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5

블로그ㅣ텐서 칩 탑재 '픽셀 6'가 아이폰 왕좌까지 노릴 만한 이유

Michael Simon | Macworld
불과 몇 시간만이었다. 애플의 '봉인해제(Unleashed)' 행사에서 M1 프로와 M1 맥스 프로세서가 탑재된 신형 맥북프로가 공개된 후 업계의 이목이 구글에 쏠렸다. 신형 스마트폰 '픽셀 6'와 '픽셀 6 프로'가 공식 출시된 것이다. 양사가 선보인 제품은 서로 달랐지만 신형 스마트폰 전략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 Google

구글의 신형 픽셀폰 디자인은 종전과 달리 아이폰과 사뭇 달랐다. 지난 몇 년 간 구글은 중저가 아이폰처럼 보이는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나 이번엔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했다. 마침내 독특하면서 꽤 괜찮은 스마트폰 디자인을 선보인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여러 개의 카메라가 장착된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이다. 아이폰과 이전의 픽셀폰, 삼성 갤럭시폰에서 볼 수 있었던 정사각형 카메라 모듈에서 탈피했다. 이를 통해 ‘픽셀 6’만의 독자적인 존재감을 지니게 됐다.
 
ⓒ Google

디자인을 제외하면, 신형 픽셀폰은 그 어느 때보다 애플 아이폰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우선 구글이 자체 개발한 칩을 탑재한 것이 그렇다. 구글에 따르면 픽셀 6는 '텐서(Tensor)'라는 모바일 칩을 탑재해 픽셀 5보다 최대 80% 빠르다. 그런데 속도 향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구글만의 특화된 기술을 탑재한 것이다. 픽셀 6에는 인공지능(AI),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 기법(computational photography)이 탑재됐으며, 전력 효율성도 높다.

텐서가 구글 최초의 CPU라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이 기성품 프로세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을 의미한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 칩은 속도가 빠르고 전력 효율성도 뛰어나지만 구글은 이 칩이 자사가 필요로하는 기술을 구현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애플이 자체 칩을 개발해 인텔 칩 의존에서 탈피한 전략과 비슷하다.

구글이 CPU를 자체 제작하면서 스마트폰 구성 요소에서 외관까지 전부 변화를 줄 수 있었고 픽셀 6만의 강점을 부각시켰다. 픽셀 6는 현존하는 안드로이드폰 중 속도가 가장 빠르진 않아도 다재다능한 기능으로 차별화한 제품일 수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에서 ‘A4 칩’을 탑재했을 때 속도와 배터리 수명에 중점을 뒀다. 당시 애플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면서도 전력 효율이 뛰어난 모바일 프로세서"라며 멀티태스킹 능력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A12 바이오닉 칩을 통해 카메라 프로세싱과 신경망 기술을 선보이기까지 여러 세대가 지나야 했다.
 
ⓒGoogle

반면 텐서 칩은 첫 세대부터 이러한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텐서가 안드로이드 기기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로 부상할 가능성까지 점칠 수 있겠다. 이제 구글은 사상 최초로 프로세서와 하드웨어, 운영체제까지 스택 전체를 애플처럼 통제하기 시작했다.

또 자체 개발한 칩을 탑재해 다른 안드로이드폰과 차별화하려는 구글의 시도는 애플과 유사하다. 이미 구글은 AI와 사진 프로세싱 기술로 대부분의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있다. 구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칩이 픽셀폰에 안겨주는 가치는 A-시리즈 칩이 아이폰에 가져다 준 가치보다 더 클 수도 있다.

픽셀 6가 안드로이드폰으로 단연 돋보이는 제품이지만, 다른 안드로이드폰을 넘어 아이폰을 따라잡겠다는 큰 그림이 가능해진 것이다.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여지까지 생긴 셈이다.

구글 생태계 ‘록인(lock-in)’ 전략
그동안 구글은 픽셀폰을 출시할 때 크기만 다른 2종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애플의 아이폰처럼 '프로' 모델과 '프로가 아닌' 모델로 나눠 2종을 출시했다. ‘픽셀 6 프로’가 '픽셀 6'보다 전면 카메라 성능이 더 뛰어난 점을 제외하면, 신형 픽셀폰 2종 간의 차이점도 애플과 비슷하다. 픽셀 6 프로는 픽셀 6와 달리 망원 카메라가 하나 더 추가돼 있고, 크고 빠른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또 픽셀 6 프로는 픽셀 6보다 확장된 램(RAM)을 지원하며 배터리가 더 크고 제품 색상이 다양하다.
 
