되는 디지털 변신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서비스마스터는 그랜드뱅크 캐피털(GrandBanks Capital)과 함께 디스패치에 1,2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했다.
디스패치는 서비스마스터의 디지털 변신 이야기 중 일부일 뿐이다. 서비스마스터는 이미 2년 전부터 스미스의 상사인 CEO 로버트 질레트 주도로 광범위한 변화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서비스마스터가 만든 2만 제곱피트 규모의 혁신센터 '그라운드 플로어(Ground Floor)'에서는 상용 서비스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고 변화를 가속하기 위해 여러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 업무 절차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파괴적인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있다.
민첩성: 새로운 IT 운영 모델
서비스마스터는 이를 위해 IT 운영 모델도 바꿔야 했다. 다른 전통적인 기업이 그렇듯 서비스마스터도 수십 년에 걸친 이른바 빅뱅(Big Bang) 방식의 시스템 교체로 몸살을 앓아왔다. 2년짜리 ERP 프로젝트를 비롯해 여러 IT 프로젝트가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했다. 스미스는 “변화를 통해 업무의 속도와 양을 늘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 대안으로 도입한 새로운 방식은 개발자와 운영자 간의 협업 속에 민첩하게 수행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기반한 응용 프로그램 제공이었다. 이른바 '스케일드 애자일(scaled agile)'이다. IT, 마케팅, 업무 부문 관리자로 구성된 약 30개 민첩한 팀에서 하루당 10건 정도의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고 있다.
스케일드 애자일 방식에서는 작업 우선 순위 결정 모델인 WSJF(Weighted Shortest Job First)에 따라 가중치 있고 짧은 작업부터 먼저 처리한다. 개발자-운영자 간의 의사소통과 협업이 중요하다. 스미스는 “이런 방식으로 해야 업무를 마칠 수 있다. IT-업무 고객 관계는 더 이상 없다. 그러한 경계선을 허물어 버린 이후 놀라울 정도의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생산성 향상의 또다른 과제는 어떻게 하면 '가장 중요하고 최고의 위젯을 만들고 이를 서비스마스터의 사업 계획과 전략에 녹여 회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현재 스미스가 가장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아마존닷컴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체가 있는 한 서비스마스터의 디지털 변신에 '완성'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마존닷컴은 컴퓨터 수리업체 긱 스쿼드(Geek Squad)와 비슷한 가정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마존 홈 서비스(Amazon Home Service) 부문을 늘리고 있다. 스미스는 “그들은 우리를 바짝 뒤쫓고 있고 엄청난 양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의 살길은 선점하는 것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