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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2013.04.01 정철환  |  CIO KR
우리나라 속담에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다. 사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공짜 좋아하다가 패가 망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공짜 여행이라고 해서 무작정 버스를 탔다가 돌아올 때 비싼 값에 출처도 불분명한 건강식품(?)을 한 보따리 들고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우리나라의 공식 용어로 공개소프트웨어는 라이선스 비용이 없다. 그래서 공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사실 공짜는 아니다. 비록 라이선스 비용은 없을 수 있지만 기업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도입하여 업무에 적용하려면 기술지원, 커스터마이징, 운영비용 등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비록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도2012년 11월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공개소프트웨어/상용소프트웨어 총소유비용(TCO) 비교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와 같이 공개소프트웨어 기반의 정보시스템은 상용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TCO 측면에서 평균 63.3% 절감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니 비록 공짜는 아니라고 해도 전체 운영비용이 절반 이하라면 당연히 우선적으로 도입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미 대형 포탈이나 인터넷기반의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많이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절감이라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조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활용 비율은 앞서 언급한 보고서의 조사된 비용 절감비율을 생각할 때 납득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이렇게 확산이 더딘 이유가 무엇일까?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나라에서 왜 그럴까?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가장 큰 이유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중에서 일반 기업에서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오픈소스가 가장 널리 활용되는 분야가 데이터베이스,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 웹 서버 그리고 운영체제다. 대규모의 인터넷 서버를 운영하여야 하는 포탈의 경우와는 달리 일반 기업에서 WAS와 웹 서버가 운영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또한 데이터베이스의 경우 외부에서 도입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대부분 상용 제품이어서 같이 도입된 경우가 많다. 운영체제의 경우에는 서버를 도입할 때 별다른 비용이 없이 함께 들어온다. 제조 기업에서 많은 TCO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ERP, CRM, SCM, 그룹웨어 등 실제 업무와 관련이 있는 분야이다. 하지만 이들 분야는 아직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성숙되어 있지 못하다. 결국 오픈소스가 비용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이라면 비록 크지 않다고 해도 비용절감을 할 수 있다면 도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지원조직의 불안정성이다. 기업의 정보시스템 운영 담당자의 입장에서 언제든 믿을 수 있는 지원조직은 꼭 필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오픈소스의 경우 지원조직이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또한 정보시스템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관련 IT 기업 내의 인력 중에서 오픈소스에 대해 충분한 노하우를 갖춘 인력이 흔하지 않다. 따라서 이런 제약사항을 감수하고 오픈소스를 도입하여 활용하기에 비용절감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로는 정작 TCO 절감이 직접적으로 확인 가능하고 규모도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PC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우 리눅스와 오픈소스 기반의 오피스웨어가 기업 내 정보시스템과의 호환성 문제 때문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일반 기업의 웹 기반 정보시스템은 액티브X를 아직까지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한 정보 보안을 위해 DRM과 같은 보안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와 연계된 보안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오픈소스와 호환되지 않아 장애가 된다.

하지만 필자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갈수록 거대해지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의 독점적인 영향력은 향후 기업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라이선스 이슈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한 벤더의 소프트웨어 제품 군에 얽매이게 되면서 발생하는 제약 사항들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오픈소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정부가 많은 측면에서 이를 지원하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일반 기업들에게 가장 먼저 확산하여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는 PC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한글 소프트웨어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하여 크게 성공시킨 바가 있다. PC를 위한 운영체제, 오픈소스 기반의 오피스용 소프트웨어, 업무를 위한 웹 애플리케이션 환경 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오픈소스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정부 주도하에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하고 이를 각 기업에 확산할 수 있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 절감이 가능해 질 뿐만 아니라 벤더 종속적인 환경에서 탈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현재는 업무의 핵심이 되는 시스템은 아직까지도 하드웨어의 안정성과 성능 등의 이슈 때문에 유닉스 서버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오픈소스 활용의 중심은 인텔 CPU를 사용하는 서버 아키텍처를 중심으로 개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점차 X86 서버의 성능과 안정성이 유닉스서버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이 역시 향후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기술적으로 충분한 수준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의지만 있다면 차근차근 기업의 정보시스템 환경에 적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미흡한 점과 문제점들이 있지만 주변 환경은 점차 오픈소스에 우호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 기업에서도 비용절감과 벤더 종속성으로부터의 탈피, 그리고 안정성과 성능 확보까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활용을 통해 가능해 질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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