ⓒ Google

과거 애플은 사용자들이 아이폰 프로 모델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면서 아이폰의 평균 판매가를 성공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런 전략이 구글에도 통할 수 있다. 구글은 픽셀 6 가격을 599달러, 픽셀 6 프로 가격을 899 달러로 책정했다. 픽셀 6가 파격적인 할인 제품이고 픽셀 6 프로가 프리미엄 제품인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가격차다.

또한, 구글은 애플 원과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판매 정책을 신형 픽셀폰에 도입했다. 한 달에 45달러(픽셀 6) 또는 55달러(픽셀 6 프로)를 지불하면 구글 원 스토리지 200GB 용량과 폰 케어(Preferred Care) 프로그램, 유튜브 프리미엄 및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서비스 구독, 구글 플레이 패스를 2년 간 제공한다. 2년의 서비스 기간이 종료될 시점에 신형 픽셀폰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기존 폰에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 각 서비스별 요금은 다음과 같다.

⦁ 유튜브/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12달러
⦁ 구글 플레이 패스: 5달러
⦁ 200GB 구글 원: 2.99달러
⦁ 픽셀 폰 케어 프로그램: 7달러/9달러
⦁ 픽셀 6: 25달러
⦁ 픽셀 5 프로: 37.50달러

이 판매 정책을 통해 픽셀 6에서 한달에 7달러, 픽셀 6 프로에서 한 달에 11.50 달러를 아낄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에게 애플케어+, 애플 뮤직, 애플 TV+, 애플 아케이드를 묶어서 제공한 ‘애플 원 번들’과 유사하다. 다만 아이폰 사용자가 번들 상품에 가입해도 할인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 Google

픽셀 패스는 가격 할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구글의 픽셀 패스는 특별한 방식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애플의 '록인(lock-in)' 전략을 좀 더 새로운 차원으로 구사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용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다른 안드로이드 폰이 없기 때문이다. 픽셀폰이 아이폰에 버금가는 하드웨어 경험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아이폰에 맞서는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폰을 만들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애플의 강점은 디자인이나 기능이기보다는, '록인' 전략을 통해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묶어 두는 것이다. 이제 구글도 픽셀 6를 통해 애플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려고 한다. 앞으로 일부 아이폰 사용자들이 픽셀 6로 갈아타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 마이클 사이먼은 아이팟이 아이워크였던 시절부터 애플을 취재해왔다. 사이먼의 기술에 대한 집착은 드라이브 교체를 위한 리프트업 키보드가 장착된 IBM 씽크패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ciokr@idg.co.kr



2021.10.25

블로그ㅣ텐서 칩 탑재 '픽셀 6'가 아이폰 왕좌까지 노릴 만한 이유

Michael Simon | Macworld
불과 몇 시간만이었다. 애플의 '봉인해제(Unleashed)' 행사에서 M1 프로와 M1 맥스 프로세서가 탑재된 신형 맥북프로가 공개된 후 업계의 이목이 구글에 쏠렸다. 신형 스마트폰 '픽셀 6'와 '픽셀 6 프로'가 공식 출시된 것이다. 양사가 선보인 제품은 서로 달랐지만 신형 스마트폰 전략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 Google

구글의 신형 픽셀폰 디자인은 종전과 달리 아이폰과 사뭇 달랐다. 지난 몇 년 간 구글은 중저가 아이폰처럼 보이는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나 이번엔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했다. 마침내 독특하면서 꽤 괜찮은 스마트폰 디자인을 선보인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여러 개의 카메라가 장착된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이다. 아이폰과 이전의 픽셀폰, 삼성 갤럭시폰에서 볼 수 있었던 정사각형 카메라 모듈에서 탈피했다. 이를 통해 ‘픽셀 6’만의 독자적인 존재감을 지니게 됐다.
 
ⓒ Google

디자인을 제외하면, 신형 픽셀폰은 그 어느 때보다 애플 아이폰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우선 구글이 자체 개발한 칩을 탑재한 것이 그렇다. 구글에 따르면 픽셀 6는 '텐서(Tensor)'라는 모바일 칩을 탑재해 픽셀 5보다 최대 80% 빠르다. 그런데 속도 향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구글만의 특화된 기술을 탑재한 것이다. 픽셀 6에는 인공지능(AI),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 기법(computational photography)이 탑재됐으며, 전력 효율성도 높다.

텐서가 구글 최초의 CPU라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이 기성품 프로세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을 의미한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 칩은 속도가 빠르고 전력 효율성도 뛰어나지만 구글은 이 칩이 자사가 필요로하는 기술을 구현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애플이 자체 칩을 개발해 인텔 칩 의존에서 탈피한 전략과 비슷하다.

