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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비즈니스|경제

인터뷰 | “은행의 진짜 걱정? 존재감 상실” 전 체이스페이 책임자가 말하는 은행의 딜레마

2023.02.07 Lucas Mearian  |  Computerworld
지난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Wells Fargo&Co), JP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 등 미국 월가 대형은행 7곳이 온라인 쇼핑 결제를 위한 디지털 지갑 솔루션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라 전했다. 애플페이, 구글페이에 대적할 대항마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며 실패의 쓴맛을 맛본 전 체이스 페이(Chase Pay) 책임자 댄 폴스월스키는 은행들이 여전히 실패의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기존 은행이 존재감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 설명했다. 
 
ⓒGetty Images Bank

미국의 대형 은행은 애플 페이, 구글 페이, 페이팔 같은 디지털 지갑 솔루션과 경쟁하려 여러 차례 시도했다. 모두 수포가 됐다. 하지만 아직 포기는 일러 보인다. 지난 23일 월가 대형 은행들은 디지털 지갑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꾸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한 업계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에 따르면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이 컨소시엄에는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4개 금융서비스 기업이 참여한다.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이 통합 디지털 지갑 솔루션은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결제 시스템은 미국의 간편송금 서비스 업체 젤러의 모회사인 얼리 워닝 서비스 LLC(Early Warning Services, EWS LLC)가 관리한다. EWS에 따르면 출시 때부터 약 1억 5천만 개의 비자 및 마스터카트 신용, 체크카드를 지원한다. EWS 대변인은 솔루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디지털 지갑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JP모건체이스는 2020년 체이스 페이(Chase Pay)를 출시한 지 1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가맹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댄 폴스월스키는 체이스 은행에서 체이스페이 1.0의 개발을 이끌었던 프로덕트 매니저다. 그전에는 POS 제공업체 리폰(Verifone)에서 글로벌 소비자 경험 책임자, 마스터카드에서 신제품 개발 사업 리더를 맡았다. 그는 현재 디지털 지갑 스타트업 커브(Curve)에서 제품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은행 컨소시엄이 여전히 핵심을 놓치고 있으며, 사용자 경험에서 체감할만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또다시 실패를 면하기 힘들 거라고 평가했다. 

Q. 기존 은행이 간편결제 시장에 굳이 뛰어들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예컨대 애플 페이는 기존 은행이 제공하는 신용 및 체크카드를 쓰게 해준다. 은행 입장에서 그게 애플이든, 구글이든, 무슨 상관인가? 
은행이 원하는 건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다. 즉 존재감이다. 은행이라는 존재가 뒷전으로 물러나는 건 곧 사양길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재무제표를 보면 임원 평가 기준 중 하나가 아멕스 모바일 앱의 사용량이다. 그 이유가 뭐겠는가? 은행은 고객 관계를 점유하고 싶어한다. 고객과 직접 상호작용하길 원한다. 
 
ⓒGetty Images Bank

은행의 서비스가 애플페이나 구글페이 같은 앞단의 서비스를 통해서만 쓰는 것이 될수록 단순한 일상재로 전락한다. 전자기기 안에 있는 배터리처럼 존재감이 쪼그라들어 다른 상품을 판매하거나 유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은행이 정말 두려워하는 건 은행 서비스가 결제 시스템의 실세가 아닌 단지 통로만 터주는 배관공 역할로 강등되는 미래다. 

컨소시엄의 새로운 디지털 지갑이 애플, 구글, 페이팔 같은 시장 강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리라 보는가? 
마스터카드는 마스터패스(Masterpass), 비자는 비자 다이렉트(Visa Direct), 체이스는 체이스 페이 등이 경쟁작을 모두 시도해봤다. 어떻게 됐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리라 본다. 

내가 JP모건에 있을 때 이런 말을 종종 하곤 했다: “혁신 기술의 차이는 어찌어찌 돈으로 메꿀 수 있겠지만 브랜드 인지도나 규제는 어쩔 수 없다”. 따라서 은행은 항상 디지털 지갑 솔루션을 시도할 테지만 한계가 분명하므로 모든 걸 쏟아붇진 않을 것이다. 

시장 강자들은 새 도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 애플은 생체 인식 기술로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했다. 이 정도로 참신하고 놀랍도록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힘들다. 

체이스 페이 1.0 개발을 이끌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뭐가 잘못됐다고 보는가? 
처음 방향성은 나쁘지 않았다. 체이스 웹사이트 계정을 가진 사람이 수두룩했고, 이 계정으로 체이스 페이에 가입해 온라인에서 쉽고 빠르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편하고 안전했다. 초기 반응은 좋았다. 공식 출시하기 8달 전부터 6개가 넘는 온라인 쇼핑 서비스가 체이스 페이를 도입했다. 
 
ⓒChase

하지만 머지않아 은행이라면 피해가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대형 은행에서는 특정 용도가 아닌 모두를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이끄는 팀이 만든 솔루션에 은행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은행 수뇌부는 체이스 페이를 오프라인 결제로 확장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MCX의 QR 코드 결제 기술을 사드렸는데, 그 때문에 현장에서 체이스 페이를 쓰려면 별도의 앱을 다운받아 QR 코드를 스캔해야 했다.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사업 관계도 수렁에 빠졌다. MCX는 월마트를 비롯한 다른 소매업체가 모여 공동 개발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그런데 월마트가 갑자기 MCX로 또 ‘월마트 페이’란 것을 개발한다고 나섰다. 

