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확장할 수 있는 모듈형 PC 플랫폼을 향한 PC 업계의 시도는 오랫동안 진행된 바 있다. 주로 프로세서와 확장카드, 메모리를 모듈화하려는 시도였다. 이제 일련의 기업들이 칩 수준의 모듈형 PC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라고 불리는 칩 표준을 통해서다.
UCIe는 칩렛(칩 패키지 내부에 병합되는 독립적인 논리의 개별 조각) 개념과 관련된 표준이다. 사실 이러한 개념은 인텔과 AMD가 모두 선보인 바 있다. 일례로 인텔은 co-EMIB 및 ODI 연결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칩인 엘더 레이크를 이미 출시했다. 이 밖에 인텔과 AMD는 공동 엔지니어링 파트너십을 통해 AMD GPU를 내장한 인텔 CPU인 커비 레이크 G를 생산했는데, 이 또한 유사한 개념이다.
UCIe 구조는 향후 커비 레이크 G와 같은 칩을 훨씬 더 쉽게 제조할 잠재력을 제시한다. 이는 PCI 익스프레스 표준 또는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CXL(Compute Express Link)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특정 칩 제조사는 이를 활용해 한 회사에서 CPU 코어를, 다른 회사에서 GPU 코어를, 또 다른 회사의 와이파이 칩이나 5G 칩을 가져와 마치 레고블럭처럼 새로운 칩을 제조할 수 있게 된다.
UCIe 회원 기업으로는 AMD, Arm, ASE((Advanced Semiconductor Engineering, Inc.), 구글 클라우드, 인텔,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삼성, TSMC와 같은 주요 반도체 기업이 있다. 엔비디아가 아직 공식적으로 가입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이번 UCIe 표준은 일종의 양보이자 타협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단일 기업이 현대의 디자인 요구 사항을 모두 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행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PC 업계의 기업들은 CPU와 GPU, I/O를 모두 단일 칩에 내장한 올인원 프로세서를 설계하려 시도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더 큰 칩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며 이는 칩의 생산성을 크게 저하시킬 위험성을 내포한다. 즉 UCIe는 오늘날의 리소그래피 장비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하이브리드 칩의 등장 시점을 감안한 움직임에 해당한다.
여러 기업의 논리 블록으로 구축된 유니버설 칩렛 인터커넥트 익스프레스 표준 칩. 각각의 블록이 UCIe 를 통해 모두 연결된다. 출처 : UCIExpress.org
UCIe 의장이자 인텔 선임 펠로우인 데벤드라 다스 샤르마는 HPC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처리 능력에 대한 수요가 치솟는 가운데, 현대 디자인이 레티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더 작은 칩렛을 만들고 이어붙이는 것이 더 쉬워지는 시점이 도래했다”라며, “UCIe는 이를 구현하는 일종의 확장형 솔루션”라고 말했다.
한편 UCIe는 이론적으로 적절한 라이선스와 지적 재산권을 가진 사람(기업)이라면 누구나 여러 회사의 논리가 포함된 칩 패키지를 제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특수 로직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UCIe 인터페이스로 패키징하여 다른 칩 회사에 이를 판매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칩 업계에는 이미 유사한 기능과 개념이 존재했다. 알테라와 자일링스 같은 회사의 프로그래머블 로직과 FPGA가 대표적이다. 최근 인텔과 AMD가 인수한 기업들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번 UCIe는 흥미로운 상상을 자극한다. 앞으로 10년 내에 인텔과 AMD가 PC 제조사가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이다. 좀더 자세한 정보는
UCIe 백서(PDF)에서 확인할 수 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