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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ㅣ소프트웨어 개발자 대란(大亂)을 바라보며...

2021.12.01 정철환  |  CIO KR
2021년 IT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소위 ‘개발자 구하기 전쟁’이다.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의 급부상과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약진, 그리고 암호화폐와 NFT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분야의 기대감 확대와 이를 아우르는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한 기대 등으로 IT,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는 1990년대 후반 닷컴 붐 이후 다시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Getty Images

이런 상황에 따라 플랫폼 기업들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엄청난 수의 개발자들을 채용하고 있고 기존 기업들도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뉴노멀 시대를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IT 투자 및 플랫폼 구축에 뛰어들며 많은 수의 개발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카카오, 네이버, 쿠팡 등 소위 IT 플랫폼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대규모로 채용하면서 시작된 개발자 구하기 경쟁은 2021년의 개발자 연봉 인상 러시로 이어졌다. 2022년을 앞둔 지금, 개발자 부족 상황은 중소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은 물론 국내 굴지의 SI 회사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직업은 몇 년 전까지 4D 업종으로 불리며 외면당했다. 특히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개발하는 SI 분야는 야근과 강행군이 일상 된 영역으로 인식되고 불안정한 미래 전망까지 더해져 젊은 인재들이 꺼리는 직업이 됐다. 

필자가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현실에 대해 언급했던 칼럼도 다수가 있다(아래 참조). 이로 인해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학과의 입시 커트라인이 최하위권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만들었으며, 고등학교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로만 몰리는 현실을 만들었다. 요즘 세대는 믿지 못하겠지만 한때 의대보다 컴퓨터 관련학과의 커트라인이 높았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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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후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IT업계는 신규 인력의 공급이 현저히 침체됐다. IT분야의 신규 인력은 관련 학과 졸업생만으로는 근본적으로 부족하기에 타 전공 인력이 IT분야로 진입해야 하는데 2005년 이후 유입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런 이유로 지금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소위 허리(30대 중반~ 40대 중반)에 해당하는 개발인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다른 엔지니어링 분야와 같이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허리에 해당하는 인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데 이 부분을 50대 이상의 고참 개발자들이 메꾸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향후 이러한 개발자 부족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떠한 대응이 필요할까? 

한때 일부 기업에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을 따라 인도나 중국 또는 베트남의 IT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채택하기도 했으나 언어장벽 이외에도 순수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닌 IT서비스가 중심인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성상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하였다.

소프트웨어 인력의 양성은 교육계와 산업계가 함께 노력하여야 하는 분야다. 우선 기존 대학의 IT 관련 학과의 인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대학의 정원을 규제하는 법규가 문제가 되므로 이에 대한 정책적 의사 결정이 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대학에서의 커리큘럼도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정부와 교육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며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향후 수년 내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자 수요 대응을 위해 기업에서 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최근 개발자들이 몰리는 기업을 보면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네카라쿠배당토’다. 네이버(라인)와 카카오,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토스 등을 일컫는 말이다. 공통점은 모두 플랫폼 기업이다. 투자에 과감하며 미래에 대한 성장성과 개발자로서 역량 개발이 용이한 환경이다. 물론 연봉도 대체로 많이 준다.

결국 개발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 가지다. ‘미래 가능성’, ‘역량개발’, ‘처우’다. 이는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상당수가 몸담고 있는 SI 및 SM 분야 중심의 IT서비스업계가 소홀히 했던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플랫폼 기업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각자 자신의 업에 맞는 미래 발전 가능성과 개발자의 역량개발 및 자기 발전 그리고 처우 개선을 통해 개발자의 이탈을 막고 신규 개발자의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미래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며 제조업 분야나 서비스업, 유통업 등의 기업도 업의 특성을 바탕으로 개발자에게 미래 가능성과 역량 개발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개발자를 소모품이 아닌 귀중한 자원으로 인식하고 개발자의 발전과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플랫폼 기업 못지않은 미래 성장성을 제공할 수도 있다. 여기에 적절한 처우 개선을 함께한다면 기존 산업의 미래를 믿는 많은 개발자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개발자의 역량 개발을 위한 사내 문화를 만들어 신기술에 대한 도전과 시스템 구현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면 더욱 이상적이다.

차세대 ERP 시스템이나 CRM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및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도입한 기업 차세대 IT 시스템 구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IT 기술 접목 등 기존 업계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다. 

IT를 기업의 지원 수단이 아니라 미래 기업 경쟁력을 견인할 핵심 요건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자 한다면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여기에 자유롭고 도전적인 사내 문화까지 도입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물론 모든 기업이 같을 수는 없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처우 개선을 위한 여력도 다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개발자들이 좀 더 선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미래 가능성’,’역량 개발’,’처우 개선’ 중 실현 가능한 부분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IT 산업,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은 인력이 모든 것인 분야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는 우수한 인력과 그렇지 않은 인력 간의 생산성 차이가 10배 이상도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개발자 대란 시대에 우수한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IT 기업은 물론 제조업 등 일반 기업도 장기적으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붐’ 시절 IT 업계에 떠돌던 ‘개발자의 대학 전공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전공은 불문과다’라는 농담이 생각난다. 당시 많은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직원을 채용할 때 ‘전공 불문’으로 모집했다.

국문과, 영문과, 경제학과, 수학과, 철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이 무렵에 IT 업계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까지도 상당수가 대한민국의 IT를 이끌고 가는 인력들이다. 다시 전공 불문하고 많은 학생이 졸업 후 IT 분야,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뛰어들어 대한민국의 SW 산업을 이끌어 가는 날이 오길 바란다.

* 정철환 이사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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