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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포기는 구글의 어머니?’ 빅테크 저성장 시대, 도전이 가능할까

2022.10.12 문준현  |  CIO KR
글로벌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진 가운데 미국의 빅테크 기업마저도 잇달아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도전 정신과 '20% 타임제' 같은 자유로운 기업 문화로 유명한 구글 또한 이제 "20% 더 효율적인" 운영 목표를 내세웠다. 이런 목표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회사는 최근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Stadia)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시대에 소위 말하는 기업가 정신, 도전 정신이 여전히 유효할까?  
 
ⓒShutterstock

지난 5일 아마존이 올해 리테일 부문에서 채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일제히 몸을 사리고 있다. 불경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 몸을 추스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빅테크의 긴축에 더 긴장하는 까닭은 아마도 실리콘밸리가 여전히 세계 최대의 혁신 산업이기 때문이리라. 사람들은 팬데믹과 공급난 속에서도 빅테크라면 무언가 해주리라는 기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 기준 전 세계 GDP의 1%를 차지한 빅테크도 결국 세계적 대위기의 물살을 가르지는 못하는 듯하다. 

특히 구글은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중 가장 도전 정신이 뛰어난, 창의적인 괴짜 개발자가 넘쳐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구글마저 이제 효율성을 비전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CEO 순다 피차이는 9월 7일 CNBC 인터뷰에서 거시경제적 요인이 자사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 만큼 회사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 수준보다 20%가량 효율성을 높이고 싶다고 그는 강조했다.

구글이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도록 업무 시간의 20%를 지정하는 ‘20% 타임제’로 유명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구글의 '의지박약식' 혁신 악습

구글 CEO 피차이는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재고하고자 심플리시트 스프린트(Simplicity Sprint)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제품 개발 과정을 간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피차이가 최근 효율성을 강조한 것을 보면 심플리시트 스프린트라는 이름보다 이피션시 스프린트(Efficiency Sprint) 스프린트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게다가 효율성을 강조한다는 건 곧 혁신을 어느 정도 포기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비효율적으로 일할 때 나온다는 점을 구글만큼 잘 아는 회사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심플리시트 스프린트는 위기상황의 단기적인 대응책에 불과한걸까, 아니면 구글이라는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암시하는 것일까? 
 
ⓒDepositphotos

일단 피차이가 언급한 거시경제적 요인은 '효율적인 구글'의 동인이라기보다 시발점에 가깝다. 구글은 오랫동안 악습 한 가지를 버리지 못했는데, 바로 너무 쉽게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 얼마 안 가 포기하는 '의지박약식' 혁신 습관이다.

회사는 지난 9월 30일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김 빠지는 최후를 맞이한 명예의 전당(구글 플러스+, 구글 데이드림 VR 헤드셋, 구글 알로 메시징 서비스, 구글 인박스 등)에 또 다른 추가항목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맥칼로페는 <맥월드>에서 구글이 새로운 서비스를 무분별하게 출시하고 무책임하게 중단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이제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테크크런치>의 데빈 콜드웨이는 스태디아가 실패한 원인은 “이제 아무도 구글을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보통 서비스의 성패는 그 유용성과 사용자 경험에 달려 있다. 하지만 구글은 이제 너무 쉽게 새 서비스를 포기하는 것으로 악명 높아진 나머지 낮은 신뢰가 실패의 원인이 돼버렸다는 분석이다. 개발자든 사용자든 언제 중단될 지 모르는 서비스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기 망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패는 구글의 어머니?

실패는 구글의 어머니라는 말이 떠돌아다닐 만큼 구글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을 입증하는 회사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글이라는 거대한 회사의 매출에서 이런 과감한 도전 정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구글의 매출은 압도적으로 광고 수익에서 나오며, ‘20% 타임제’과 큰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해 나름 성공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은 예시로는 구글 크롬북과 구글 뉴스가 있다. 하지만 구글의 20% 타임제가 창의적인 기업의 대표적인 예시로 회자되는 만큼 구글 크롬북과 구글 뉴스가 혁신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현재 구글의 매출을 견인하는 대표 서비스는 모두 매우 오래전에 출시됐으며, 회사의 20% 창의성 문화가 빛을 발휘한 지 또한 매우 오래됐다. 구글이 유튜브를 고작 16만 5천만 달러에 인수해 어마어마한 투자 성공을 이뤘다는 신화는 유명하다. 구글 독스와 지메일은 직원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것이 맞지만 각각 2008년, 2004년 출시된 서비스로 매우 오래전 일이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모두가 쓰는 구글 제품인 크롬 브라우저는 2000년대 초반, 창의적인 엔지니어가 아니라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시작했다. 슈미트는 당대 ‘브라우저 전쟁(browser war)’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독점을 막고자 전형적인 하향식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안드로이드 또한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에는 당시 블랙베리OS에 가까운 단순한 운영체제였지만, 아이폰이 나오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전사적인 자원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로 전환됐다. 
 

