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들이 트랙을 내달리는 레이스 경기장을 보실 겁니다”라는 동승한 혼다 관계자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이 설명에서 필자가 처음 느낀 감정은 ‘따분함’이었다. 필자는 지금까지 온갖 VR들을 체험해본 사람이다. 그것들은 대부분 충분한 재미를 줬지만, 언제나 필자에겐 2% 부족한 인상을 줬고, 따라서 ‘꼭 구매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미지 출처 : MARTYN WILLIAMS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하자 정말 눈 앞에 레이싱 트랙이 펼쳐졌다. 왼쪽엔 관객들의 환호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오른쪽으로는 피트와 스폰서 배너들(혼다의 이름 역시 물론 있었다), 그리고 신호판 등이 보였다.
서서히 운전을 시작하자, 가상현실 역시 자동차의 모션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험은 매우 매끈했지만, 관중으로 가득 찬 경기장에 우리의 차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은 조금 의아했다.
어리둥절해 하며 핸들을 돌리자, 갑자기 자동차들이 우리에게 돌진해오는 것이 보였다.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운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량들은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재빨리 그들의 주로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차가 말을 듣지 않았고, 필자의 머리 속에선 저들과 부딪힌다면 충격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상상이 시작됐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머리는 이것이 가상현실임을 더욱 강하게 상기하게 됐고, 그러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말 생생했던 그래픽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됐다. 하지만 차들의 움직임은 정말로 현실감이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