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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VR / 신기술|미래

정철환 칼럼 | 이번에도 또 틀렸다...

2024.09.02 정철환  |  CIO KR
지난달 8월 26일자로 국내 언론에 ‘“애플 비전프로 보니 안되겠네”…메타, MR 헤드셋 개발 중단’ 이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애플이 2023년 6월에 WWDC23에서 야심 차게 발표한 MR(mixed reality) 헤드셋의 판매 실적이 지지부진 한 상황을 보고 메타에서도 현재 판매하고 있는 500달러 가격대의 메타 퀘스트3보다 더 고급 기능을 제공하는 MR 헤드셋의 시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개발을 중단했다는 내용이다.

작년 등장 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비전프로였다. 필자 역시 당시 '메타버스가 아니다. 공간컴퓨팅이다!'라는 칼럼을 통해 애플이 수년 전 온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다가 스러져버린 ‘메타버스’의 부활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까지 시장에 최초의 신기술을 담은 제품을 내보이지는 않았지만 일단 관련 제품을 출시하면 해당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가져왔던 애플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애플 비전프로가 기대와는 달리 시장에서의 반응이 점차 쇠퇴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람의 두 눈을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 기술의 역사는 매우 오래 되었다. 최초는 사진 기술이 등장하던 1838년에 개발된 거울을 이용해 두 장의 사진이 양 눈에 비추어 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스테레오 스코프이다. 이후 이 기술은 1939년에 ‘뷰-마스터(View-Master)’라는 제품으로 개발됐다. 19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분이라면 기억이 날 것이다.

본격적인 가상현실 기술이 개발된 시기는 1980년대이다. 1980년대 중반에 나사에서 개발한 가상 인터페이스 환경 워크스테이션 시스템은 햅틱 장갑과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가상현실 기술이었다. 그리고 이후 가상현실 기술은 특수한 분야에서는 실용화가 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2011년에는 구글에서 IT 역사에 길이 남을 구글 글래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구글 글래스는 구글의 흑역사가 된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역사로만 보면 PC의 역사보다도 더 오래된 기술 영역이고 이론적 기술 수준의 완성이 1980년대에 이루어진 영역임에도 왜 아직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은 세상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MR헤드셋 시장이 개화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고가의 디바이스 가격을 꼽지만 최근 스마트폰의 가격이 최고 200만원대가 넘는 것으로 생각하면 가격 문제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이유로는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부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시장에 단말기가 많이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콘텐츠가 부족한 것은 초기 시장이기에 피할 수 없는 요건이기도 하다. 헤드셋만 빠르게 보급된다면 부족한 콘텐츠는 급속하게 증가할 것이다.

다른 이유로 아직까지 사용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기술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할 수 있으나 초기 스마트폰 기술 수준을 생각하면 지금의 MR 헤드셋의 기술적인 수준은 사용에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 외에 사용 편의성 문제나 배터리 시간 등도 MR헤드셋의 시장 확산에 걸림돌이라고 지적된다.

상기한 이유들이 나름데로 수긍할 만한 사항들이라고 생각되지만 작년에 발표한 애플의 비전프로는 그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꽤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가진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메타의 퀘스트 역시 기술적 사양은 비전프로에 비해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에 놀라울만한 몰입도를 제공하는 제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MR헤드셋의 확산이 애플이나 메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지만 몇 가지 사항이 떠오른다.

우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금까지 개발된 MR헤드셋은 공통적으로 밖에 다닐 때 착용하고 다닐 수 없는 수준의 기술적 사양을 지녔다. 즉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상황에서 제품을 사용할 수 없으며 집 안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아무리 멋지고 근사한 제품이 있어도 그걸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 남에게 보여줄 수도 없으니 거금을 투자해서 구입하고자 하는 마음이 덜 생길 수 있다.

아이폰이 등장하고 이후 안드로이드폰까지 가세하여 매년 신제품을 발표하던 2010년대에 스마트폰 최신 제품의 가격은 모델이 출시될 때 마다 인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최신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최신 스마트폰을 처음 구매하면 주변 사람들이 서로 구경하려고 모여드는 모습은 드문 풍경이 아니었다.

다른 이유로는 한마디로 쿨하지 않다는 점이다. 의학적 관점에서 시력이 나쁜 사람에게 가장 부작용도 없고 안전한 보정 수단인 안경의 경우를 보면 다양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콘택트 렌즈나 의료적 시술을 통해 안경을 쓰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추세는 특히 여성들 사이에 더 많은 편이다. 이를 감안하면 MR 헤드셋은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에게 더 흉하고 보기 싫은 디바이스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뭔가 세상에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이것이 세상에 널리 퍼지려면 여성들의 선호도가 매우 중요하다. 대체로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더 활발한 바이럴 마케팅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착용에 불편한 수준의 크기와 무게를 가지며 착용 후 사용하는 모습이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보인다는 점 역시 일반인들이 선뜻 MR헤드셋을 구매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며 이 역시 특히 여성들이 더 민감하게 느끼는 문제점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MR헤드셋이 보기 흉한 디바이스가 아니라 쿨하고 멋진 디바이스이며 이를 착용하고 사용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지 않고 시대를 앞서가는 트렌드 선구자라고 인식되게 만드는 계기가 필요하다. 또한 기술적 측면에서는 집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일상 생활에서 착용하고도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1980년대에 나사에서 가상현실 시스템을 개발한 후 오래전부터 의료, 공학, 군사, 우주 분야에서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술이 널리 실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기술적 요소 및 응용 분야에 대한 효율성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장벽을 뛰어 넘어야 할 것이다.

남자이기도 하고 최신 IT 디바이스에 관심이 많기도 한 필자로서는 작년에 발표된 애플 비전프로는 이제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본격적인 MR헤드셋이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애플이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태블릿, 워치 등의 제품 시장에서 보여준 저력을 볼 때 비전프로가 본격적인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장은 아직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 같다.

만약 영국의 SF옴니버스 드라마 <블랙미러> 시즌2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등장하는 MR콘택트 렌즈인 ‘제드아이’와 같은 기술이 개발된다면 그때는 드라마 에서처럼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게 될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 정철환 상무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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