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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기업내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시스템의 문제인가?

2015.11.02 정철환  |  CIO KR
최근 개봉한 영화 마션은 앤디 위어라는 소설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필자는 소설책을 먼저 접했고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가의 엔지니어링과 과학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에 감탄도 하면서... 그런데 뒤에 알게 된 앤디 위어가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소설가를 꿈꿔왔던 인물이었다는 것은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올해 개봉한 영화도 보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

소설에서 화성에 홀로 남겨진 마크 와트니는 크게 세 가지의 문제에 부딪힌다. 먼저 구조대가 올 때까지 살기 위해 먹어야 할 식량을 확보하는 일, 그리고 구조를 위해 필요한 위치까지 이동하는 일, 그리고 수천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지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었다.

사실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영화에서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아 아쉬웠다. 마크 와트니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멀리 떨어진 패스파인더 착륙지까지 가서 오래된 탐사선을 회수해 온다. 그리고 탐사선의 카메라만으로 매우 느리고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지만 지구와의 의사소통에 성공한다. 비록 아주 비효율적이었지만 이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주고 받았으며 후에 커뮤니케이션을 효율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방안을 전달 받아 키보드를 통한 텍스트 문자 통신이 가능한 경지에 도달한다. 진정으로 간절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했던 주인공에게는 단순 텍스트 메시지를 왕복 24분이나 걸려야 주고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생존과 귀환을 위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회사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들이 많다. 현재 회사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IT 인프라가 그룹웨어이다. 그룹웨어라는 말이 적당한 용어인지는 의문이지만 아마도 기업내의 IT 시스템 중에서 가장 사용자 계층이 넓고 가장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시스템이 아닐까 한다. 전자우편과 전자결재는 최상위 경영층부터 말단 실무자까지 모두 사용하는 유일한 시스템이다. 그리고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그룹웨어는 대부분의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런 그룹웨어가 본격적으로 기업에 도입되기 시작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게시판, 전자결재, 전자우편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그룹웨어는 최근 소셜, 모바일의 등장으로 인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그런 변화의 물결이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러 기업에서 소셜 중심의 그룹웨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의 타임라인과 같은 형식을 중심으로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및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리고 일부 벤처기업에서는 기업용 소셜 기반의 그룹웨어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도 그런 기업이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슬랙(Slack)이 있다. 작년에 1억 2,000만 달러의 투자유치도 받고 12억 달러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회사이다.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소규모 그룹에서부터 나사의 연구조직까지 다양한 규모의 팀이 협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이 슬랙의 주장이다.

필자도 몸담고 있는 기업의 그룹웨어 운영을 담당하고 있기에 변화의 시기를 맞아 그룹웨어의 개선 추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시험 삼아 가입 후 잠깐 사용해 보기도 했다. 이런 류의 서비스는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야머(Yammer)가 먼저다. 하지만 그리 성공적이었다고 평가 받지 못한다. 과연 슬랙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기업의 소셜 기반 협업 환경은 기존의 그룹웨어를 대체하여 기업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기업의 정보 공유 및 커뮤니케이션, 협업 등을 위한 수단으로 오래 전에 지식관리시스템(KMS)이 대두된 적이 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사용자들이 절실하게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 주요 원인중의 하나이다. 전자결재는 업무를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시스템이고 전자우편 역시 기본적으로 반드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게시판은 회사의 정보를 공유하는 기본 수단으로 정착되었다. 과연 슬랙이나 야머 같은 소셜 기반의 협업 환경은 어떨까? 기업이 협업을 위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현재 부족한 상황일까? 기업 내 소셜이 기업의 협업 환경 및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존 전자우편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이 업무 수행 관련 정보의 개인화 및 해당 인력의 퇴사 후 사장된다는 점이다. 이 지적은 매우 중요한 지적으로 생각된다. 지식관리시스템이 실패한 후 기업 내에서 문서관리 시스템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개인의 업무 수행 내역을 디테일 하게 담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전자결재는 일부분의 내용만을 보존할 수 있을 뿐이다. 파일서버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직원이 아니라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강제적으로 PC의 저장을 제한하는 기업도 있었으나 성공적이라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소셜을 통한 업무 협업이 정착되면 거둘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화의 핵심이 바로 임직원의 업무 수행 내역을 디테일 하게 회사 자산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식관리시스템의 실패에서 배울 수 있듯이 IT 시스템이 원래 의도한 바와 같이 이상적으로 사용자들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은 스스로의 필요성에 의해서 움직인다.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이유도,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회사이기에 강제성을 가질 수 있지만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그 효과가 얼마 가지 않는다. 화성에 홀로 고립된 마크 와트니에겐 아주 단순한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의 구현을 위해 목숨을 걸 가치가 있었다. 우리 주변을 한번 보자. 늘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는 PC, 업무 상 내가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그룹웨어, 회사 직원들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 및 소셜 인프라가 있다. 협업을 간절히 원하는데 수단이 부족한가? 아니면 협업을 위한 동기가 부족한가?

애플에서 페이스타임을 무료로 쓸 수 있게 오픈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이 기억난다. 지금은 무료로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여럿 있다. 그런데 화상통화를 얼마나 사용하는가? 더구나 회사에서 공식적인 회의를 제외한 업무 통화에 화상통화를 사용한 기억은 얼마나 있는가? UC(Unified Communication)가 가지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활성화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모든 것들을 고민해 보면 기업내의 소셜 기반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개인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IT 용어가 스마트워크이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스마트워크와 얼마나 깊은 관련이 있기에 고작 모바일 워크 스페이스가 스마트워크가 되는가? 스마트워크는 업무를 수행하는 당사자의 능력과 기업의 문화와 성과에 대한 평가체계 등등이 이상적으로 조합되어야 가능한 것 아닌가? IT인프라만으로 임직원을 스마트하게 일하도록 바꿀 수 없다. 우리는 화성에 고립되어 생존을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간절히 원하는 마크 와트니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가지고 있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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