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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 ‘EU 규제 속에서의 DX’··· 아일랜드 정부 CIO가 말하는 투명성 갖춘 디지털화 전략

2024.06.03 Ian Campbell  |  CIO
아일랜드 공공지출개혁부에서 8년간 CIO로 재직한 배리 라우리는 이전부터 디지털 정부의 모습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투명성과 혁신에 기반한 접근 방식이 EU 규제, 미국 클라우드 벤더와의 관계, 정치권의 빠른 성과 압박 속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테스트되는지 그가 설명했다.
 
ⓒ Getty Images Bank

2016년 CIO 역할을 맡았을 때 라우리는 이미 채찍보다 당근을 더 중시하는 리더십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영국 공공 부문에서 일한 그는 디지털화 프로그램이 어떻게 실패하는지 목격했다. 고도로 중앙 집권화된 접근 방식으로 성과를 달성한 경우, 주도권을 쥔 공무원이 자리를 옮기면 명령과 통제 관리가 금방 무너지는 식이었다. 

라우리는 “모든 대형 부서가 특정 방향으로 몰아붙였고, 담당자가 떠나자 무너졌다. 결국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라고 회고하면서 그때의 교훈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정부의 첫 번째 디지털 전략을 맡게 됐을 때도 부서 간 협력과 팀워크에 공유된 비전을 장려하기 위해 공동체 기반의 접근 방식을 택했다. 이해관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각 이니셔티브를 설명해야 했는데, 부서와 기관이 각각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공공 부문에서 ‘디지털 정부’라는 개념은 데이터 공유와 협업적 사고를 통해서만 작동한다는 사실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단계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디게 진행됐다. 특히 공공 서비스 카드와 공공 부문 데이터센터 계획이 정치권의 저항에 부딪혔다. 계획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 프라이버시 보호권, 넷제로로 가는 길을 막아서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반대에 굴하지 않고 천천히 설득해 나갔으며, 계획을 더 잘 이해한 어느 장관이 지지자가 돼 주기도 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운동가들은 여전히 공공 서비스 카드에 반대했다. 이들은 아일랜드가 선택한 유럽 모델이 단발적인 접근 방식에 불과하다면서, 주소를 변경하는 시민이 어느 정부 기관에 알려야 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우리는 “우리는 시민의 데이터를 백그라운드에 통합하려 했는데, 그것이 바로 좋은 공공 서비스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이를 두고 아일랜드의 데이터 보호 위원장과 많은 시간을 논쟁했다. 그는 정부 측 주장보다 프라이버시 운동가의 주장에 훨씬 더 무게를 싣고 있었지만,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공유를 위한 입법화
라우리는 CIO로서의 주요 성과로 2019년 데이터 공유 거버넌스법 제정을 꼽았다. 아일랜드 정부는 각기 다른 데이터 구조와 업무 방식을 가진 여러 법인으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했다.

이 법은 공공 기관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EU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준수하도록 고안됐다. 라우리는 “이 법은 정부의 불투명한 데이터 사용에 대한 잡음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됐다. 모든 데이터 공유 계약은 공개 협의를 거친 공시된다. 완전히 투명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성과는 2020년 팬데믹 기간에 이뤄졌다. 아일랜드는 팬데믹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 추적 서비스와 디지털 백신 접종 증명서를 결합한 정부 앱을 출시했다. 그는 “블룸버그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전 세계의 대응을 검토한 결과, 아일랜드가 기술 활용 측면에서 최고의 대응을 했다고 평가했다”라고 설명했다.

라우리가 감독한 해당 앱의 개발은 공공 부문이 민간 부문만큼이나 효과적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의 팀은 이미 공공 서비스 포털 ‘MyGovID’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는데, 이는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뒤에 숨겨진 백엔드 복잡성을 기반으로 데이터 공유 전략의 가치를 증명하는 포털이었다. 아일랜드 성인의 80%가 MyGovID를 통해 다른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었다.

