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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했지만 사실이 아니야"··· 애플의 CES 아이폰 광고 논란

2019.01.08 Michael Simon  |  Macworld
애플은 CES에 부스 하나 잡지 않았지만 CES 뉴스에 불쑥 등장했다. 문자 그대로 '느닷없다'. 바로 베가스 스트립 근처의 스프링힐 스위트 메리어트 호텔의 옆에 있는 초대형 광고판을 통해서다. 애플은 이 광고에서 아이폰의 프라이버시 기능을 강조했다. "아이폰에서 일어난 일은 아이폰에만 머물러 있다"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문구는 사실 베거스 시의 유명 슬로건인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어난 일은 라스베이거스에 머물러 있다(What happens in Las Vegas, stays in Las Vegas)"에 대한 패러디다. 광고판 위치를 고려하면 영악하고 효과적인 카피인 셈이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 데이터 유출과 해킹 사고가 계속되면서 프라이버시와 보안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됐다. 애플은 지난 몇 년간 아이폰 판매의 핵심 장점으로 프라이버시를 내세웠다. 애플의 이 광고에서 구글이나 삼성, 아마존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애플의 주요 경쟁사와 그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자유 방임적 태도를 비판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광고의 주장은 일부 뚜렷한 진실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지도를 실행할 때 구글 지도처럼 휴대폰에 대한 많은 권한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이메시지에는 엔드투엔드 암호화가 적용돼 있는데, 이는 구글의 RCS 기반 챗과 차별화된다. 시리(Siri) 관련 작업은 기기 내에서만 처리되며 페이스 ID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의 인증 방식보다 더 안전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아이폰을 쓰는 많은 사람이, 아니 대부분 사람이 애플이 광고를 통해 주장하는 프라이버시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애플 중심의 프라이버시
애플의 자체 하드웨어와 서비스는 경쟁사보다 더 보안이 강력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폰은 보안 위협이 없는 일종의 멸균상태에서 쓰는 제품이 아니다. 즉 아이폰 역시 다양한 잠재적 위협 속에서 사용된다. 예를 들면 앱 스토어에서 서드파티 앱을 다운로드하면 그 즉시 프라이버시 통제권이 느슨해지는 것이다.

물론 애플은 iOS 스토어가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악성코드 측면에서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사용자 데이터를 가로챘다는 이유로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한 iOS 앱 뉴스를 심심찮게 보고 있다. 더구나 아이폰의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앱이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보다 더 안전하리라 생각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아이폰이 진정으로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때는 오직 포장을 뜯지 않았을 때뿐이다.

정리하면, 애플의 자체 앱과 서버는 안전하고 암호화됐다. 그러나 사용자가 기꺼이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수많은 앱에 모두 같은 수준의 보안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구글 플러스의 버그나 페이스북의 명백한 사생활 침해 등을 고려하면 '아이폰의 앱에서 일어난 모든 것이 아이폰에만 머문다'는 애플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다. 더구나 애플 자체도 유명 배우의 사진 유출 사고를 겪은 바 있다. 가장 안전하게 보호될 것으로 여겨졌던 사진 데이터 말이다.

애플이 대형 광고판을 통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사용자 데이터를 경쟁사보다 더 책임감있게 다루고 있다는 주장일 것이다. 애플은 사용자 데이터를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구글도 사용자 데이터를 판매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적어도 직접적으로는 그렇다). 

사용자의 대화를 엿듣지 않으며 사파리는 사이트가 사용자의 쿠키나 다른 데이터에 접근하려 할 때 즉시 알림창을 보여준다. 따라서 애플 앱과 기본 기능에 대한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면 이 알림창에서 차단을 선택하면 된다. 즉 사용자는 아이폰에서 일어난 것을 아이폰에만 묶어둘 매우 훌륭한 수단을 가진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애플 생태계 내에서만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 한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 애플을 벗어난 서비스와 앱을 쓰면 보안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

나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라
프라이버시가 최근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같은 디지털 어시스턴트가 대중화된 것이다. 애플 역시 자사의 첫 스마트 스피커 홈팟(HomePod)을 내놓았다. 그러나 애플은 여기서 시리가 사용한 데이터를 사용자 기기에서만 사용되도록 했다. 애플은 "사진을 찍든, 시리에 질문을 하든, 목적지에 가는 길을 찾든, 애플은 광고주나 다른 기업에 팔기 위해 이런 개인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며 사용자도 이를 바로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홈팟에서 일어난 일은 홈팟에만 머물러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질문하기 위해 시리를 불렀을 때 관련 정보는 아이폰을 벗어나지 않는다. 대신 다른 프라이버시 기술로 익명화 후 추출한다. 애플은 이 데이터가 누구 것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석, 처리한다. 반면 아마존은 애플과 같은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공언하지 않는다. 심지어 스마트 스피커가 엿듣지 못하도록 물리적인 전원 버튼을 사용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아이폰에서 사용하는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는 어떨까? 애플은 광고판을 통해 시리나 홈팟을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아이폰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을 살펴보자. 결론적으로 애플은 아이폰용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에 대해 광고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프라이버시를 공언할 수 없다. 이는 다른 구글의 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용자가 아이폰에서 지도나 어시스턴트, 검색 같은 구글의 앱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순간, 이는 곧 구글이 당신을 추적하는 것을 동의하는 것이 된다. 심지어 구글은 아이폰용 크롬에서 '추적 금지(Do not track)' 기능을 빼버렸다.

물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글 계정에 접속해 프라이버시를 세부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또는 아이폰에서 구글 지도에 대한 위치 서비스를 끄면 추적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스마트폰에서도 똑같이 통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의 대형 광고판을 보면 마치 아이폰에서 한 모든 것을 비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읽힌다. 그러나 아이폰용 기본 앱과 서비스를 최대한 안전하게 만든 것은 인정할 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주장이 완전한 사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작은 글씨로라도
애플의 프라이버시 광고판은 메리어트 호텔의 근처에 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이 호텔에서 불과 며칠전 500만 명 이상의 암호화되지 않은 여권번호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작년에 벌어진 대규모 해킹을 최근에야 발견한 것이다. 여기서 한번 상상해보자. 만약 이번 해킹 사건에서 메리어트 호텔 예약에 아이폰을 사용했다면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사용했을 때와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까? 그렇지 않다.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애플이 광고판을 통해 '애플 안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지칭한 것이 무엇일까 모호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폰을 포함해 어떤 휴대폰을 사용하든 사용자 데이터는 위험에 처해 있다.

사실 애플의 광고는 흔하디흔한 '뻔뻔한 기업 광고' 중 하나일 뿐이다. 문구 역시 마케팅적 표현일 뿐 문자그대로 해석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물 속을 달리는 자동차나 우주에서 작동하는 시리 같은 이야기랑 비슷하다. 그러나 명백하게 비상식적인 광고에는 따라하지 말라는 경고가 붙는다. 반면 이번 아이폰 광고에는 어떤 경고문이나 작은 글씨로 된 설명도 없었다. 부정확하고 어설픈 주장만 담겼을 뿐이다. 적어도 이 광고에는 작은 글씨로라도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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