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canvas

모바일 / 소비자IT

칼럼 | 웨어러블 컴퓨팅의 대참사, 구글 글래스

2014.06.20 Fredric Paul  |  Network World
구글은 컴퓨터 역사상 최고로 멋진 아이디어였던 구글 글래스를 완전한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다.



2012년 6월, 구글 I/O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처음 공개된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는 IT 역사상 가장 화려한 데뷔 무대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컨퍼런스에 참가한 이들은 스턴트 팀의 1인칭 시점을 통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스카이다이버가 샌프란시스코 상공을 나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지붕위로 착륙한 후, 산악 자전거에 올라타서 페달을 밟아 컨퍼런스 홀까지 오는 과정 모두를 경험할 수 있었다.

글래스가 컨퍼런스장에 도착했을 때 회의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참가자들은 웨어러블 컴퓨팅의 놀라운 혁명이라 생각했던 것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구글 글래스는 누구든 1,500달러만 내면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만약 사람들로부터 ‘글래스충(蟲)’이라 불릴 각오가 돼 있다면 말이다. 구글 글래스 착용자들은 영화관이나 레스토랑에서 입장을 금지당했으며, 압수당하는 사례도 있었고, 심지어 공중파 코미디 프로그램인 데일리 쇼(The Daily Show)의 제이슨 존스는 구글 글래스를 철저하게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분명 무언가가 잘못됐다. 구글 글래스는 혁신의 대명사가 돼야 했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기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 글래스는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글래스로 촬영한 사진이나 비디오의 품질은 ‘그저 그렇다’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으며, 인터넷 서핑 또한 제대로 하기 힘들다. 몇몇 웹사이트와 온라인 서비스 접속은 느리고, 버벅거리고, 심지어 해상도도 낮다. 구글 글래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이게 전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아니다. 애당초 글래스의 ‘마케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다.

구글은 저지른 가장 최초의 잘못은 바로 글래스를 처음에 ‘개발자 한정’으로 배포했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개발자들은 보통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난 사교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구글은 개발자들이 글래스에 멋진 새 앱을 만들어주기를 바라며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글래스를 공급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 구글 글래스는 전형적인 ‘괴짜’의 전유물로 각인돼 버렸다. 글래스는 곧 가격만 비싼 ‘공돌이의 장난감’으로 전락했다.

또한, 구글은 이런 글래스 초기 사용자들에게 ‘글래스 익스플로러(Glass Explorers)’라는 아주 허세 넘치는 명칭을 부여했다. 이 명칭 때문에 구글 글래스 사용자는 한층 더 우스꽝스러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구글은 웨어러블, 그것도 얼굴에 쓰는 컴퓨팅 기기를 디자인할 때 ‘패션’ 요소는 물론, 글래스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구글이 패션 전문가를 영입하고 각종 논란에 대해 해명을 하는 등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려 나섰을 때에는 이미 글래스에 대한 인식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였다.

안타깝게도 구글은 아직까지도 공공장소에서 구글 글래스가 필요한 명백한 이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는게 더 ‘재미’가 있나? 혹은 사용자가 더 ‘똑똑’해지는 것에 일조하는 것인가? 아니면 업무에 도움을 주는 것인가? 도대체 일반 모바일 기기 대신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얻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구글은 구글 글래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했다. 구글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글래스에 탑재했지만 정작 이것이 사용자의 ‘주변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즉, 구글은 글래스를 ‘돈 많은 이의 자기 만족용 기기’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구글은 현재 글래스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구글은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공식 발표를 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왜 글래스가 백안시되는지, 그 이유를 아직 파악하지 못한 듯 하다. 실제로, 구글이 ‘구글 글래스에 대한 오해(Google Glass Myths)’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반박문을 읽어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구글은 ‘글래스 익스플로러는 기술 만능주의에 빠진 괴짜다?’라는 의혹에 대해, “그렇지 않다. 우리의 글래스 익스플로러는 모든 계층을 아우른다. 글래스 익스플로러는 부모, 소방관, 동물원 사육사, 양조업자, 영화학과 학생, 기자, 의사 등 다양한 배경의 평범한 사람들이다”라고 해명했다.

구글의 반박문을 읽으면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구글은 ‘괴짜’의 정 반대 부류의 사람이 ‘부모’라는, 이상한 전제를 기반으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대체 얼마나 많은 소방관과 의사들이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길래 이를 ‘평범’의 범주에 포함시킨단 말인가.

구글이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기만 했다면 사태가 이토록 악화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구글은 ‘글래스’, 즉 ‘안경’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물건인지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했다. 안경은 얼굴의 일부다.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한다. 사람들이 이 1차적인 접촉 과정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면 소통은커녕 ‘대면’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은 글래스 착용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인들에 대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글래스가 현재 수행하는 작업을 (특히 녹화를) 분명하게 주변인들에게 인지시켜 공공장소 착용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도 있었다. 혹은, 아예 구글 글래스의 디자인에 집중해서 글래스가 하나의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으로써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도할 수도 있었다.

구글의 잘못된 계산으로 인한 결과는 자명하다. 이제 아무도 사람들 앞에서 글래스를 착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필자는 최근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된 SXSW 인터랙티브 컨퍼런스에서도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사람들을 겨우 몇 명밖에 보지 못했는데, 정작 착용자들조차도 멋쩍은 듯 보였다. 심지어 구글 글래스의 유명 열성팬으로 ‘글래스충’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로버트 스코블마저도 이제는 “구글이 처음 단추를 잘못 꿰었다”며 실패를 인정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구글 글래스는 완전히 몰락했지만, 구글 글래스가 아닌 다른 ‘웨어러블 글래스’는 더 나은 제품, 제대로 된 마케팅을 통해서 얼마든지 성공을 거둘 수도 있었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웨어러블 글래스를 선보였다면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구글의 마케팅 대참사로 인해, 당분간 ‘웨어러블 글래스’ 제품들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던 간에 구글 글래스로 인한 오명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ditor@itworld.co.kr
 
CIO Korea 뉴스레터 및 IT 트랜드 보고서 무료 구독하기
추천 테크라이브러리

회사명:한국IDG 제호: CIO Korea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등록번호 : 서울 아01641 등록발행일자 : 2011년 05월 27일

발행인 : 박형미 편집인 : 천신응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