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13

박승남의 畵談 | 관점 – 잘 만든 시스템 vs 잘 쓰는 시스템

박승남 | CIO KR


‘잘 만들지 마세요!’ 제가 Kick-off 때 프로젝트 멤버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 말에 다들 당황해 하다가 ‘잘 만든 시스템이 아니라, 잘 쓰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세요’ 라고 하면 그제서야 이해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내내 저의 잘 쓰는 시스템 관점과 개발자들의 잘 만들려는 시스템과의 싸움은 계속됩니다.

인간의 한계로 3차원입체를 머리로는 알지만 눈으로는 2차원적인 평면으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위 그림의 원뿔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 삼각형으로도 원으로도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가지 사안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나의 관점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실제로는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IT프로젝트뿐 아니라 회사와 개인생활에서도 서로간의 시각차이를 발견하게 되는데, 아래에 입장이 다른 상호간에 서로 다른 관점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공급자와 수요자 시각
몇 년 전에 이전에 다녔던 IT벤더에 ‘갑’인 CIO로서 강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강의 직전에 제 회사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에서 제 친정이라 할 수 있는 그 업체가 경쟁에서 졌고, 저에 대한 불만(?)도 조금은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때 강의하면서 두 장의 슬라이드를 보여주었습니다. 한 장은 그 회사의 제안의 특장점이었고, 다른 한 장은 경쟁사의 내용이었습니다. 제안사 이름을 A,B로 익명처리하고, 어느 슬라이드가 여러분 회사에서 제안한 내용 같습니까? 라고 질문했습니다. 거의 반반 A,B로 나뉘어졌습니다.

저는 ‘자, 제안서에 여러분 회사의 색깔이 전혀 반영된 것 같지 않고, 여러분도 두 회사의 제안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안의 차별성을 못 느끼는 이 상태에서 저는 어떤 결정을 해야 했을까요?’라고 말하면서, 제안하는 사람 입장이 아니라, 제안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제안하셔야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CIO이다 보니 IT업체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게 드는 생각은 ‘참 본인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구나. 내게 필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닌데…’ 와 ‘나도 업체에 있을 때 저랬었지...’라는 반성이었습니다. 공급자의 목적이 판매에 있다면 수요자의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2. 직급별 관점
실무자와 경영진이 보는 관점은 분명 다릅니다. 하지만, 실무자가 팀장에게 보고하는 내용과 형식그대로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여러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경영진에게는 사소한 것일 수 있고, 그 반대이기도 합니다.

실무자들은 과정과 본인의 노력을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만, 위로 갈수록 최종적인 비용과 효과를 알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CIO로서 제가 싫어하는 단어중의 하나가 ‘고도화’입니다. 실무자들이 작성한 중장기 계획을 보면 거의 대부분, 5년 전 자료이든 현재 자료이든, 2~3년 후에는 ‘고도화’하겠다고 명시합니다. 제게 고도화는 머리에도 가슴에도 와 닿지 않는 단어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고도화해서 사용자에게 무엇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입니다.

직급별로 관심부분이 어떤 것인가를 파악하고 그 대상의 시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
개발자들은 도입되는 기술을 이야기 하고 세부적인 기능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IT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A라는 첨단 기술이 들어갔고, 가상화와 서버통합을 했습니다’를 강조하지만, 사용자는 얼마나 편해지고 빨라지는지가 궁금할 뿐입니다.

시스템 개발 측에서 수십 페이지의 세세한 사용자 매뉴얼을 작성하고 뿌듯해할 때, 사용자는 자신이 자주 쓰는 기능 몇 개만 그림으로 설명해주는 것을 원할지도 모릅니다.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 불만과 추가 요청사항을 조사해보면, 반 이상이 이미 시스템에 구현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만든 시스템이 잘 쓰는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자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잘 ‘홍보’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잘 쓰여질 때 IT시스템의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현업의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위의 사례 외에도 많은 경우에, 우리는 내 관점에서 내가 이렇게 훌륭하고 이만큼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러한 것들이 ‘그래서?’ 라고 생각하는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요?

옆에서는 삼각형이지만, 원뿔은 위에서 보면 ‘원’입니다.

