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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애플은 구글 글래스의 실패 사례를 넘어설 수 있을까?

2022.05.31 정철환  |  CIO KR
애플의 증강현실(AR) 글래스를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는 소문은 수년 전부터 있었다. 그리고 최근 빠르면 내년 중 AR 글래스를 출시할 전망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지금까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신기술을 적용한 선도적인 제품을 최초로 출시하는 기업은 아니었다. AR 글래스 역시 그렇다. 이미 수많은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되었으나 의미 있는 규모의 수요를 형성하지 못했다. 세계 최초로 AR 글래스를 출시한 구글은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실패사례를 남긴 채 제품을 단종했다. 그렇다면 애플은 구글의 실패를 뛰어넘어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에서 보여줬던 시장의 혁신을 또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구글이 스마트폰과 연결되어 이동중이나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AR 웨어러블 장치인 구글 글래스를 선보인 시기는 거의 10년 전인 2013년 2월 무렵이다. 구글 글래스는 선보일 당시 이미 일반적인 안경과 같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볍고 날렵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구글은 2013년 4월 15일부터 1,500달러 가격에 2014년 5월 15일부터 일반인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 글래스는 안경의 형태로 500만 화소의 정지화상 카메라와 동영상 촬영 비디오 카메라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5년 1월 15일, 구글은 구글 글래스 프로토타입 생산을 중단하고 판매를 중단했다.  IT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로부터 매우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구글 글래스는 왜 실패한 것일까?

놀랍게도 건강에 미치는 우려가 그 이유 중에 하나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구글 글래스를 매일 사용해도 안전한지 걱정했다. 구글 글래스의 동작원리를 접한 사람들은 혹시 이 제품이 우리의 뇌와 눈에 매우 가까이 착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발암성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스마트폰도 유사한 걱정을 불러오곤 하지만 스마트폰은 하루 종일 내내 이렇게 신체 가까이 접촉하고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 다음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구글 글래스는 언제든지 카메라를 통해 이미지를 캡처할 수 있으므로 상대방 개인 정보의 무단 취득과 불법 복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사람과 대면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느낌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른 이유로는 구글 글래스를 과연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신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이 제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제품의 기능은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나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제품의 용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을 기획할 때 이미 정해진다. 물론 스마트폰과 같이 지속적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제품도 있지만 기존적으로 모든 신제품의 출시는 사전에 제품의 기능을 계획하고 해당 제품으로 달성하려는 기본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마케팅 전략, 프로모션, 타겟 마케팅 등 모든 것이 미리 계획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 글래스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따르지 않았다. 구글 글래스는 그저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 촬영과 작은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데이터의 표시의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또한 구글 글래스는 엄밀한 의미에서 증강현실 디스플레이가 아닌 단순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 up display, HUD) 장치였다. 그 외에 정해진 특별한 용도나 실용적인 사용 방안은 없었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구글 글래스를 이용하여 특별한 경험을 하기 어려웠다. 물론 구글 글래스가 시장에서 성공을 했다면 다양한 응용 앱이 출현하기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엔 하드웨어 문제가 있었다.

우선 항상 안경처럼 걸치고 있어야 하는 장비이므로 작고 가볍게 만들어야 했기에 배터리 용량 문제가 있었다. 구글 글래스의 배터리 사용 시간은 최대 4시간이었으므로 4시간마다 계속 충전해야 했다. 만약 사용 중에 방전이 된다면 다시 충전할 때까지 전혀 쓸모없는 물건이 된다. 더구나 충전을 하는 동안은 구글 글래스를 사용할 수 없었다.

다른 문제로 구글 글래스의 사용 중 심각한 발열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0~15분 정도의 영상을 녹화하면 이를 위한 프로세서 작업으로 인해 과열됐다. 더구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식혀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기의 상태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당시 구글 글래스는 영어만을 지원했다.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인 만큼 입력 인터페이스는 키보드가 아닌 음성인식이 주요 수단이었으나 다른 언어로 말하거나 명령하는 경우 구글 글래스는 이를 잘 인식하지 못했다. 또한 키보드가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와 같이 입력한 내용을 키보드로 수정할 수 없다. 따라서 언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사용상에 큰 불편을 제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새로운 애플의 AR 글래스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까? 우선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어떤 신제품이던 건강에 대한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그게 안경이든 시계이든 목걸이이든 장시간 몸에 부착하는 기기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증강/가상현실의 실생활 활용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치를 몸에 부착하여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점이다.

그 다음으로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를 대비하는 것이다. 가상현실 헤드셋은 사용 장소가 실내로 국한되고 이동중에 사용하기 어려운 특성으로 문제가 없으나 증강현실 헤드셋은 기본적으로 사용 장소가 국한되지 않으므로 장소에 따른 상대방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모바일 기기라면 당연히 배터리의 수명과 충전 방식의 표준화 및 편의성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착용 상태에서 충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원하는 언어 역시 글로벌 시장에 맞추어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출시하여야 하는 것은 모든 첨단 IT 기기의 필수 사항이다.

지금까지 첨단 IT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 후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오는데 성공했던 애플이, 이번에도 아직 열리지 않는 AR 글래스 시장을 성공적으로 열고 티핑 포인트를 불러올 수 있을까? 애플은 구글 글래스의 실패 사례를 뛰어넘어 AR 글래스의 대중화를 선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 정철환 이사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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