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기업이 전례 없는 전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워크로드가 막대한 수준의 전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제 원자력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너지 공급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거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폭증하는 AI 수요와 전력 문제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AWS는 올해 초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수스케한나에 위치한 탈렌에너지(Talen Energy)의 960메가와트(MW)급 원자력 기반 데이터센터 단지인 큐뮬러스(Cumulus) 데이터센터를 6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또한 추가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도 원자력 규제 기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최대 원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의 경우 대변인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및 철강 제조업체 누코(Nucor)가 청정 에너지에 대한 자료 요청서(RFI)을 보냈고, 콘스텔레이션은 기존 원전이 첨단 원자력 기술에 적합하다는 내용을 강조해 응답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콘스텔레이션 CEO 조 도미니케즈는 지난 5월 컨퍼런스 콜에서 “데이터 산업과 콘스텔레이션의 원자력 에너지는 땅콩버터와 젤리처럼 잘 어울린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콘스텔레이션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와 버지니아주 보이드턴 데이터센터를 위해 기존 태양열과 풍력 외에 원자력에서 최대 35%의 전력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캐나다의 온타리오발전회사(Ontario Power Generation)와도 원자력 탄소 배출권 계약을 맺은 바 있다.
AWS의 경우 큐뮬러스 데이터센터 인수와 더불어 수스케한나 지역에서 10년간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하는 전력 구매 계약(PPA)을 맺었다.
이처럼 논의 중인 계약 대부분은 클라우드 대기업이 에너지를 공급받거나 탄소 배출량이 더 적은 소형 모듈 원전(SMR)을 사용하기 위해 기존 원전 기업과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요구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SMR을 개발 중인 기업으로는 누코, 오클로(Oklo), 롤스로이스 SMR,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몰텍스에너지, 테레스트리얼에너지, 제너럴일렉트릭(GE), 히타치 원자력 에너지, X-에너지 등이 있다.
그중 오픈AI 설립자 샘 알트먼이 회장을 맡고 있는 오클로는 ‘오로라’라는 이름의 극소형 SMR을 개발 중이며, 2027년까지 미 공군과 데이터센터에 이를 판매할 계획이다.
또한 오랫동안 원자력을 지지해 온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지난 6월 와이오밍주에 4세대 SMR 착공에 나섰다. 이는 소금을 냉각에 사용하는 ‘나트륨’ 원전으로, 그가 지난 2006년에 공동 설립한 원자력 발전 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에서 건설을 맡는다.
원자력 기반 AI의 사례 만들기
한 에너지 분석가는 SMR이 2030년까지는 상용화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많은 분석가들과 마찬가지로 전기, 풍력, 태양열을 대체할 지속 가능하고 탄소 배출이 없는 대안이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노스브리지 에너지 파트너스의 대표인 피터 켈리-데트윌러는 “오늘날 데이터센터 기업은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전력망 추가를 계획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결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은 점점 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 SMR과 핵융합 원자로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런 전 세계적 군비 경쟁은 매우 빠르게 일어났으며, 이전에 본 적 없는 현상이다”라고 분석했다.
IDC의 데이터센터 동향 연구 책임자인 션 그레이엄의 경우 “전력 부족은 실질적인 우려 사항이다. 클라우드 대기업이 생성형 AI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지만, 이는 에너지 집약적이고 범용 컴퓨팅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딜로이트의 미국 상주 CIO이자 뱅가드의 전 글로벌 CIO인 존 마르칸테는 클라우드 대기업이 AI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를 고려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데이터센터 자체에서, 특히 GPU와 애자일 아키텍처에 걸쳐 소비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생성형 AI는 데이터 집약적인 컴퓨팅 성능이 대규모로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콘스텔레이션과 같은 기업이 미래의 수요에 대비해 추가 재생 에너지원과 SMR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미래는 하드웨어 및 칩 효율성의 혁신과 액체 냉각 같은 데이터센터 내 기술의 발전, 그리고 대규모 중앙 집중식 센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엣지 컴퓨팅의 발전에 달려 있다”라고 주장했다.
