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험사 리버티 뮤추얼(Liberty Mutual)의 IT 팀은 생산성과 직원 경험(EX)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을 탄생시켰다.
오늘날 IT 팀들은 ‘매출 신장을 끌어낼 혁신’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리버티 뮤추얼의 IT 팀은 수익 창출이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했고, 해당 솔루션을 사업화해 스타트업으로 분사시켰다.
IDG ‘2020 CIO 현황 보고서(2020 State of the CIO)’에 따르면 CIO 3명 중 2명은 수익 창출을 위한 이니셔티브 발굴을 핵심 업무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이니셔티브는 일반적으로 현업 부문과 협력해 기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보완하거나 새로운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기술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성공한 IT 조직도 있다.
자체 개발한 직원용 플랫폼 '마이허브(myHub)'부터 시작된 리버티 뮤추얼의 사례는 CIO, 기술, IT 조직이 '수익 창출'이라는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혁신 문화를 조성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가트너 CIO 리서치 그룹(CIO Research group )의 애널리스트 재키 펜은 “혁신적인 CIO가 폭넓은 영향력을 발휘한 좋은 사례다”라고 말했다.
기업가적 사고방식
리버티 뮤추얼의 '마이허브'는 애당초 직원들의 행정 업무 처리를 지원하고자 인하우스로 개발된 플랫폼이었다. 해당 플랫폼이 일선에서 좋은 평가를 받자 리버티 뮤추얼 경영진은 '워크그리드(Workgrid)'라는 이름을 붙여 다른 기업에 판매하기로 했다. 리버티 뮤추얼의 CIO 제임스 맥글레넌은 “해당 플랫폼이 더 나은 직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워크그리드의 등장은 그의 팀이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과 클라우드를 막 도입했던 시점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롭게 구성된 팀들은 스프린트 방식으로 일했고 현업 직원과 협력하면서 해커톤에도 참여했다.
맥글레넌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고 현업 직원들이 직접 테스트해 보도록 했다. 그 이유는 현업 직원들의 기업가적 사고방식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통해 해당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방법을 확인했다”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더해 리버티 뮤추얼 경영진은 생산성을 비롯해 직원 경험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제안해달라고 IT 팀에 요청했다. “당시 직원 경험을 최적화할 방법은 이미 구상돼 있었고, 직원들을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서 해방되도록 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지 검토 중이었다. 우리는 직원들이 매일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를 파악했다”라고 그는 전했다.
이 과정에서 IT 팀은 휴가 일정 확인, 설문 발송, 비용 처리, 구매 승인 등 직원들이 매일 처리해야 하는 행정 업무에서의 애로 사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행정 업무를 처리하려면 주로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나가 각각의 애플리케이션에 액세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던 것이다.
맥글레넌은 “여기서 큰 기회를 봤다. 잡무에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시간을 없애고 싶었다. 작은 메시지를 띄우고 한 번만 클릭하면 모든 정보를 확인하거나 승인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축했다. 주로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행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 생산성 향상이 상당한 수익을 가져올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아이디어화’부터 시작하라
맥글레넌과 브렛 캘던은 이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중요했던 몇 가지 역량을 소개했다. 캘던은 리버티 무추얼 IT 조직에서 17년 동안 일하면서 소프트웨어 혁신 부서를 운영했고, 해당 솔루션 개발팀을 지휘했다.
그들은 IT와 현업 간의 연계와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계와 협업을 통해 IT 조직이 기술로 개선할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캘던은 “언제나 현업 부문을 지원하는 데 주력한다”라고 말했다.
경영진이 기술 부문을 돈이 빠져나가는 구멍이 아니라 '조력자'로 인식하고 지지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이 솔루션은 경영진의 신뢰와 기술에 대한 그들의 비전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캘던은 전했다.
IT 조직이 애자일 및 클라우드 네이티브 개발 방법론을 도입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수용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캘던은 "IT 조직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개발한다'는 사고방식을 채택했다"라며,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현업과 긴밀하게 협업했다"라고 설명했다.
맥글래넌과 캘던은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혁신이 발생할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2013년 당시 CTO와 HR 관리자가 기술적 관점에서 벗어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달라고 IT 조직에 요청했을 때 우리는 빈 캔버스를 받은 셈이었다"라고 캘던은 언급했다.
IT 팀은 현업 직원들과 함께 아이데이션 회의를 자리를 마련하고, 애로 사항을 파악했다. 그리고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피드백을 받은 후 핵심 기능만 구현한 최소기능제품(MVP)을 출시하여 계속 개선해 나갈 계획을 세웠다.
2014년 말 IT 팀은 디지털 어시스턴트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 그리고 2015년 초에 리버티 뮤추얼의 모든 관리자를 대상으로, 2015년 중순에는 5만 명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해당 제품을 출시했다. 그 와중에도 IT 팀은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제품을 개선해 나갔다.
2017년 워크그리드 소프트웨어(Workgrid Software)가 리버티 뮤추얼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워크그리드 인텔리전트 워크플레이스 플랫폼(Workgrid intelligent workplace platform)은 2018년 6월 출시됐다. 캘던은 워크그리드 소프트웨어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가 됐다.
스타트업으로의 도약
CIO가 현업 부문과 협력하며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춘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펜은 언급했다. 이러한 경우 CIO는 주로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편이다. 데이터와 애널리틱스를 활용해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와 관련된 디지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펜에 따르면 리버티 뮤추얼의 사례는 경영진 차원에서 IT 조직이 '상품성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는 또한 내부용으로 개발했던 소프트웨어의 상용화 가능성을 인지한 얼마 되지 않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아메리칸 에어라인(American Airlines)의 사례가 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20세기 중반 최첨단 자동 예약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는 궁극적으로 항공권 발권 시스템의 기반이 됐다.
제품이 얼마나 혁신적인가를 떠나 내부용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역량을 갖추고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회사는 드물다고 펜은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리버티 뮤추얼의 선례를 따라가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펜은 “기업 스스로 필요한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면 기회가 찾아온다. 이를테면 시장에 출시된 제품을 능가하는 효율적인 내부용 솔루션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라며, “이런 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리버티 뮤추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어서 그는 “애자일 방법론, 도전 정신, 실패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수정하는 사고방식(fail-fast) 등과 같은 요소들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요소들은 내부적으로 혁신을 강화시킨다”라고 덧붙였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