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업계가 최악의 4분기를 기록하면서 인텔은 감원과 임원 연봉 삭감 등을 단행해야 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AMD 고객사의 PC 판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0%나 폭락했다. 하지만 AMD는 이 와중에도 약간의 수익을 냈으며, CPU와 GPU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AMD CEO 리사 수는 투자자들과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시 말해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한동안 칩을 “저출하”했다고 인정했다.
리사 수는 “지난 두 분기 동안 판매량이나 소비보다 저출하했다”라며, “3분기에도, 4분기에도 적게 출하했다. 정도는 약하겠지만, 올해 1분기에도 적게 출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팬데믹이 진정되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서 CPU나 GPU, PC를 사려는 사용자는 현격하게 줄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암화화폐 채굴과 PC 게이밍 수요에 맞추기 위해 엔비디아와 AMD가 가능한 한 많은 그래픽카드를 생산해야 했다. 현재는 GPU를 이용한 암호화폐 채굴은 사장 기술이 됐고, 창고에는 팔리지 않은 칩이 가득 찬 상태이다.
차세대 GPU가 엄청난 가격표를 달고 출시되긴 했지만, 지난 세대의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 RTX 30 시리즈와 라데온 RX 6000 시리즈는 여전히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전략적인 저출하가 제품 가격을 유지하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저출하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AMD만은 아니다. 엔비디아 CEO 콜레트 크레스는 투자자와의 컨퍼런스 콜에서 “매일 매일 판매량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맞춰 저출하 게임을 해왔으며, 그래서 채널에 나가는 재고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엔비디아는 1,200달러짜리 지포스 RTX 4080과 800달러짜리 RTX 4070 Ti를 출시했다. 엔비디아의 고가 전략은 새 제품을 주기적인 신제품이 아니라 기존 RTX 30 시리즈의 전문가급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AMD의 900달러짜리 RTX 7900 XT 역시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연구개발과 첨단 공정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칩 업체는 매출 총이익이 핵심 성과 지표이다. AMD는 이런 시장 전략으로 지난 분기 51%의 비GAAP 매출 총이익을 기록했다. 인텔은 다가오는 분기의 매출 총이익이 34.1%에 불과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데스크톱은 물론 노트북 PC의 판매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그래픽카드의 실제 판매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다. 최근 인텔과 AMD의 CPU 가격 조정에서 볼 수 있듯이 재고가 줄어들고 경쟁이 격화되면 그래픽카드 가격도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올 것이다. 바로 오늘, 인텔은 아크 A750 그래픽카드의 가격을 250달러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