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우리는 애플의 다음 혁신에 대해 많은 소식을 들었다. 인텔에서 애플 자체 실리콘으로의 전환은 애플 역사에서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될 것이고, 맥 자체는 물론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애플이 진행중인 혁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WWDC 키노트에서 별도 섹션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애플은 향후 수년에 걸쳐 전통적인 앱과 완전히 작별할 예정이다.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만큼 단기간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머지 않아 앱을 사용하는 방식이 지금의 다운로드에서 새로운 것으로 바뀔 것이다. 앱은 항상 존재하고, 미리 볼 수 있으며, 동적이며, 어떤 기기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확장 기능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앱 스토어에 접속할 필요 없이 사용자의 위치와 현재 쓰고 있는 기기에 따라 자동으로 적용되는 방식이다.
이런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앱을 덜 실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폰의 홈 스크린은 그동안 앱의 바로가기 의미가 전부였지만, iOS 14부터는 그 자체가 활용성을 갖는다.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면 위젯을 한눈에 볼 수 있거나 몇 번 스와이프하면, 앱을 하나도 실행하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럼 바로 다시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게 된다.
애플은 애플 워치용 앱 클립은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이를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애플 워치 사용자가 워치에서 워치 스토어 혹은 벌집 모양 홈 스크린의 리스트 보기에서 구매하거나 실행할 앱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앱 클립을 이용하면 이런 불편을 한번에 해소할 수 있다. 앱을 찾는 작업이 더 지능적이 되고, 워치 페이스 확장도 필요할 때 쉽게 찾고, 필요없을 때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거의 쓰지 않는 앱을 워치에 띄워놓을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 워치 페이스와 여러 요소 등 설치된 앱 자체가 아니라 이들 앱이 저장되는 공간으로 논의의 중심을 옮길 수 있게 된다.
번역이야 말로 앱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앱 클립이 그런 것처럼 번역 앱은 미래에 시리와 같이 시스템에 통합될 수도 있다. 앱을 실행할 필요 없이 바로 사용하는 것이다. 자동차에 타는 순간 지도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달리기 운동을 시작하거나 에어팟을 착용하는 순간 애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가 실행 대기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머지 않아 애플 실리콘이 모든 애플 기기에 탑재되면 이들 기기간에도 앱이 끊김없이 동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맥의 전환을 실현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다음 차례는 앱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는 항상 음악을 듣고 상점을 돌아다니고 운전 중 내비를 이용한다. 불과 몇년 사이에 우리가 이들 툴을 활용하는 방식은 매우 달라질 것이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