거대 데이터센터의 활용
하지만 원자력 데이터센터는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IDC의 그룹 부사장 겸 전 세계 인프라 연구 총괄 매니저인 아시시 나드카르니에 따르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애플과 같은 주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만이 원자력 자산에 접근하거나 SMR 시장을 구축할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자금력이 필요하다. 이는 그만큼 업계 영향력을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나드카르니는 “SMR이 다른 탄소 기반 발전소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고 ‘친환경적’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원자력 발전은 유망할 수 있다. 하지만 핵 폐기물과 사용 후 연료의 관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원자력을 현재 배치 가능한 최선의 친환경 전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엔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클라우드 대기업은 아이오와, 와이오밍을 비롯해 기존 전력망과 풍력 및 태양열 등의 보조 에너지원이 저렴한 미국 중서부 시골 지역에서 거대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북부 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 앨리(Alley)와 다르게 러스트벨트(Rust Belt)에는 고급 AI 및 컴퓨팅 집약적인 워크로드를 위해 설계된 새로운 종류의 거대 데이터센터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메타(Meta) 역시 와이오밍주 샤이엔에 8억 달러를 투자해 다음 세대 AI 시대를 대비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메타의 건설사인 포티스(Fortis)는 “샤이엔 데이터센터는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대 데이터센터는 기존과 다른 에너지원의 사용 외에도 새로운 AI 및 컴퓨팅 서비스 시대를 위해 민첩성을 극대화하고 전례 없는 기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DC의 나드카르니는 예를 들어 현재 개발 중인 첨단 데이터센터가 컴퓨팅의 모든 측면을 분리할 수 있는 “구성 가능하고 분리된 애자일 인프라”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애자일 인프라에서는 “프로세서, 메모리, 연결성을 분리할 수 있으며, ‘컴포저블’ 개념은 컴퓨팅 및 스토리지 단위를 소프트웨어 정의 방식으로 즉석에서 구성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인프라 변화가 전력 소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이 AI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의 주요 설계 고려 사항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딜로이트의 마르칸테는 “아이러니한 점은 AI를 통해 스마트 그리드와 기술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AI에 의한 일부 수요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분산형 AI 아키텍처와 관련된 추가적인 혁신도 곧 이뤄질 것이다. AI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미래에는 창의적인 솔루션이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뉴욕 리제네론(Regeneron Pharmaceuticals)의 글로벌 CIO인 밥 맥코완은 이런 거대 데이터센터가 중장기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리 준비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또한 원자력 기반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는 여러 세대에 걸쳐 안전하게 사용돼 왔기 때문에, 올바른 운영 모델을 사용하면 안전성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맥코완은 많은 조직이 생성형 AI를 실험하고 있지만 AI 연산 능력에 대한 수요가 과도하게 높은 상태라고 언급하면서, 경험을 통해 에너지와 컴퓨팅에 대한 수요가 균형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대 광고는 종종 오용되기도 하지만 수요를 창출한다. 이를 통해 사용 패턴과 가치가 점차 결정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클라우드 컴퓨팅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조직이 ‘적정 규모’를 갖추게 될 것이며, 수요는 더욱 예측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수요는 증가하고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특허청의 CIO 제이미 홀콤은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전력 구축 및 관리 과제를 기업 CIO가 아닌 기술 대기업이 맡는다는 점을 환영했다. 그는 “클라우드 대기업이 충분하고 이중화되며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하는 전문가가 된다면 기업의 CIO는 전력 서비스 제공이 아닌 핵심 임무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UST의 CIO이자 최고 전략 책임자인 크리슈나 프라사드의 경우,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와 저탄소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SMR을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기업은 지속 가능성 목표를 달성하면서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분산형 소규모 원자력 발전소의 장기적인 실행 가능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솔루션이다”라고 내다봤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