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 사이에서 시간과 집중력을 고르게 분배하는 원칙인 ‘워라벨(Work-life Balance)’은 개인 그리고 기업 모두에게 이점을 제공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면 건강, 생산성, 직원 유지 및 이직률을 개선하고 결과적으로 번아웃을 방지할 수 있다고 <CIO닷컴>과 인터뷰한 CIO들은 말했다. 하지만 일과 삶의 건강한 균형을 이루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고도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CIO들은 이사회에서 더 큰 기회와 책임을 갖게 됐다. 프로젝트 딜리버리 팀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제공해야 하는 압박도 커졌다. IT에 관한 비즈니스적 기대치가 꽃을 피웠지만 이는 그 자체로 양날의 검과 같다.
CIO, 워라벨, 글로벌 팬데믹
美 EHR 소프트웨어 회사 ‘넷헬스(NetHealth)’의 CIO 제이슨 제임스는 많은 기술 리더와 마찬가지로 팬데믹 시작과 함께 일에 몰두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를 돌이켜보면…(일이) 통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였기 때문”이라면서, “일이 탈출구였지만 지속하기 힘들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제임스는 “점심시간, 밤, 주말까지 일하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가족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CIO로서는 성공하고 있었을지 몰라도 아버지나 남편으로서는 그렇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메일과 메시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정하고 밖으로 나가서 점심을 먹는 등 일을 균형 있게 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지만 업무가 가족과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여전히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英 런던 버로우 오브 캠던구(London Borough of Camden)의 CDIO 타리크 칸에게 워라밸은 완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지난해 CIO로 취임한 그는 봉쇄조치 기간 동안 자녀들의 홈스쿨링과 업무를 병행하면서 새로운 동료를 가상으로 만나고 제한된 재원으로 정부 서비스를 지원해야 했다.
칸은 “학습 곡선이 매우 가팔랐고, 팬데믹 기간 동안 지방 정부 서비스 수요가 커져 업무량이 증가했다”라고 전했다.
고립된 상태로 팀 이끌기
몇몇 CIO들은 고립된 상태로 일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토로하면서, 그 이유로 대면 접촉의 부재, 화상회의의 특성, 팀과 파트너 생태계를 이끌고 지원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부담 등을 꼽았다.
일부는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은(혹은 해야 한다는) 생각과 싸우는 게 더 어려웠으며,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에 더욱더 그랬다고 밝혔다.
주치의 서비스 ‘케어닥(Caredoc)’에서 16년 동안 근무하다가 지난해 ‘부츠 아일랜드(Boots Ireland)’의 IT 책임자로 합류한 미쉘 컨즈는 새로운 직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동시에 집에서 삶의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차 휴가를 냈을 때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저녁 무렵에 전화를 걸어 진행 중인 프로젝트 상황을 확인했다”라면서, “새로 와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바랬던 것도 있다. 업무와의 연결을 끊는 게 꽤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英 ‘옥스퍼드 경영대학원(Oxford Business School)’의 CIO 마크 브람웰은 불가피하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업무와의 연결을 끊어야 했다. 지난 5월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이다. 그는 이 일이 스스로를 챙기라는 ‘경종’이었다면서,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평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브람웰은 “단순히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위임하며 얼마나 영리하게 일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업무에 있어 새로운 경계를 설정했다. 또 ‘아니요’라고 말하는 법과 ‘개인적인 시간’을 보호하는 방법도 배웠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워라벨을 실현하려면 우선순위를 설정하라
워라벨은 위임, 우선순위 지정, 명확한 경계 설정, 휴식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CIO들은 강조했다. 칸에 따르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누군가 ‘받은 편지함(inbox)’을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나의 할 일 목록’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라면서, “따라서 하루 일과를 어떻게 계획할지 결정하는 (마치 북극성과도 같은) 전략적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시간과 집중력은 가장 가치 있는 소비재다. 현명하게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英 에식스대학교(Essex University)의 CDTO 조트 셈비는 일상적인 습관을 만들고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보호 시간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업무 외 새로운 취미 활동을 하면서 워라밸을 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피아노 연주와 체스를 포함해 몇 가지 모임을 시작했다. 모임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짐 그룹(Gym Group)’의 CIO 재스퍼 맥킨토시는 퇴근 시간을 정하는 것 그리고 책상을 벗어나 팀원들과 캐주얼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균형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일이 정말 정신없을 때는 하루에 12시간을 업무 이야기만 하게 된다. 우뇌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팀의 워라벨을 구축하는 방법
컨즈와 브람웰은 팀 내에서 신뢰 및 투명성을 쌓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모든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스톤 미술관(Boston Museum of Fine Arts)의 CIO 톰 카탈리니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업무 성과에 대한 보상이 모든 직원의 건강한 워라밸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카탈리니는 “팀원들이 일을 마치기 위해 추가적인 리소스를 들여야 한다면 점심시간을 늘려주거나 오후를 쉬게 하거나 휴가를 추가로 주는 등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정책으로 만드는 게 균형을 모델링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넥스트헬스에서 남성 최초로 유급 육아휴직을 쓴 제임스는 공감, 유연성 등 오늘날 CIO에게 요구되는 ‘소프트 스킬’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인재 유지를 개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람은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이를 이해하게 됐다. 많은 사람이 직장 생활에서 더 큰 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 역할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수용하는 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유인하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임스는 설명했다.
카탈리니는 워라벨의 핵심이 궁극적으로 스마트해지는 것이라면서, “균형 잡힌 삶은 유익할 뿐만 아니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필수적이다. 행복은 성공만큼 중요하다. 더 큰 행복과 균형은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