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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 비즈니스|경제

칼럼 | HP Inc. 깜짝 실적을 견인한 '마케팅 역량'

2016.08.30 Rob Enderle  |  CIO
최근, HP(HP Inc.)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4분기 전망이 그리 밝지 않기는 하지만 시장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HP가 주력해온 PC와 프린터 시장이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3분기 재무 실적 측면에서 돋보이는 3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경험이 많고, 충직하고, 안정적인 경영진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경쟁사보다 2개 시장에 훨씬 더 크게 집중하고 있다. 셋째, 깊은 마케팅 스킬과 마케팅에 적절히 투자할 의지를 갖고 있다.

이중 마지막은 IT 산업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이다. 많은 IT기업들이 마케팅 관련 학력과 경력이 거의 없는 사람들로 마케팅 부서를 충원하고,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HP는 아니다. 필자는 2명의 중요한 인물의 배경이 HP를 다른 회사와 차별화시킨다는 점을 발견했다. 즉 HP는 마케팅을 중시하는 '별난' IT 기업이다. HP의 재무 실적에서 마케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 본다.

HP에 불리했던 환경들
HP(지금은 HPE)에서 분사한 HP는 불리한 환경에 직면해 있다. 실제 그렇다. 휘트먼은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사업 부문을 떼어내고, 자신이 원한 사업 부문만 남긴 회사의 CEO가 됐다.

그 결과 HP는 모든 빚을 떠 안았다. 게다가 2개 주력 시장이 모두 하락세다. 한 마디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다시 떠 맡았을 때 상황이 더 나빴다. HP를 선택한 직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필자는 몇 년 전, 두 사람이 휘트먼의 경영과 HP의 장기적인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첫 번째 인물은 캐티 레스작(Cathie Lesjak) CFO이다. CEO 자리가 공석일 때 HP 경영을 총괄했으며, 휘트먼이 오토노미(Autonomy) 인수 등 어리석은 일을 추진했을 때 강력한 우군이 되어주었던 인물이다.

두 번째 인물은 트레이시 키오프(Tracy Keogh)이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HP 경영진 중 한 명으로, 하버드에서 수학한 HR전문가다. HR부서가 규제 준수를 도와주는 부서가 아닌 전략적인 부서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 두 명의 경영진은 HPE가 아닌 HP를 선택했다. 필자와 달리, HP에 보기보다 훨씬 큰 기회가 펼쳐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케팅을 담당하는 다른 두 사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HP의 마케팅
첫 번째 인물은 안토니오 루시오(Antonio J. Lucio) CMO이다. 기술 업계의 CMO로는 드물게, 프록터 앤 갬블에서부터 출발해 오랜 기간 마케팅과 브랜딩 분야의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필자는 IBM의 이미지를 바꾼 루이스 거스트너(Louis Gerstner) 이후에 이 정도로 마케팅에 조예가 깊은 인물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더 비범한 인물이 HP에 또 있다. 펩시(Pepsi Co)의 CMO를 지낸 마케팅 전문가인 론 커플린(Ron Coughlin) PC 사업 부문 대표다. 흥미롭게도 스티브 잡스가 직접 채용한 CEO도 펩시 출신이었다.

대다수가 알고 있듯, CMO가 마케팅을 총괄하지만, 실제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는 사람들은 실무급 관리자(Line manager)들이다. 그런데 요즘은 마케팅을 제대로 모르는 실무급 관리자가 아주 많다(심지어는 CMO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아주 유능한 CMO도 예산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들에게는 또 마케팅을 깊이 이해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그런데 HP에는 최소한 지난 분기 동안에는 마케팅을 이해하고, 예산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마케팅을 중시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엔지니어링에 초점을 맞춘 일반적인 회사들은 제품은 완성해 마케팅 부서에 그저 넘긴다. 그리고 해당 제품을 성공적으로 판매하기 기대하지만, '낭비'만 초래되는 상황이 적지 않다.

HP의 경우 커플린의 배경이 '핫'한 제품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했다. 애플 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스펙터(Spectre) 제품군과 오멘(Omen) 시리즈 등 수 많은 PC제품을 예로 들 수 있다.

마케팅으로 성공을 일궈낸 HP
HP의 실적은 마케팅에 조예가 깊은 CMO와 임원, 실무급 관리자가 어떤 일을 해 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훌륭한 제품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 어쨌든,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실패할 것으로 보였던 회사가 인상적인 성과를 일궈냈다.

향후 기대되는 제품은 고유의 입지를 확보한 3D프린터다. 롤스로이스(Rolls Royce)처럼 이미 생산 공정에 이를 활용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HP는 직접 3D프린터를 개발했으며, 이는 회사에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내년에는 좀더 명확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마케팅으로 성공을 일궈낸 회사를 보게 되어서 좋을 뿐이다.

한 가지 더 말할 것이 있다: 필자는 IBM에서 일할 때, 회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잠재적 실수들을 나열한 보고서를 작성했었다. 당시 언급된 실수 중 하나는 바로 메인 프레임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메인 프레임은 죽었다고 단언하곤 했지만 메인프레임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수익성 높은 제품으로 남아있다. HP도 PC를 지켜내고 있다. 그리고 HP는 이미 남다른 성과를 거둬내고 있다.

*Rob Enderle은 엔덜 그룹(Enderle Group)의 대표이자 수석 애널리스트다. 그는 포레스터리서치와 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a Information Group)의 선임 연구원이었으며 그전에는 IBM에서 내부 감사, 경쟁력 분석, 마케팅, 재무, 보안 등의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신기술, 보안, 리눅스 등에 대해 전문 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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