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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ㅣ다른 시대, 같은 운명? 모토 G와 픽셀 6a의 평행이론

2022.04.22 JR Raphael  |  Computerworld
구글의 차기 픽셀은 2022년에 가장 화려한 폰은 아닐지라도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스마트폰일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마니아에게 ‘픽셀 6a(Pixel 6a)’는 안중에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오는 5월 구글 I/O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공개되리라 예상되는 새로운 중급 스마트폰 모델 ‘픽셀 6a’는 지난가을 출시된 프리미엄 플래그십 ‘픽셀 6’의 보급형 버전일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정말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곳은 아무래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거의 모든 제조사가 구부러지고, 접히며, 때로는 즐거움을 위해 사소하지만 꽤나 멋진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에 확실히 평범한 중급 스마트폰은 흥분을 유발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자. 여기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뭔가가 있다. 픽셀 6a는 분명 더 비싼 사촌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외관이 전부는 아닐 수 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세계에서는 (큰 그림의 관점에서) 가장 지루한 발표가 가장 중요한 경우가 많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Google/JR Raphael

픽셀 관점
구글의 ‘픽셀’ 야망을 확인하기에 앞서 구글의 역사를 볼 필요가 있다. 마치 선사시대처럼 느껴지는 지난 2013년, 실질적으로 구글의 첫 자체 개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 세상에 나왔다. 바로 오리지널 ‘모토 X(Moto X)’다. 구글은 당시 모토로라(Motorola)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2013년의 모토 X는 구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스마트폰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엿볼 수 있는 첫 기회였다.

다행히 흥미로웠다. 모터 X는 사양보다는 다재다능한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 안드로이드 기기였다. 변화를 위해 모든 것을 임의로 바꾸지 않고 기존의 안드로이드 프레임워크에 유용한 기능을 추가했던 기기였다. 이러한 기능 중 일부는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테면 모토 X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에 항상 켜져 있는 음성 활성화 개념을 도입했다. 아울러 지금은 표준으로 자리 잡은 안드로이드의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 시스템의 초기 버전과 해당 플랫폼의 첫 자동 운전 감지 옵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과 많은 호평에도 모토 X는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마니아들은 열광했지만 모토로라는 많은 돈을 벌지 못했다. 쉽게 말해 망한 스마트폰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모토로라는 브라질에서 구글이 만든 또 다른 제품을 조용히 발표했다. 이 2번째 행사는 모토 X 출시 당시처럼 화려하지 않았고, 미국이나 다른 주요 시장도 타깃으로 하지 않았다. 그저 ‘모토 G’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으며, 이는 기본적으로 모토 X 플래그십의 덜 화려한 보급형 버전이었다. 

모토 G는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외관은 평범하고 검소했으며 사양은 따분했다. 더 비싼 X 브랜드 형제와 달리 화려한 특징이나 시선을 끄는 디자인도 없었다. 하지만 고급형 제품과 동일한 기본 디자인 언어를 따랐고, 거의 절반 가격에 동일한 핵심 개념을 모두 담았다. 더 예쁘고 비싼 모토 X는 380달러(당시에는 꽤 비싸 보였다)였던 반면 새로운 모토 G는 180달러였다.

그리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도 모토 G에 관해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대중의 관심을 받지도 못했고, 끝없는 광고와 이야깃거리의 대상도 아니었으며,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는 어처구니없이 저렴하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품질의 경험을 제공했고,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순식간에 엄청난 히트를 쳤다. 이 기기를 통해 모토로라는 부활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스마트폰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결국 모토로라의 인기 스마트폰이자 미래를 위한 청사진이 됐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 다시 구글의 픽셀을 살펴보자. 

픽셀 6a의 가능성
처음부터 구글의 픽셀 스마트폰은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안드로이드 마니아들의 찬사를 받았다(여기에는 하찮은(하지만 아주 잘생긴) 안드로이드 칼럼니스트인 필자가 포함된다). 픽셀은 필자가 요즘 대부분의 사람에게 진심으로 추천하는 유일한 스마트폰이며, 그 이유는 (픽셀의)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이 다른 것들과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이 기기의 뛰어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모든 프라이버시 및 보안 이점을 고려하면 특히 비즈니스용 사용자는 픽셀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동급 최고의 픽셀 플래그십은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마케팅, 가용성, 구글과 관련된 여러 변수를 탓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를 쓰는 기업과 사용자의 대부분은 여전히 픽셀 스마트폰이 무엇인지 그리고 더 잘 알려져 있는 안드로이드 브랜드와 어떻게 다른지 전혀 모르고 있다.

