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넥스(Kleenex)와 하기스(Huggies)로 잘 알려진 킴벌리 클라크에 리히터가 합류한 것은 2008년이었다. 그에겐 인프라스트럭쳐 그룹을 개혁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 당시 직원들 사이에는 매우 소극적인 자세가 팽배해 있었다. 직원들에게 혁신은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실패할 경우, 그간 몸담아왔던 직장에서 쫓겨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리히터는 그들 기업이 몇 년 전 기업 인프라스트럭처 조직에 대한 대규모의 아웃소싱(outsourcing) 작업을 진행하며 그룹의 직원들 대부분을 해고시킨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일년 뒤 그들은 재구축 작업을 거치며 200명의 엔지니어들을 다시 불러들였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들에서는 아웃소싱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는 “이로 인해 기업과 직원 사이에는 신뢰가 무너졌다. 우리의 사기는 떨어졌고 직원들의 참여는 사라졌다. 기업의 인프라스트럭처 그룹은 자기 몸을 챙기기에도 바쁜 직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라고 말했다.
물론 어느 기업에게나 비용 절감은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리히터와 킴벌리 클라크가 인식한 기업 운용의 핵심은 혁신에 있었다.
그는 “우리 기업은 전세계 80여 개의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규모의 기업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공급하는 것은 나와 우리 팀의 노력만으로는 벅찬 일이다. 나는 그만큼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세계 모든 곳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30년 이상 IT 업계에서 활동해온, 그는 혁신을 진행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세 가지 걸림돌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중 첫 번째는 변화에 대한 문화적 저항이다.
그는 “나는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기업의 지원 부족으로 인해 갈 길을 잃어버리는 사례를 여럿 목격해왔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걸림돌은 프로세스다. 그는 “형식은 혁신을 죽인다. 그러나 (킴벌리 클라크를 포함하여) 내가 몸담아왔던 직장들 모두는 프로세스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마지막 걸림돌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는 킴벌리 클라크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했다. 리히터는 이에 관하여 “직원들은 자신들이 무언가를 시도했는데 그것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자신의 커리어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오점을 남기게 되지는 않을지 두려워하고 있었다. 단언컨대, 뛰어난 경영자라면 도전하는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인식은 쉽사리 변화하지 않았다”라고 소개했다.
리히터는 29개 국가의 250여 명의 직원들로 구성된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는 “문제는, 만일 기업이 독립된 ‘혁신' 그룹을 구성하게 될 경우, 이곳의 직원들에겐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이라는 ‘업무'가 주어지게 된다는 데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