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2

칼럼 | 인공지능 플랫폼과 노동

정철환 | CIO KR
세계 최초로 체스게임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긴 것은 언제였을까? 1997년에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인 개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IBM이 개발한 딥블루(Deep Blue)가 승리한 때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건으로 보면 1770년에 오스트리아의 여왕이었던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a, 1717~1780)를 위해 볼프강 폰 켐펠렌(Wolfgang von Kempelen, 1734~1804)이 만들었던 미케니컬 터크(Turk)가 대중 앞에서 세계 최초로 인간 체스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승리한 생각하는 기계였다. 터크라고 부른 이유는 체스를 두는 기계의 인물이 터키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 터크 체스 기계 (Mechanical Turk)의 구조 <출처: 위키피디아>

당시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아마 놀라움에 가득 찼을 것이다. 이후 꽤 오랜 기간 동안 미케니컬 터크는 유럽을 순회하며 여러 체스 플레이어들을 이기고 다녔으며 나폴레옹과도 게임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체스 기계는 위 그림과 같이 통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조작을 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미케니컬 터크의 비밀은 켐펠렌이 죽을 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한때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도 대중에게는 자사의 검색 엔진 시스템이 매우 뛰어남을 홍보했으나 미케니컬 터크와 같이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작업을 통해 색인을 정리하고 사이트를 분류하는 과정을 거쳐 검색 서비스를 운영했다.

세계 최고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아마존의 경우 자사의 초대형 풀필먼트 센터 (fulfillment center)가 자동화된 로봇인 키바(KIVA)에 의해 운영된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아마존의 물류 센터에는 수많은 작업자들이 물류 배송의 최종 작업을 로봇의 효율에 맞춰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택배 분야의 작업자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세상이 디지털화 되고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은 딥러닝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에 의해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를 논할 때 항상 노동의 미래에 대한 이슈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다. 그리고 이 이슈에는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이 늘 공존한다.

긍정적인 전망은 단순, 반복적인 일은 인공지능이 처리하고 인간은 좀 더 창의적인 일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며 부정적인 전망은 대부분의 일자리가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어 미래에는 일자리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런데 미케니컬 터크의 사례를 통해 또 다른 전망을 해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미래에 인간의 일자리는 여전히 많이 존재하나 많은 비중의 일이 인공지능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숨은 일자리가 되는 상황이다.

지난 20세기 3D 업종의 제조업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되어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선진국에 공급함으로써 임금의 상승을 억제하고 안정적인 물가를 유지할 수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이 보편화 된 미래에 시스템을 통해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회의 이면에 수많은 저임금 지식 노동자들의 작업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마존의 웹 서비스(AWS) 중 한 서비스의 이름이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다. AWS 사이트에는 해당 서비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돼 있다.

“Amazon Mechanical Turk는 요청자가 HIT(인간 지능 작업)로 작업을 게시하는 포럼입니다. 작업자는 보수에 대한 대가로 HIT를 완료합니다. Mechanical Turk 개발자 샌드박스, Amazon Mechanical Turk API 및 AWS SDK를 사용하여 HIT를 작성, 테스트 및 게시합니다.”

인공지능의 학습이나 데이터 분류, 편집, 분석 등을 위해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한 인력을 전세계의 사람들 중에서 제시한 금액을 수용하는 사람과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 게시되는 엄청난 양의 컨텐츠 중 부적절한 컨텐츠를 걸러주는 기능에도 사용되는 서비스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서비스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대부분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시된 단가는 경쟁에 의해 결정되므로 더 싼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지원자가 나타나면 대체된다. 또한 전세계를 대상으로 지원자를 모집하므로 특정 지역의 인건비 수준을 보장받을 수 없다.

최근 ‘플랫폼 노동’, ‘유령 노동’ 등의 개념으로 언론에서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과 플랫폼 산업의 발전에 따른 미래의 사회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만을 믿고 기대하기에 불편한 요소들이 있다.

반면 기술의 발전에 따른 노동과 사회의 변화를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만도 없다. 산업혁명 초기 아동 노동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으나 점차 노동 환경의 개선과 삶의 질 개선을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최근 인공지능 서비스와 플랫폼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이다.