구글이 CPU를 자체 제작하면서 스마트폰 구성 요소에서 외관까지 전부 변화를 줄 수 있었고 픽셀 6만의 강점을 부각시켰다. 픽셀 6는 현존하는 안드로이드폰 중 속도가 가장 빠르진 않아도 다재다능한 기능으로 차별화한 제품일 수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에서 ‘A4 칩’을 탑재했을 때 속도와 배터리 수명에 중점을 뒀다. 당시 애플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면서도 전력 효율이 뛰어난 모바일 프로세서"라며 멀티태스킹 능력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A12 바이오닉 칩을 통해 카메라 프로세싱과 신경망 기술을 선보이기까지 여러 세대가 지나야 했다.
 
ⓒGoogle

반면 텐서 칩은 첫 세대부터 이러한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텐서가 안드로이드 기기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로 부상할 가능성까지 점칠 수 있겠다. 이제 구글은 사상 최초로 프로세서와 하드웨어, 운영체제까지 스택 전체를 애플처럼 통제하기 시작했다.

또 자체 개발한 칩을 탑재해 다른 안드로이드폰과 차별화하려는 구글의 시도는 애플과 유사하다. 이미 구글은 AI와 사진 프로세싱 기술로 대부분의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있다. 구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칩이 픽셀폰에 안겨주는 가치는 A-시리즈 칩이 아이폰에 가져다 준 가치보다 더 클 수도 있다.

픽셀 6가 안드로이드폰으로 단연 돋보이는 제품이지만, 다른 안드로이드폰을 넘어 아이폰을 따라잡겠다는 큰 그림이 가능해진 것이다.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여지까지 생긴 셈이다.

구글 생태계 ‘록인(lock-in)’ 전략
그동안 구글은 픽셀폰을 출시할 때 크기만 다른 2종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애플의 아이폰처럼 '프로' 모델과 '프로가 아닌' 모델로 나눠 2종을 출시했다. ‘픽셀 6 프로’가 '픽셀 6'보다 전면 카메라 성능이 더 뛰어난 점을 제외하면, 신형 픽셀폰 2종 간의 차이점도 애플과 비슷하다. 픽셀 6 프로는 픽셀 6와 달리 망원 카메라가 하나 더 추가돼 있고, 크고 빠른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또 픽셀 6 프로는 픽셀 6보다 확장된 램(RAM)을 지원하며 배터리가 더 크고 제품 색상이 다양하다.
 
ⓒ Google

과거 애플은 사용자들이 아이폰 프로 모델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면서 아이폰의 평균 판매가를 성공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런 전략이 구글에도 통할 수 있다. 구글은 픽셀 6 가격을 599달러, 픽셀 6 프로 가격을 899 달러로 책정했다. 픽셀 6가 파격적인 할인 제품이고 픽셀 6 프로가 프리미엄 제품인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가격차다.

또한, 구글은 애플 원과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판매 정책을 신형 픽셀폰에 도입했다. 한 달에 45달러(픽셀 6) 또는 55달러(픽셀 6 프로)를 지불하면 구글 원 스토리지 200GB 용량과 폰 케어(Preferred Care) 프로그램, 유튜브 프리미엄 및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서비스 구독, 구글 플레이 패스를 2년 간 제공한다. 2년의 서비스 기간이 종료될 시점에 신형 픽셀폰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기존 폰에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 각 서비스별 요금은 다음과 같다.

⦁ 유튜브/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12달러
⦁ 구글 플레이 패스: 5달러
⦁ 200GB 구글 원: 2.99달러
⦁ 픽셀 폰 케어 프로그램: 7달러/9달러
⦁ 픽셀 6: 25달러
⦁ 픽셀 5 프로: 37.50달러

이 판매 정책을 통해 픽셀 6에서 한달에 7달러, 픽셀 6 프로에서 한 달에 11.50 달러를 아낄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에게 애플케어+, 애플 뮤직, 애플 TV+, 애플 아케이드를 묶어서 제공한 ‘애플 원 번들’과 유사하다. 다만 아이폰 사용자가 번들 상품에 가입해도 할인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 Google

픽셀 패스는 가격 할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구글의 픽셀 패스는 특별한 방식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애플의 '록인(lock-in)' 전략을 좀 더 새로운 차원으로 구사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용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다른 안드로이드 폰이 없기 때문이다. 픽셀폰이 아이폰에 버금가는 하드웨어 경험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아이폰에 맞서는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폰을 만들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애플의 강점은 디자인이나 기능이기보다는, '록인' 전략을 통해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묶어 두는 것이다. 이제 구글도 픽셀 6를 통해 애플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려고 한다. 앞으로 일부 아이폰 사용자들이 픽셀 6로 갈아타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 마이클 사이먼은 아이팟이 아이워크였던 시절부터 애플을 취재해왔다. 사이먼의 기술에 대한 집착은 드라이브 교체를 위한 리프트업 키보드가 장착된 IBM 씽크패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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