어찌 됐건 체이스 페이의 사용자 경험은 정신 없어졌고, 체이스는 현장 결제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온라인 결제에서 발을 떼기 시작했다. 

체이스 페이가 오프라인 현장 결제에 집중하기로 한 게 정말 오판이었나? 
데이터만 보면 논리적인 결정이긴 했다.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는 결제 솔루션에서 항상 마주치는 난제인데, 오프라인이 결제 90%를 차지했다. 사업성만 보면 오프라인이 맞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오프라인 경험에서 딱히 해결할 페인포인트가 없었다는 점이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체이스 페이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체이스 결제 처리 기술을 쓰는 온라인 쇼핑 업체가 꽤 있었고, 수많은 체이스 카드 사용자(체이스는 미국의 1위 카드사다) 가 체이스 계정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손쉽게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었다.

체이스 페이에 또 다른 결점이 있었다고 들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결제용 체이스 페이도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NASCAR 효과’를 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NASCAR 효과란 마케팅 용어로 자동차 경주 대회에 참가하는 레이싱 차량에 회사 로고를 붙여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효과를 말한다. 

체이스 페이는 온라인 쇼핑몰의 ‘결제하기(check-out)’ 버튼 옆에 체이스 페이 버튼을 넣어 NASCAR 효과를 누리려고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결제 시스템에서는 선택권을 줄여야 사용자 경험이 나아졌다. 이렇게 한 두 개씩 결제 옵션을 늘리다보면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몰은 체이스 페이를 도입하길 꺼려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제를 해야 하는 소비자에게 체이스 페이라는 또 다른 결제 시스템에 가입하라고 부추기는 일이 얼마나 성가시게 느껴질지 짐작이 간다. 이때는 애플페이처럼 생체 인식으로 간편하게 가입하는 시스템도 없었다. 

기존 은행이 애플페이나 구글페이와 경쟁할 수 있다고 보는가? 혹은, 경쟁해야 하는가?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경쟁하려면 일단 먼저 더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기성 은행의 디지털 프로젝트가 매번 실패하는 꼴을 보고 있자면 마치 셰익스피어 비극을 보는 듯하다. 스스로 몰락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항상 중개자 역할을 잃을까(disintermediation) 노심초사하는데, 이런 지나친 기우가 오히려 우려를 현실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결제 솔루션을 만드려는 회사는 무척 많다. 애플페이, 구글페이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커브 등의 스타트업도 많다. 하지만 기성 은행은 빅테크 업체의 디지털 지갑 솔루션에만 자사 카드 등록을 허용한다. 매우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기성 은행은 온갖 종류의 디지털 지갑 솔루션에 카드 연동을 지원하고 완전히 열려있는 경쟁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두려움에 젖어 몇몇 대형 기술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게 내버려 둔다면 다른 디지털 지갑 솔루션(3대 은행이 내놓을 자체 솔루션을 포함해)의 입지가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으며, 은행의 존재감은 더욱더 희미해진다. 

대안 디지털 지갑 솔루션이 성공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식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마법 같은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데 사력을 다해야 한다. 
 
ⓒGetty Images Bank

버라이존(Verizon), AT&T, 티모바일(T-Mobile) 3대 통신사가 컨소시엄을 꾸려 디지털 지갑을 공동 개발한 적이 있다. 1억 달러, 아니 2억 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컨소시엄과 일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패착을 추측하자면, 컨소시엄은 최고의 사용자 경험에 몰두하기 힘들다. 합의를 이뤄가며 의사결정을 하므로 최종 결과가 최소 공통분모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애플페이가 사용한 기술(기기에 보안용 칩 내장)은 최초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모든 기술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 완성도 높은 사용자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오늘날 마법 같은 디지털 지갑 경험이란 어떤 것일까?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예컨대 젤러(Zelle) 같은 온라인 송금 서비스가 있다. 다중 인증을 매우 편하게 해준다. 

오늘날 다중 인증은 흔히 문자 인증을 말한다. 컴퓨터로 온라인 쇼핑을 할 때 문자 인증을 하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이런 경험을 더 편하게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모바일 앱으로 결제’ 버튼을 누르면 핸드폰에 바로 결제 확인 알림이 떠서 순식간에 인증하는 식이다. 

이런 기술은 영국에서 흔한데, 오픈뱅킹이라는 시스템 덕분이다. 

월가 대형은행의 컨소시엄이 정말 그런 마법 같은 솔루션을 만들지 못하리라 보는가? 
앞서 말했듯이 컨소시엄은 항상 최소 공통분모의 해결책에 다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이다. 은행들은 분명 예외적인 사용 사례 하나하나 다 챙기려 들 것이다. 어떤 특별한 경험을 만들지에 대해 고민하는 대신 모든 보안, 호환성 이슈를 일일이 걸고넘어질 게 뻔하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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