*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제조업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21.09.02

칼럼 | 인공지능 플랫폼과 노동

정철환 | CIO KR
세계 최초로 체스게임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긴 것은 언제였을까? 1997년에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인 개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IBM이 개발한 딥블루(Deep Blue)가 승리한 때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건으로 보면 1770년에 오스트리아의 여왕이었던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a, 1717~1780)를 위해 볼프강 폰 켐펠렌(Wolfgang von Kempelen, 1734~1804)이 만들었던 미케니컬 터크(Turk)가 대중 앞에서 세계 최초로 인간 체스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승리한 생각하는 기계였다. 터크라고 부른 이유는 체스를 두는 기계의 인물이 터키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 터크 체스 기계 (Mechanical Turk)의 구조 <출처: 위키피디아>

당시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아마 놀라움에 가득 찼을 것이다. 이후 꽤 오랜 기간 동안 미케니컬 터크는 유럽을 순회하며 여러 체스 플레이어들을 이기고 다녔으며 나폴레옹과도 게임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체스 기계는 위 그림과 같이 통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조작을 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미케니컬 터크의 비밀은 켐펠렌이 죽을 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한때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도 대중에게는 자사의 검색 엔진 시스템이 매우 뛰어남을 홍보했으나 미케니컬 터크와 같이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작업을 통해 색인을 정리하고 사이트를 분류하는 과정을 거쳐 검색 서비스를 운영했다.

세계 최고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아마존의 경우 자사의 초대형 풀필먼트 센터 (fulfillment center)가 자동화된 로봇인 키바(KIVA)에 의해 운영된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아마존의 물류 센터에는 수많은 작업자들이 물류 배송의 최종 작업을 로봇의 효율에 맞춰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택배 분야의 작업자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세상이 디지털화 되고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은 딥러닝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에 의해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를 논할 때 항상 노동의 미래에 대한 이슈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다. 그리고 이 이슈에는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이 늘 공존한다.

긍정적인 전망은 단순, 반복적인 일은 인공지능이 처리하고 인간은 좀 더 창의적인 일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며 부정적인 전망은 대부분의 일자리가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어 미래에는 일자리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런데 미케니컬 터크의 사례를 통해 또 다른 전망을 해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미래에 인간의 일자리는 여전히 많이 존재하나 많은 비중의 일이 인공지능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숨은 일자리가 되는 상황이다.

지난 20세기 3D 업종의 제조업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되어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선진국에 공급함으로써 임금의 상승을 억제하고 안정적인 물가를 유지할 수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이 보편화 된 미래에 시스템을 통해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회의 이면에 수많은 저임금 지식 노동자들의 작업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마존의 웹 서비스(AWS) 중 한 서비스의 이름이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다. AWS 사이트에는 해당 서비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돼 있다.

“Amazon Mechanical Turk는 요청자가 HIT(인간 지능 작업)로 작업을 게시하는 포럼입니다. 작업자는 보수에 대한 대가로 HIT를 완료합니다. Mechanical Turk 개발자 샌드박스, Amazon Mechanical Turk API 및 AWS SDK를 사용하여 HIT를 작성, 테스트 및 게시합니다.”

인공지능의 학습이나 데이터 분류, 편집, 분석 등을 위해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한 인력을 전세계의 사람들 중에서 제시한 금액을 수용하는 사람과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 게시되는 엄청난 양의 컨텐츠 중 부적절한 컨텐츠를 걸러주는 기능에도 사용되는 서비스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서비스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대부분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시된 단가는 경쟁에 의해 결정되므로 더 싼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지원자가 나타나면 대체된다. 또한 전세계를 대상으로 지원자를 모집하므로 특정 지역의 인건비 수준을 보장받을 수 없다.

최근 ‘플랫폼 노동’, ‘유령 노동’ 등의 개념으로 언론에서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과 플랫폼 산업의 발전에 따른 미래의 사회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만을 믿고 기대하기에 불편한 요소들이 있다.

반면 기술의 발전에 따른 노동과 사회의 변화를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만도 없다. 산업혁명 초기 아동 노동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으나 점차 노동 환경의 개선과 삶의 질 개선을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최근 인공지능 서비스와 플랫폼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이다.

*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제조업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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