내 시각이 아니라 내가 관계하고 있는 상대의 관점에서 보면 ‘답’이 보이지 않을까요?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아홀딩스의 CIO로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이전에는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2014.01.13

박승남의 畵談 | 관점 – 잘 만든 시스템 vs 잘 쓰는 시스템

박승남 | CIO KR


‘잘 만들지 마세요!’ 제가 Kick-off 때 프로젝트 멤버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 말에 다들 당황해 하다가 ‘잘 만든 시스템이 아니라, 잘 쓰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세요’ 라고 하면 그제서야 이해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내내 저의 잘 쓰는 시스템 관점과 개발자들의 잘 만들려는 시스템과의 싸움은 계속됩니다.

인간의 한계로 3차원입체를 머리로는 알지만 눈으로는 2차원적인 평면으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위 그림의 원뿔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 삼각형으로도 원으로도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가지 사안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나의 관점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실제로는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IT프로젝트뿐 아니라 회사와 개인생활에서도 서로간의 시각차이를 발견하게 되는데, 아래에 입장이 다른 상호간에 서로 다른 관점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공급자와 수요자 시각
몇 년 전에 이전에 다녔던 IT벤더에 ‘갑’인 CIO로서 강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강의 직전에 제 회사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에서 제 친정이라 할 수 있는 그 업체가 경쟁에서 졌고, 저에 대한 불만(?)도 조금은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때 강의하면서 두 장의 슬라이드를 보여주었습니다. 한 장은 그 회사의 제안의 특장점이었고, 다른 한 장은 경쟁사의 내용이었습니다. 제안사 이름을 A,B로 익명처리하고, 어느 슬라이드가 여러분 회사에서 제안한 내용 같습니까? 라고 질문했습니다. 거의 반반 A,B로 나뉘어졌습니다.

저는 ‘자, 제안서에 여러분 회사의 색깔이 전혀 반영된 것 같지 않고, 여러분도 두 회사의 제안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안의 차별성을 못 느끼는 이 상태에서 저는 어떤 결정을 해야 했을까요?’라고 말하면서, 제안하는 사람 입장이 아니라, 제안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제안하셔야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CIO이다 보니 IT업체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게 드는 생각은 ‘참 본인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구나. 내게 필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닌데…’ 와 ‘나도 업체에 있을 때 저랬었지...’라는 반성이었습니다. 공급자의 목적이 판매에 있다면 수요자의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2. 직급별 관점
실무자와 경영진이 보는 관점은 분명 다릅니다. 하지만, 실무자가 팀장에게 보고하는 내용과 형식그대로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여러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경영진에게는 사소한 것일 수 있고, 그 반대이기도 합니다.

실무자들은 과정과 본인의 노력을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만, 위로 갈수록 최종적인 비용과 효과를 알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CIO로서 제가 싫어하는 단어중의 하나가 ‘고도화’입니다. 실무자들이 작성한 중장기 계획을 보면 거의 대부분, 5년 전 자료이든 현재 자료이든, 2~3년 후에는 ‘고도화’하겠다고 명시합니다. 제게 고도화는 머리에도 가슴에도 와 닿지 않는 단어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고도화해서 사용자에게 무엇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입니다.

직급별로 관심부분이 어떤 것인가를 파악하고 그 대상의 시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
개발자들은 도입되는 기술을 이야기 하고 세부적인 기능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IT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A라는 첨단 기술이 들어갔고, 가상화와 서버통합을 했습니다’를 강조하지만, 사용자는 얼마나 편해지고 빨라지는지가 궁금할 뿐입니다.

시스템 개발 측에서 수십 페이지의 세세한 사용자 매뉴얼을 작성하고 뿌듯해할 때, 사용자는 자신이 자주 쓰는 기능 몇 개만 그림으로 설명해주는 것을 원할지도 모릅니다.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 불만과 추가 요청사항을 조사해보면, 반 이상이 이미 시스템에 구현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만든 시스템이 잘 쓰는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자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잘 ‘홍보’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잘 쓰여질 때 IT시스템의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현업의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위의 사례 외에도 많은 경우에, 우리는 내 관점에서 내가 이렇게 훌륭하고 이만큼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러한 것들이 ‘그래서?’ 라고 생각하는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요?

옆에서는 삼각형이지만, 원뿔은 위에서 보면 ‘원’입니다.

내 시각이 아니라 내가 관계하고 있는 상대의 관점에서 보면 ‘답’이 보이지 않을까요?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아홀딩스의 CIO로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이전에는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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