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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남의 畵潭 | Principal-Agent Problem – 혁신 속의 Agency dilemma

2015.07.08 박승남  |  CIO KR


理論과 異論 4.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 xxxx억원 매출 달성’, ‘혁신을 통한 재도약’, ‘변화만이 살길이다’ 등등…
새로 부임하는 최고 경영자 분들의 위와 같은 비전과 개혁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제게는 이러한 말들에서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가 떠오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는 Agency Dilemma라고도하며 1976년 젠센과 맥클링이 제시한 이론입니다. 여기서 권한을 위임하는 사람을 주인(principal)이라고 하며 위임 받은 사람을 대리인(agent)이라고 합니다. 주인은 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하면서 주인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약속 받고 그에 따른 보상을 하기로 계약을 맺습니다. 하지만, 양자간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인하여, 대리인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주인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거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이러한 상황을 가리켜 주인-대리인 문제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대리인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주인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현실에서도 이러한 주인-대리인의 문제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인력이 주인 마음처럼 일하지 않는 것이나, 영업직원이 그 해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 밀어내기를 하고, 임원이 본인의 파워를 키우기 위해 주어진 업무 양에 비해 큰 조직을 구성하려 하고 이에 따른 잉여인력에 옥상옥 업무를 부여하고, 경영진이 장기적인 전략적 목표대신 본인의 임기 중 평가지표인 단기적 재무성과에 집착하고, 선거로 뽑은 공직자들이 공약과 달리 주인인 국민이 아닌 자신과 자신의 당을 위해 노력하는 것 등이 이러한 Agent Problem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위의 사례가 남의 이야기일 뿐일까요?
리더 여러분과 저도 대리인이기 때문에 주인들보다는 우리의 이익에 우선하는 Agency problem에 빠질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이것은 단지 리더 여러분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Staff 또한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Staff의 의견이 회사를 위한 것인지 개인의 이해가 반영된 것인지를 냉정히 판단하셔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깊어지면 주인은 새로운 대리인을 뽑게 되고, 일반적으로 그 새 대리인은 혁신을 추진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끔 이 혁신 속에서 같은 문제점이 보이는 경우도 있으니 아이러니합니다.



이 혁신이 최근까지 오랫동안 유행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혁신, 개선, 변화는 무조건 필요하고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새로 직책을 맡은 사람은 뭐라도 변화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한 예로 제 예전회사는 10년간 8~9번의 CEO가 바뀌었는데 대부분 새로 부임한 분들의 첫마디는 ‘혁신’이었습니다. 이는 이전에 한번 언급했던 ‘행동 편향’에 해당합니다. 위의 그림처럼 페널티 킥에서 공격수는 거의 비슷한 비율로 좌, 우, 가운데로 찹니다. 하지만 골키퍼는 가운데에 서있기 보다는 좌우 어느 쪽으로든 몸을 던집니다. 29%의 막을 확률은 있지만, 가운데 서 있다가 좌우로 골을 먹으면 가만히 있었다고 욕을 먹습니다. 하지만 틀린 결정이어도 좌우로 몸을 날리면 최소한 그런 비난은 듣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행동편향’적 사고와, 혁신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최근의 기업문화 때문에 ‘변화만능주의’가 팽배해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 보니 주인이 아닌 대리인의 이익을 반영하여 변화를 추진하는 사례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면 혁신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의 경우 긍정적 결과만 있었을까요?

아래 외환위기 때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 Case 1: 많은 기업이 매각 등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재 도약.
- Case 2: 종자산업처럼 지나친 대외 매각으로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기반자체가 무너짐.
- Case 3: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 없이 일감이 없는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함께 고통을 나누면서 버텨서 추후 비약적으로 성장.

즉, 무조건적인 변화만이 정답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는 각각의 환경에 맞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과도한 ‘변화 만능주의’를 경계하자는 의도로 글을 쓰지만, 혁신과 변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하자는 것입니다. 혁신 행위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과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더라면 보여주기 위한 무조건적인 변화보다는, 기업을 위한 냉철한 분석과 전략수립을 먼저 선행해야 합니다. 극단적인 경우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위 광고의 카피와 Case3처럼 적극적인 현상유지 혹은 현 체계의 장점을 유지하는 방향이 참다운 혁신일 수 있습니다.

이렇듯 혁신은 형식이 아니라 지향하는 목표와 담겨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솔로몬의 지혜에 나오는 아이를 둘로 나누어서 반쪽이라도 받으려는(형식의 변화를 선택한) 가짜 엄마대신, 아이를 구하려고 아이를 포기한(내용을 선택한) 진짜 엄마의 마음에서 Agency dilemma에 빠지지 않은 진짜 혁신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이전에는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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