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canvas
2016.01.04 정철환  |  CIO KR
최근 드라마 중에서 단연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응답하라 1988'이다. 케이블TV에서 만든 드라마가 공중파 드라마의 시청률을 누른 획기적인 사례로 꼽힌다. 더구나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시리즈에 이어 연이은 히트작이다. 이 드라마로 인해 음악계에서는 지나간 유행가들이 다시 인기를 끄는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1988년이면 필자가 대학원에 입학한 해이다. '응답하라 1988'의 인기에 맞추어 필자가 한번 1988년의 IT 환경을 필자의 기억을 토대로 구성해 봤다.

학교 실험실에서 주 장비로 이용하는 PC는 IBM PC 호환기종 중 AT모델이다. 80286 CPU를 장착한 최신형으로 8비트가 아닌 16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장착한 기종이다. 더구나 PC에는 하드디스크라는 신통한 것이 장착되어 있다. 컴퓨터를 켜면 스스로 알아서 OS를 읽어서 자동으로 부팅되는 참 편리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1장 용량인 1.2MB(메가바이트)의 20배에 가까운 20MB라는 광대한 용량을 자랑한다. 20MB라니…

웬만한 프로그램과 컴파일러는 다 하드디스크 안에 설치해 놓고 플로피 디스크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옆에는 132칼럼의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가 연결되어 있어 프로그램 작성 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 더구나 학교에서 실험실용으로 추가적으로 SCSI 외장 하드디스크를 100만원이나 주고 구입했는데 용량이 자그마치 100MB나 된다. 크기가 크고 무겁고 소리가 요란하긴 하지만 100MB의 디스크라면 필요한 거의 모든 자료를 하드디스크에 담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런데 학교 실험실의 최고 인기 PC는 애플에서 출시한 매킨토시 SE 기종이다. 한대 밖에 없어서 사용하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 흠이다. 이것은 신기하게도 본체와 모니터가 하나의 덩어리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아니라 훨씬 작은 3.5인치 디스크를 사용한다. 물론 이것도 20MB의 하드디스크를 내장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마우스라는 것을 이용하여 화면에 커서를 움직이며 컴퓨터를 사용한다. 파일을 지울 때 그저 마우스로 끌어다가 화면 바탕에 있는 휴지통에 넣으면 된다. 참 아이디어가 좋다. 논문 쓸 때 LaTex(문서 작성용 에디터)를 이용해서 IBM AT에서는 작성이 불가능한 수식 및 기호를 넣을 수 있어 대단히 인기가 좋다. 더구나 매킨토시 옆에는 레이저라이터(LaserWriter)라는 프린터가 연결되어 있다. 레이저 프린터라는데 출력을 하면 마치 인쇄한 책처럼 출력이 된다.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가격이 수백 만원이라니.. 학교가 아니면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오~ 집에 한대 가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진짜 멋진 컴퓨터는 기계공학과에 있는 아폴로 워크스테이션과 다른 실험실에 있는 선 워크스테이션이다. 20인치 가까이 되는 커다란 화면에 마우스로 조작할 수 있으며 속도도 무척 빠르다. 이 워크스테이션은 CPU를 모토로라 것을 쓰는데 32비트이다. 메인 프레임이나 다름없다. 더우나 일부 워크스테이션은 자연스러운 컬러 화면을 가지고 있다. 오~ 컴퓨터에 컬러 화면이라니… 물론 PC에도 컬러 화면이 있지만 자연스러운 색상을 내지 못한다. 16가지 색상밖에 내지 못하니까. 그런데 여기서 논문을 쓸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매킨토시가 논문 쓰기에 딱 좋지만 LaTex 사용법이 쉽지 않고 한글도 안 되는 데다가 또 한대 밖에 없어 여유롭게 쓸 수 없기에 대부분 논문은 IBM AT 컴퓨터에서 삼보컴퓨터에서 나온 보석글을 이용한다. 빠르고 편리한 워드 프로세서다. 더구나 조합형 한글 코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완성형에 비해 다양한 한글의 입력이 가능하다. 그래서 한글 본문은 보석글로 작성하고 수식이 들어갈 부분은 공백으로 남겨 뒀다가 매킨토시에서 수식만 별도로 LaTex를 이용해 출력해서 이것을 오려 붙여서 논문을 완성하면 된다. 그런데 논문 수정이라도 발생하면 좀 고생좀 해야 한다. 물론 그림 같은 것은 워드프로세서에서 처리할 수 없으니 본문에 충분히 공백을 만들어 넣은 뒤 인쇄한 후 그림은 별도로 복사해서 오려 붙여야 한다. 그래도 컴퓨터가 있어 참 편리하다.

하지만 컴퓨터가 있어 즐거운 것 중에 단연 으뜸은 IBM PC에서 즐기는 테트리스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게임을 하는데 레벨이 9가 넘어가면 참 어렵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거의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 같다. 다른 친구들과 점심내기를 자주 하는데 영 실력이 부족해서 이긴 적이 별로 없다. 워낙 다들 테트리스에 시간을 쓰다 보니 이런 이야기도 나돈다. 원래 테트리스는 러시아에서 개발한 게임인데 개발 목적이 서방의 엔지니어들이 효율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하는 소문이다.


대략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1988년의 학교 실험실의 컴퓨터 환경이다. 그렇게 시작되어 랩톱 컴퓨터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을 때의 놀라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의 출시, 클라이언트/서버 컴퓨팅의 발전, 웹 환경의 등장과 넷스케이프 웹 브라우저, 네이버의 태동, PDA의 실패와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 등 오늘날의 IT 환경이 되기까지 수 많은 변화를 함께 목격한 영광스런 세대이다. 그리고 여전히 앞으로의 IT 발전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가진 고참이기도 하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CIO Korea 뉴스레터 및 IT 트랜드 보고서 무료 구독하기
추천 테크라이브러리

회사명:한국IDG 제호: CIO Korea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등록번호 : 서울 아01641 등록발행일자 : 2011년 05월 27일

발행인 : 박형미 편집인 : 천신응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