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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환 칼럼 | 강산이 네 번 바뀌었네...

2024.05.31 정철환  |  CIO KR
이번 칼럼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아침에 출근하다가 문득 1984년에 전산학과에 신입생으로 입학을 했으니 올해가 IT 분야를 선택한 지 40년이 되는 해라는 것을 깨닫고 감회가 새로웠다. IT 분야는 항상 새로운 것이 주인공이고 오래된 것이 좋은 취급을 받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필자가 IT 분야에서 겪었던 이야기로 한 번쯤 들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984년은 터미네이터와 애플 매킨토시가 탄생한 해다. 그해 10월에 미국에서 개봉한 터미네이터는 인공지능의 어두운 면을 대표하는 주인공이다. 그리고 1월에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 본사에서 최초로 매킨토시를 세상에 발표했다. 매킨토시는 이후 GUI 기반 운영체제 PC의 원조가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상황을 되돌아보면 1980년대 초부터 불법으로 복제된 애플 II 클론 PC가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팔리고 있었다. 한편 1984년은 1981년에 등장한 IBM PC의 복제품이 삼보컴퓨터에 의해 제작되어 보급되지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이렇듯 당시 상황은 국내 IT 시장이 막 태동하려고 꿈틀대던 시기였다.

그때 입학한 전산학과에서는 프로그래밍 실습으로 포트란 IV를 1학기에 배웠다. 이 언어는1966년에 개발되었으니 나와 나이가 같다. 당시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 80칼럼 용지에 직접 필기를 해서 전달하면 당시 학교에 있던 VAX-11/780 시스템에 펀치카드 천공기를 통해 카드를 천공하여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결과를 받아보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결과를 받아보려면 몇일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물며 받아본 결과지가 컴파일 에러 메시지였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그런 환경에서 시작했던 프로그래밍은 VT-100 단말기 상에서의 라인 에디터 환경을 거쳐 풀스크린 에디터, 그리고 대학원에서 매킨토시 GUI와 썬 마이크로씨스템즈 워크 스테이션에 X-윈도우 환경으로 발전했으니 6년간 참 빠르게 업그레이드되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IBM PC는 여전히 텍스트 기반의 마이크로소프트 DOS 운영체제가 중심이었으니 당시 이미 멀티유저에 GUI기반 운영체제를 가졌던 애플이나 썬, 아폴로 등을 생각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여준 그간의 발전은 눈부시다. 

대학원 시절에 석사 논문으로 연구했던 주제가 대규모 병렬 컴퓨터(Massive Parallel Computer) 상에서의 신경망 시뮬레이션(Neural Network Simulation)을 통한 최적화 문제의 해결이었다. 오늘날 GPU상에서 신경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딥러닝의 할아버지쯤 되는 연구 주제였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는 8비트 CPU와 고가의 하드웨어 가격 등으로 인해 도무지 실용적인 분야를 찾기 어려웠던 분야였다.

1990년에 시작한 직장생활은 삼보컴퓨터다. 첫 부서는 미국의 알파마이크로 시스템즈라는 중형급 서버제품을 판매하는 사업부였다. 알파시스템의 운영체제는 DEC의 VAX VMS에서 유래한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당시에는 참 많은 서버 회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각 서버 회사들마다 고유의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회사로 탠덤과 밉스 테크놀로지, 실리콘 그래픽스, 아폴로, 왕, 유니시스 등이 있다. 그 많은 서버 회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후 삼보컴퓨터에서 추진하였던 선 워크스테이션 클론 사업을 하는 시스템 사업부로 옮겨 X-윈도우 기반의 동적 데이터 시각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게 되었다. 이후 소프트웨어 분야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된다.

이후 삼성에스디에스로 자리를 옮겨 다양한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게 되는데 처음 관련했던 분야가 하이퍼링크 기반의 지식 관리 및 학습체계에 대한 연구 분야였다. 이를 기반으로 CD-ROM 기반의 학습 체계(CBT)에 대해 관여했었다. 하이퍼링크 개념은 몇 년 후 월드 와이드 웹의 등장으로 세상을 바꾸게 될 개념이다. 참여했던 여러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것으로 정보검색시스템을 개발하는 팀에 합류하여 1년 정도 한글 정보검색 시스템 개발한 프로젝트다.

검색시스템을 개발하던 무렵 최초의 웹 브라우저인 모자이크를 회사 사무실에서 접했고 넷스케이프 등을 사용했으며 다음이라는 신생 기업이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홈페이지 구축을 수행한 것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함께 했던 검색시스템 개발 팀은 이후 사내 벤처로 독립하여 국내1위의 검색 포탈 기업이 된다. 세상을 바꿀 인터넷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젠 고참들만 기억하는 1990년 후반의 닷컴 붐 시절 나 역시 주변의 벤처 열풍에 동화되어 정들었던 회사를 퇴사하고 벤처 업계에 발을 디뎠지만 성과는 좋지 못했다. 아마도 꺼져가던 닷컴 버블 시기에 뒤늦게 뛰어든 탓도 있고 사업 분야 탓도 있었을 것이다.

이후 다시 IT 분야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2002년 무렵 선택한 사업이 당시 오픈소스 리눅스의 대표적인 배포판이었던 레드햇의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구독 라이선스 총판 사업이었다. 당시만 해도 IBM, HP, SUN 등 쟁쟁한 서버기업들이 자체 유닉스 기반 운영체제를 가지고 기업들을 점령하고 있던 시절에 무료라고 인식되던 리눅스 유료 서비스 상품을 팔겠다는 사업을 했으니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후 레드햇의 유료사업 모델은 지속적으로 성장했으며 2019년에 IBM이 레드햇을 340억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그리고 2005년에 당시 국내 주요 철강기업 중 하나였던 동부제강에 IT기획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식적으로 IT업계를 떠나 제조기업에 몸담게 되면서 IT업계 분들이 늘 희망하는 소위 ‘갑’의 자리에 앉게 된다. 하지만 늘 나는 IT업계에 소속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지냈고 나의 본업은 IT라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 그렇게 지낸 세월이 순식간에 흘러 15년이 지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IT 경력은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2020년, 동부제철이 KG그룹에 인수되면서 IT 인생에 또 한 번의 변화가 온다. KG그룹에서 그룹 내 IT 기업의 설립을 추진하게 되고 여기에 함께 하게 되면서 2021년부터 지금까지 KG ICT의 소속 멤버로 IT 경력의 마지막이 될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

돌아보면 신입사원 시절 선배들부터 지나온 과정에서 함께 했던 팀원들, 그리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동료들 모두 대한민국 IT 산업의 소중한 구성원 들이자 오늘의 IT 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역들이다. 그리고 이미 은퇴하거나 일선을 떠난 분들도 한때 우리나라의 IT 역사에 큰 역할을 했던 분들이다. 하지만 40년이 되었다고 ‘라떼는 말야~~’ 라면서 추억만 읊고 싶진 않다. 앞으로 펼쳐질 IT 분야의 미래에도 여전히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10년 뒤, 50년을 되돌아보는 글을 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인 본 칼럼을 읽어 주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 정철환 상무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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