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canvas

HR / 리더십|조직관리 / 이직|채용

칼럼 | 직장인의 '투잡' 뒤에 숨겨진 진짜 문제

2022.10.25 Steven J. Vaughan-Nichols  |  Computerworld
직원이 2가지 일을 하는 것이 절도에 해당할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캐노피(Canopy) CEO 데이비드 벨의 생각은 그렇다.

미국 유타주에 기반을 둔 중견 회계 실무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를 운영하는 벨은 최근 링크드인에 “대형 IT 기업에서의 업무를 그만두지 않은 최근 고용한 엔지니어 2명을 해고했다. 단순히 부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2가지 상근직을 유지하면서 한 번에 2개의 회의에 참석하려 하고 그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초기 성과는 정말 나빴고 다행히 훌륭한 관리자가 이런 점을 빨리 알아차렸다”라고 썼다. 
 
ⓒ Getty Images Bank

여기까지는 좋다. 필자는 누군가의 성과가 왜 그렇게 나쁜지 상관하지 않지만, 만약 어떤 직원이 업무를 잘하지 못한다면 해고하기 전에 우선 업무 속도를 높이려고 시도부터 할 것이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한다면 물론 해고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벨과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필자는 직원이 다른 일을 하더라도 기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다.

주 4일 근무와 재택근무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증거가 있다. 그리고 2가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은 능력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벨은 “핵심 쟁점은 도덕적인 문제다. 2개의 상근직을 유지한다는 것은 도둑질과 마찬가지며, 거짓말과 기만을 수반한다”라고 지적했다. 정말 그러한가? 벨의 사례에서 도둑질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들을 해고한 이유는 거짓말을 하고 업무 성과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벨 자신도 2가지 일을 한다. 지난 6년 동안 벨은 캐노피의 CEO이자 기업 11곳의 엔젤 투자자였다. 자신의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있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2개의 상근직을 유지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벨이 자신의 회사에서 ‘도둑질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론 머스크도 마찬가지다. 이미 테슬라, 스페이스X,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를 운영하는 머스크는 곧 트위터도 운영하게 된다. 그런 머스크를 보고 주주들의 것을 ‘훔친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벨은 2개의 상근직을 보유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가 “새로운 형태의 절도와 기만이며, 윤리적이고 정직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필자는 2개의 상근직과 여러 임시직을 가진 사람을 많이 알고 있다. 이는 생존이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사람도 많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소득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US 센서스(US Census)에 따르면, 코로나 19 팬데믹이 발발하기 훨씬 전부터 미국 노동자의 8.3%, 즉 1,300만 명은 1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뼈를 깎는 일을 하면서도 좋은 보수의 상근직을 가진 사람보다 적은 돈을 번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2021년 긱 노동자 현황(The State of Gig Work in 2021)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생계유지를 위해 보수가 낮은 것으로 악명 높은 긱(gig) 노동에 의존한다. 

물론 오늘날 이 문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맥도날드나 월마트에서 일하는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다. 실리콘 밸리나 다른 IT 중심지, 물가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생계유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신 이들은 돈을 잘 벌 수 있는 시기에 돈을 벌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FAANG를 비롯한 대기업이 인력을 감축한다는 소식이 있지만, 사실 미국 내 IT 업계의 실업률은 2.1%에 불과하다. 또한 17년 만에 처음으로 평균 IT 연봉은 6자리 숫자 장벽을 깨뜨렸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은 걱정한다. 팬데믹을 통해 오늘의 일자리가 내일도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충성심이 전혀 없다는 것을 수년간 보여왔다.

물론 IT 관련 직업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모든 일자리가 계속 존재할까?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2022년 현재까지 미국에서 4만 4,000명의 IT 노동자가 해고됐다. 어려운 시기에 너무 많은 기업이 퇴직 연금을 삭감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에서 의료 보험은 말할 것도 없다.

동시에 2가지 일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고용 경찰’에게 체포당할 일은 없다. 생활이 힘든 사람들이 2가지 일을 하는 것은 최선의 선택이다. 물론, 2가지 일을 하는 것으로 인해 해고될 수는 있다. 거의 모든 회사가 자유 의지로 고용을 하므로 고용을 끝내는 것도 회사의 뜻에 달렸다. 

하지만 아무리 수입을 늘려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급여가 줄어들 수 있다. 서비스형 인력 플랫폼 블루크루(Bluecrew)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의 약 70%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 결과, 점점 많은 사람이 2가지 이상의 직업을 갖고 있다. 실제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제도(St. Louis Federal Reserve)에 따르면, 노동자의 거의 5%인 44만 명이 여러 개의 상근직을 보유하고 있었다.

필자는 업무량을 저글링하는 사람에게 화가 나기보다는, 너무 많은 사람이 2가지 일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 안타깝다. 오버임플로이드(OverEmployed) 같은 사이트는 2가지 일을 하는 것이 좋은 일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 보수가 좋은 2가지 일을 하는 것일 수 있지만, 과로와 일 중독은 건강하지 않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칼라 밀러는 레딧 사용자의 말을 인용해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2~3개의 저임금 혹은 임시직 일을 하는 것은 오랫동안 받아들여져 왔지만, 2가지의 상근직 급여를 받고, 부차적인 보험에 가입하고, 은퇴를 위해 저축하는 2배의 기회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윤리적인 문제가 됐다”라고 말했다.

밀러는 “이중 취업(overemployment)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사람들이 죽을 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라고 말했다. 

할 수만 있다면 여러 일을 하는 것이 문제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이런 추세의 이면에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과로사’는 노동자가 일을 지나치게 하거나 무리해서 피로로 인해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다.
editor@itworld.co.kr
CIO Korea 뉴스레터 및 IT 트랜드 보고서 무료 구독하기
Sponsored
추천 테크라이브러리

회사명:한국IDG 제호: CIO Korea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등록번호 : 서울 아01641 등록발행일자 : 2011년 05월 27일

발행인 : 박형미 편집인 : 천신응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