구글이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성공을 거둔 곳은 픽셀 ‘a’ 제품군이 속하는 중급 영역이다. 그러나/한편 최신 픽셀 ‘a’ 스마트폰인 픽셀 5a(Pixel 5a)의 가격은 450달러다. 픽셀 6 플래그십의 가격이 600달러이기 때문에 450달러가 전혀 저렴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더 큰 그림을 보자. 픽셀 6의 가격은 픽셀 플래그십 전작(700달러)보다 눈에 띄게 낮아졌다. 픽셀 5도 이전 세대의 픽셀 플래그십(800달러)보다 100달러나 저렴해졌다. 아울러 픽셀 6의 소프트웨어 지원 기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길다(3년 동안의 OS 업데이트와 5년 동안의 월간 보안 패치). 사실상 픽셀 6는 픽셀 5a보다 권장 사용 기간 동안의 연간 비용이 더 저렴하다. 가격과 지원 수명에서 픽셀 6a의 발전은 구글의 자체 개발 프로세서로 구동되는 최초의 픽셀 스마트폰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구글의 관점에서 비용을 절감하며, 서드파티 부품 제조사에 의존하지 않고 더 오래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모든 점으로 미뤄볼 때 ‘픽셀 6a’는 동일한 패턴을 따를 것이며, 이는 구글이 만든 프로세서를 중급형 픽셀 제품군에도 가져오리라 예상된다. 즉, 이론적으로는 가격도 저렴해지고 지원 기간도 길어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 가장 많이 팔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화려한 플래그십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곳에서 180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 보급형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Galaxy) A12였다. 갤럭시 A12는 기술적으로 보면 끔찍하다. 보급형 안드로이드 장치라고 하면 예상하는 것처럼 저화질 카메라와 쓰레기 같은 화면을 탑재하고 있다. 그나마 운이 좋으면 반년 정도 늦게 업데이트되는 운영체제와 느리고 투박한 성능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한 리뷰에서 지적했듯이 이 스마트폰은 ‘꼴사납게 노후화’된다.

하지만 이 형편없고 투박한 기기가 2021년 다른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 더 많이 팔렸다. 이상하지 않은가? 교훈은 간단하다. 예산을 중시하는 안드로이드 구매자들의 기준은 말도 안 되게 낮다. 스마트폰이 현재의 한계를 산산조각 내고 기대치보다 훨씬 좋은 경험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인 카메라 및 하드웨어 품질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최신 상태로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해당 가격대에서 현재 가능한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지원까지 제공한다면 아무리 짠돌이인 기업이라고 해도 쉽게 구매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리고 삼성의 갤럭시 A12의 후속작인 ‘갤럭시 A13 5G’는 250달러다. 픽셀 6a의 가격 범위 안에 있다. 픽셀 6a가 350달러에 판매되더라도 모든 측면에서 뛰어난 경험과 훨씬 더 긴 지원 기간을 고려한다면 (가치를 중시하는) 모든 구매자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 터다. 단, 구글이 이러한 장점을 효과적으로 마케팅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스마트폰의 중요성을 잘 전달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궁극적으로 일정 시점이 되면 더욱더 저렴한 픽셀 ‘b’ 제품군 스마트폰이 출시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픽셀 6a는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움직임이 될 것이며, 조금 늦기는 했지만 중급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모토로라가 모토 G를 출시했을 때처럼, 픽셀 6a 출시는 픽셀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구글의 안드로이드 철학을 대중에게 알리고, 이 회사가 진정한 스마트폰 플레이어로 거듭나며, 다른 기기 제조사가 해당 가격대에서 제공하는 품질과 지속성을 따라잡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올해의 가장 큰 안드로이드 기삿거리가 될 수도 있다.

* JR Raphael은 컴퓨터월드 객원 편집자다. 기술의 인간적 측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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