시민 참여의 다음 단계는 ‘디지털 지갑’이 될 전망이다. 연말 출시 예정인 디지털 지갑은 디지털 운전면허증과 18세 이상 연령증을 포함한 여러 자격 증명을 휴대폰에 저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령증에는 이름이나 주소 대신 QR 코드가 표시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영국과 같은 이유로 국가 신분증 발급을 막아왔던 아일랜드 내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한다.

삼원(three-circle) 전략 실행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화는 라우리의 '삼원 전략' 계획에서 하나의 원을 차지한다. 나머지 두 원은 각각 규제 준수를 보장하고 빠른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많은 CIO가 공감하듯 단기적 성공을 바탕으로 동의를 얻은 장기 전략에 해당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다음 선거 전까지 변화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정부 부문에서는 이 2가지가 더 강조된다.

라우리는 “의원들을 계속 참여시키려면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7년 후에 프로젝트가 준비될 것이라고 말하는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애자일 방식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가능한 한 빨리 ‘실행’에 돌입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빠른 성과도 중요하지만 더 큰 계획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온라인 국가 보육 제도는 벤더가 제안한 자체 로그인 시스템으로 개발됐지만, 라우리의 팀은 이 시스템에 MyGovID 로그인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거부했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차관보에게 사람들이 더 쉽게 참여할 방법이 있다고 설득해야 했지만, 이해시킨 뒤에는 시스템을 더 빨리 구축할 수 있었다.

한편 각 정부 부서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할 때는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부여되지만, 대규모 프로젝트는 항상 라우리 사무실의 승인을 받도록 돼있다. 이는 전략에 대한 모든 사람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가다 세금을 낭비하는 IT 재난을 방지하는 안전망이기도 하다.

라우리는 “전문가 팀을 투입해 프로젝트가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담당자가 우려 사항을 정리해 보낸다. 나는 후원자와 관련 부서 또는 기관을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시니어 참여 부족으로 실패하기 때문에 시니어 참여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면 프로젝트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정부 선도
CIO 직책의 또 다른 복잡성은 아일랜드 정부가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기업과 맺고 있는 관계에서 발생한다. 2019년에 라우리는 정부에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을 권장하는 자문 문서를 발행했다. 클라우드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 요소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모델이 합리적일 때 도입 장벽을 낮추고자 했다. 계획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그는 각 부처가 사전 승인된 클라우드 벤더 간 입찰을 진행할 수 있는 '공공 클라우드 조달 프레임워크' 개발에 착수했지만, 참여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규제 문제가 발견됐다.

이 계획은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가 이용 약관을 수락하지 않아 마지막에 무산됐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부분 미국 클라우드법, 즉 미국 법원이 데이터를 찾는 기업에 관할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 법이 다른 법률보다 우선해야 한다. 반면 EU 규정에 따르면 어떤 법률도 GDPR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 기술 기업의 법인세 수입이 아일랜드 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어 교착 상태는 더 복잡해졌다. 아일랜드에 막대한 투자를 한 미국 기업들과의 관계 단절 가능성도 정치인들을 긴장하게 하지만, 아일랜드 국민의 기밀 정보가 다른 관할권으로 유출될 위험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라우리는 “바위와 돌 사이에 끼어있다. 작업 속도가 다소 느려지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 및 AWS와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현재 디지털 정부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아일랜드의 EU 디지털 경제 및 사회 지수(DESI) 순위는 2019년 10위에서 2022년 6위로 상승했으며, 라우리는 2030년까지 해당 서비스의 90%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또 다른 성과이자 아일랜드가 지금껏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리스크에 취약한 공공 부문의 모든 비즈니스 과제인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앱의 성공 이후 라우리는 동료들 사이에서 추진력, 새롭게 찾은 자신감, 더 많은 것을 성취하려는 열망을 발견했다고 언급했다.

라우리는 2가지 유형의 공무원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변화에 직면한 모든 조직의 구성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는 “변화의 속도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변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도 있다. 전자를 설득할 수 있을 만큼 후자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모두 같은 팀에서 공통의 비전을 갖고 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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