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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환 칼럼 | CES 2024 참관 후기 – IT의 진격, SDV

2024.02.01 정철환  |  CIO KR
지난 1월의 IT 미디어는 온통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4 이야기들로 넘쳐났다. 작년에도 개최되었지만 코로나로 인한 수년간의 중단 후 처음 열린 오프라인 전시회였던 만큼 본격적인 규모가 아니었다면, 올해 열린 CES는 코로나 이전의 규모로 회복한 전시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기대만큼은 아닐 수 있지만 4,0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14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참관한 IT 업계 최대의 전시회로 손색이 없었다. 그 CES를 필자도 참관했다.

이미 수많은 유튜브 채널과 미디어에서 올해 CES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상황에서 특별히 더 할 이야기가 없을 수도 있지만 한가지 주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다. 바로 자동차 산업에서 IT와 소프트웨어의 진격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 왔고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의 약진이 수년전부터 본격화된 상황에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CES를 참관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현실이었다.

SDV,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software defined vehicle)는 미래 자동차 산업은 물론 연관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개념이자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태동할 파괴력을 가진 기술 패러다임이다. 1886년에 칼 벤츠(Karl Benz)가 가솔린 내연기관 3륜 자동차 발명 특허를 획득한 후 지금까지 발전해 온 자동차 산업이 기계공학과 전기/전자/제어 기술의 산물이었다면 앞으로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네트워크 중심의 IT 기술이 중심이 되는 전혀 다른 산업군에 속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 참가 업체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블랙베리였다. 블랙베리... IT 산업의 역사에서 교과서에 실릴만한 극적인 성공과 몰락의 그 기업 맞다. 블랙베리가 QNX라는 유닉스 기반의 리얼타임 운영체제를 개발한 캐나다 기반의 업체를 2010년에 인수한 이후 조용히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QNX는 1982년에 설립된 업체로 이미 2000년대부터 수많은 자동차 기업에게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던 회사다. 이번 전시회에는 QNX의 하이퍼바이저를 기반으로 모바일 CPU에 가상화를 구현해서 QNX 실시간 운영체제는 물론 리눅스와 안드로이드를 가상화 환경에서 동시에 운영하며 자동차의 다양한 센서 및 디바이스를 통합한 시스템 체계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을 위한 운전자 보조기능(ADAS)는 물론 자동차 내의 각종 공조 및 제어 기능, 오디오, 인터넷 및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미디어 기능까지 단일 통합 체계 내에서 운영하는 것을 인상적으로 시연했다.

또한 이러한 통합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클라우드 기반의 개발환경에서 실제 자동차의 주변 기기와 완전히 동일한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는 환경에서 개발하고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바로 자동차로 전송하면 완벽하게 동작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기존 자동차 구조 상에 존재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전기적, 전자적 제어 회로와 다양한 전선 및 신호선 그리고 수많은 스위치와 디스플레이 등이 IP 통신 기반의 자동차 내부 네트워크 (CAN, Car Area Network) 단일 체계로 통합되면서 소프트웨어 및 CPU와 결합되어 모든 제어 및 센싱, 데이터 통신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 CES에 참가한 SDV 관련 기업 중 위와 같은 개념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및 개발환경을 제공하는 기업이 블랙베리가 유일한 기업은 아니다. 다양한 업체에서 통합 플랫폼 또는 각 분야별 전문 솔루션을 출시한 업체들이 많았다. 이제 자동차라는 영역이 IT 분야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CES의 여러 전시관 중 가장 크고 대표적인 전시관인 LVCC (라스베가스 컨벤션 센터)의 메인 홀을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차지했다는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CES는 1924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100년째를 맞이한 세계적인 전시회다. 초기 라디오에서 시작하여 1960년대와 70년대의 텔레비전, 19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비디오, 오디오 중심의 가전 제품 중심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2014년까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기를 통해 디지털 TV,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중심으로 변화하며 다가올 미래 산업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CES에 자동차 기업 및 관련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및 솔루션 기업들이 중심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미 현대차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IT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자동차 기업의 핵심 역량은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원가 구조는 또 어떻게 변할까? 자동차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무엇이 될까?

이미 전기차의 확산으로 내연기관 관련 기술 및 관련 기업 생태계의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SDV는 아마도 기존 자동차 기업은 물론 수많은 협력사들에게 커다란 도전의 물결이 될 것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공룡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중요한 참여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IT 기업들에게 인터넷과 모바일을 뒤 이은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다. 과연 나는 이러한 예상되는 미래의 변화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오늘도 밤잠을 설치게 될 것 같다.

* 정철환 상무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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