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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O / 리더십|조직관리

인터뷰 | "CIO는 최고 통합 책임자여야 한다"··· 55년 경력의 CIO 찰리 펠드

2022.07.25 Dan Roberts  |  CIO
55년의 경력의 CIO 찰리 펠드가 <CIO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냉정한 조언을 전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이제 존속(survival)은 불가하고, 오직 번창과 소멸만이 남았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Matejmo / Getty Images

찰리 펠드는 1992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컨설팅 업체 더 펠드 그룹(The Feld Group)을, 2009년 더 펠드그룹 인스티튜트(The Feld Group Institute)를 설립했다. 1980년대 초 보스턴 은행의 부사장 윌리엄 R. 싱노트,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윌리엄 H. 그루버가 처음 착안한 CIO라는 직무를 현업에서 구체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CIO닷컴>은 테크위스퍼러(Tech Whisperers) 팟캐스트에서 55년 경력에서 얻은 교훈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조언을 들었다. 이 기사는 팟캐스트와 추가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댄 로버츠: 오늘날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변화의 본질이 바뀌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몰락을 면치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가? 

찰리 펠드: 앞으로 5~7년만 지나도 아무도 중간쯤에 머물러 있지 못할 것이다.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떠내려간다. 여기서 ‘떠내려간다’라는 표현은 꼭 폐업을 뜻하지 않는다. 인수합병이 될 수도 있다. 어찌됐든 비즈니스 모델은 유지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회사가 다른 회사의 부품처럼 팔려나가는 셈이다. 

점점 이분화될 전망이 크다. 현대 기업의 상태를 번창, 존속 혹은 소멸로 분류한다면, 앞으로 존속은 더 이상 불가능해지리라 본다. 업계의 특성에 따라 타격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기업은 아마 B2B 기업에 비해 조금 더 오래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벡터의 방향이 다를 뿐 변화하지 않는다면 소멸은 불가피하다. 

기업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대에서 소멸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투자하면 좋은 분야가 있는가? 
이건 어디에 투자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신 ‘멍청한 투자(dumb money)’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클라우드, AI, 데브섹옵스(DevSecOps) 등 최신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 회사는 없다. 투자는 항상 즐비하지만, 결국 필요한 건 장기적 비전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이 마구잡이식 투자에만 매몰돼 있다. 목적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레고 블록을 예로 들어보자. 한 팀은 차를 만들고, 한 팀은 차고를 짓는 역할을 맡았다고 치자. 각 팀은 각자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한다. 그런데, 다 완성하고 보니 차고에 비해 차의 크기가 너무 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동차 팀은 차고 팀에 ‘구상하고 있는 차고의 도면이 있는가?’라고 물어봤어야 했다. 이게 핵심이다. 이런 걸 바로 아키텍처 구상이라고 한다. 

즉, 현재 기업의 투자는 막대하지만 분산된 것이 문제다. 고객 경험에 대한 통합된 비전 없이 클라우드, AI 등 온갖 잡다한 영역에 투자하고 있는 꼴이다. 마치 도시를 기획하는 것처럼 체계적인 설계도가 필요하다. 

너무 성급한 전문화가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처음 IT 산업에서 일을 시작했을 당시, IT 전문가는 흡사 종합 병원 의사와 같았다. 모든 개발자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전문화 시대에는 모든 직군이 너무 쪼개져 있다. 예컨대 IT는 보안 분야와 인프라 분야로 세분화됐다. 예전에 보안팀의 업무는 사람들이 데이터센터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배지를 받으면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보안팀에 들어가려면 4년제 대학에서 보안을 전공해야 한다. 이처럼 보안 분야는 매우 전문화됐다. 

의료와의 비교를 이어가자면, 가령 심장내과 전문의가 만약 정말 심장 밖에 모른다면 제대로 된 심장 수술을 할 수 있겠는가? 심장과 연결된 다른 신체 부위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심장 수술에도 심장내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여러 전문성을 가진 의료진이 필요하다. IT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각 직군이 너무 전문화되어 있고,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팀이 서로 어우러지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전문 분야만이 아니라 큰 그림을 보는 IT 전문가로 구성된, 보다 더 끈끈한 팀을 만들 수 있는가? 리더의 역할은 무엇인가? 
변화무쌍한 비즈니스 세계에는 여러 도전과 기회를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이런 리더가 되려면, 각자 다른 전문 부서에서 일해봐야 한다. 그래야 다른 점을 연결하고 큰 그림을 보는 지식의 폭을 갖출 수 있다. 

지금 이미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면, 직원이 시야를 넓힐 다른 기회에 도전하도록 장려하라. 물론 이는 힘든 일이다. 팀의 인재를 떠나보내고 싶은 리더는 많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미래의 리더를 육성하려면 조직 전체에 걸쳐 직원이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도록 현재의 리더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단기적인 대가를 치를 뿐,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얻게 된다. 

이 또한 CIO의 역할이 최고 통합 책임자의 역할로 진화해야 한다는, 디지털 시대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과 일맥상통하는가? 

그렇다. 현재로서 자기 팀 외에 회사 전체를 살피는 리더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혁신은 각 부서가 단절되지 않고, 서로 협업하고 통합될 때 일어난다. 

여러 부서를 같이 담당할 수 있는 임원은 3개뿐이다. COO는 당연하니 예외로 치고, 자신의 부서 외에 다른 부서에도 관여해야 하는 임원에는 CIO, CFO, 그리고 CHRO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임원이 보통 승승장구하는 대다수 회사의 일등 공신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3명의 임원이 보통 회사의 임원진에서 제일 작은 권한이나 관여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CIO들은 이제 전체 시스템을 관망해야 한다. 단지 기술에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 조직 관리의 측면에서 회사의 총체적인 맥락 속에서 각 부서의 업무방식을 파악하는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렇게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통합이 핵심 작업이 된다. 

나는 이를 벽돌과 회반죽에 비유하곤 한다. 마치 건물을 이루는 벽돌 같은 각 부서도 중요하지만, 이를 연결하는 회반죽이 필요하고, CIO가 바로 이 회반죽 같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

실제 사례를 공유해줄 수 있는가? 
개인적으로 항상 현장에서 부딪히며 일하는 CIO였다. 펩시/프리토레이(Pepsi/Frito-Lay)에서 일할 때부터 그랬다. 그다음 델타(Delta) 항공사에서 근무할 당시 회사의 가장 큰 고민은 ‘고객 경험 개선’이었다. 수많은 연구와 조사가 있었지만, 당시 델타의 CMO였던 비키 에스카라에게 현장 직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없겠냐고 물어봤다.  

현장은 게이트 요원, 승무원, 수화물 처리기, 관제센터 직원, 조종사 등의 직군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러한 업무는 서로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일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위레벨에서 이들의 리더가 협력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그들은 뒷방에 앉아서 관리만 했다. 

90일 뒤에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점과 잠재적 해결 방안을 이사진에게 소개했다. 현장 직원 3명이 직접 발표에 나섰고, 열정과 확신으로 가득 찬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이사회 모두가 큰 호응을 보냈다. 자신들이 항상 필요했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그거였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고안한 해결 방안은 간단했다. 나는 현장 직원과 협력하여 직원 수준에서만 이루어졌던 협력을 역설계했다. 상위레벨에서 작동하는 통합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탑승이나 수화물 칸에서 일하는 직원과 승무원이 썼던 제각각의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통합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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