20% 타임제는 전략일까 복지일까

즉 놀랍게도 구글이라는 기업이 도전 정신으로 먹고살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찌 보면 20% 타임제의 창의성은 교과서에 나올 법한 예시다. 너무 완벽하다. 여기에 더해 구글은 모두가 아는 성공적인 기업이므로 이를 구글의 성공 법칙 중 하나로 오용하기 매우 쉬우리라.

추측컨데 20% 타임제는 소프트웨어 중심적인 문화로 돌아가는 구글이라는 회사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구글에는 천재적인 프로그래머들이 많고, 항상 더 필요로 한다. 미국에서 긱(geek) 혹은 너드(nerd)라는 집단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보통 매우 관심사가 많으며 뭐든지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천재들을 영입하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 따라서 20% 타임제를 대단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 만한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자 의도된 전략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저 미끼에 불과할 수 있다. 부산물일 뿐인데 겉에서 이것이 구글의 성공 요인인 양 부풀린 것이다. 

더 나아가자면 사실 구글은 이렇다 할 과감한 도전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유롭고 주체적인 천재 프로그래머들이 이끄는 회사라는 이미지에 부합하고자 이렇다 할 비전이나 목표도 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마구잡이로 출시했던 것일 수도 있다. 
 

혁신 전쟁에서 이기려면 총대를 메야

칼럼니스트 맥칼로페와 <테크크런치>의 데빈 콜드웨이가 지적했듯이 구글이 신뢰를 잃은 이유는 아무도 새로운 서비스의 총대를 메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재미로 시작한 아이디어에 큰 비전이 있을 리 없다. 데빈 콜드웨이는 스태디아라는 서비스가 기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겨냥하고자 하는 사용자층이 매우 모호했다고 평가했다.
 
ⓒTechcrunch

구글이 2011년 나름 야심 차게 내놓았던 구글 플러스 SNS도 마찬가지였다. 영어의 ‘Circle of friends(단짝 친구들)’라는 표현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친한 친구들만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했다. 당시 페이스북이 한창 성장할 때였고 충분히 대항마가 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이며, 실제로 구글 직원들의 호화로운 캠퍼스, 구내식당 등 각종 복지시설을 지탱하고 있는 대다수 매출원은 비전이 있는 리더 아래에, ‘대기업스럽게’ 발전했다. 구글 검색의 전신인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은 창업자들의 연구 프로젝트였지만, 전문경영인 세릴 샌드버그가 들어와 애드센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미시켜 정식 사업으로 승화시켰다.
 
ⓒDepositphotos

현재 애플의 iOS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또한 앤디 루빈이라는 리더의 일관적인 리더십 아래 발전했다. 목표와 비전 또한 분명했다. 애플의 생태계는 폐쇄적이었으므로 안드로이드의 승부수는 생각할 나위도 없이 개방이었다. 이 전략은 먹혀 들였다. 물론 안드로이드OS의 수많은 기술적 작동방식에 프로그래머들의 잉여 시간과 사이드 프로젝트가 기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드로이드를 스태디아 같이 포기의 전당에 보내지 않고 주요 사업으로 자리매김 시킨 요인이 도전정신과 20% 자유시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생존과 도전은 한 끗 차이

순다 피차이가 말한 대로 거시경제적 상황이 매우 암담하다. 기업은 도전이나 혁신은커녕 생존에 목메고 있다.

그러나 생존이 곧 도전일 수도 있지 않을까? 구글이 초창기에 지메일, 드라이브, 크롬, 유튜브 등의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던 많은 동인 중 하나는 회사가 아직 약자였기 때문이다. 크롬의 경우, 웹브라우저는 인터넷 검색 회사인 구글에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크롬으로 브라우저 패권 싸움에 참전한 것은 도전이 아니라 생사의 문제였다.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인터넷의 주요 플랫폼을 애플에 빼앗겼다면 구글의 운명은 장담할 수 없었다. 

구글은 이제 강자가 된 만큼 보란 듯이, 역사상 거의 언급한 적 없었던 효율성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도전 정신 대신 생존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마저도 애초에 도전 정신에 힘입은 것이 아닐 수 있다. 죽는냐 사느냐, 그것이 모든 기업의 유일한 목표이며, 혁신 기업으로 칭송받느냐, 관료제와 권위주의에 빠져 나태해진 거대기업으로 치부되느냐는 역사에 맡길 일일지도 모른다. ciokr@idg.co.kr, ethan_moon_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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