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2

황당한 상상: 만약 스티브 잡스가 CIO를 했다면?

정철환 | CIO KR
이번 달에는 좀 황당한 생각을 해 봤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기업의 CIO를 했다면 어떻게 정보시스템을 구축했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생각을 하자마자 결론이 나왔다. ‘말도 안 된다. 스티브 잡스는 CEO 아래에서 CIO를 할 인물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절대 CIO를 할 수 없다. 하지만 CIO가 잡스로부터 배울 것은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잡스처럼 천재도 아니고 카리스마도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도 없으면서 CEO의 영향력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전략을 짜야 하고 주변 경영진들과도 조화롭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며 현업 사용자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는 CIO라도 잡스로부터 배울 것을 있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에서 바꿨다.

필자는 잡스를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이 없다. 이전에 잡스에 대한 책 한 권과 영화 ‘실리콘밸리의 해적들’을 봤고 최근에 잡스의 자서전을 읽었을 뿐이다. 그리고 애플의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이 전부다. 그러나 분명 잡스는 오늘날 IT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물이며 뚜렷한 메시지를 전했다.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의 CIO 입장에서도 그 메시지를 한번 짚어 보면, 나름대로 의미 있을 것이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체 기술력을 통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통합체계 구축이다. 폐쇄성을 감수하더라도 자사의 기술력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모든 구현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삼은 것은 초기 애플 컴퓨터의 탄생시점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요한 철학이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업들이 자사의 정보시스템을 내부 인력으로 개발해 운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웃소싱의 보편화, 글로벌 패키지 솔루션 중심의 도입으로 외부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잡스가 외부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의존한 적이 몇 번 있기는 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 이후 모든 소프트웨어를 내부에서 직접 개발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오늘날 기업은 외부 소프트웨어 솔루션 의존도 심화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급증하는 라이선스 비용과 자사 고유의 프로세스 최적화에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대안이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점차 증가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사안 인 것은 분명하다.

두 번째는 우수 인력에 대한 애착이다. 잡스는 ‘A급 인재는 A+급 인재와 함께 일하길 원하지만 B급 인재는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C급 인재를 채용하고, C급 인재는 D급 인재를 채용한다’라는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정보시스템의 개발과 운영은 전적으로 담당자의 능력에 좌우되는 일이다. 따라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시스템 운영 및 개발의 품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는 이러한 우수 인재를 IT분야. 특히 정보시스템 운영 분야로 끌어오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업의 운영팀을 봐도 능력 있는 인력은 대부분 고참 인력들이다. 신규 젊은 인력의 충원이 잘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디자인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관심이다. 애플의 모든 제품은 디자인이 아름답다. 외관 디자인은 물론 사용자 UI(User Interface), 조작성, 기능과의 조화 등에서 그 어느 것도 가볍게 다룬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얇은 두께에 대한 집착 역시 잘 알려진 바다.

하지만 기업 정보시스템의 구축 시 디자인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는가? 사용자의 편의성에 대해 얼마나 창의적인 방안을 내놓는가? 대부분의 기업 정보시스템은 개발 막바지에 밤을 세워가며 납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데이터 정합성, 요구되는 성능 기준, 기능 구현 검증 등으로 허덕대느라 디자인이나 UI의 창의성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로 생각되지 않는가? 하지만 시스템 사용자들은 이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태블릿PC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혁신적인 디자인과 UI의 웹사이트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용과 효과라는 측면에서 디자인의 개선과 UI의 창의성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얼마나 될까?

마지막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필요로 할 것을 제시하는 능력’이 아닐까 한다. 잡스는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이란 현재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이 점은 기업의 정보시스템 개발에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앞서 세 가지 사항은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면들이 있다. 하지만 이 마지막 사항은 정말 IT 부서에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CIO가 CEO의 판단 범위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이 있으나 이는 방법론적인 측면으로 대응하면서 극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요구사항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뭐지?’ 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면 할수록 잡스는 CIO와 어울리지도 않고 애플의 전략은 기업의 정보시스템 운영과 큰 괴리가 있다. 필자가 언급한 네 가지는 잡스와 애플이 성공한 과정에서 정리된 것이다. 즉 이미 일어난 현실을 배경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매일 부딪히는 현실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미 성공한 법칙이 미래에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주변 환경이 다르고 추구하는 목적이 다른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인 하우스(in house) 방식으로 개발해서 활용하는 것은 많은 고려가 필요한 사항이다. 역할과 권한이 제한적인 CIO 입장에서 정보시스템 운영에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루기 어려운 조건일 수도 있고 당장 급한 이슈들을 뛰어 넘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UI에 매달리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게다가 사용자가 요구하지도 않는 사항에 대해 투자를 추진하는 것 역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별 쓸데없는 이야기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잡스와 공유할 수 있는 한가지가 있다면 ‘더 잘하고 싶고 남보다 앞서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잡스가 도저히 할 수 없는 CIO라는 자리에서 CEO와 조율하고 현업 임원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인력을 이끌고 오늘도 정보시스템을 주도해 가는 CIO들로부터 잡스가 배웠어야 할 것도 있지 않았을까?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ciokr@idg.co.kr



2011.12.02

황당한 상상: 만약 스티브 잡스가 CIO를 했다면?

정철환 | CIO KR
이번 달에는 좀 황당한 생각을 해 봤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기업의 CIO를 했다면 어떻게 정보시스템을 구축했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생각을 하자마자 결론이 나왔다. ‘말도 안 된다. 스티브 잡스는 CEO 아래에서 CIO를 할 인물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절대 CIO를 할 수 없다. 하지만 CIO가 잡스로부터 배울 것은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잡스처럼 천재도 아니고 카리스마도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도 없으면서 CEO의 영향력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전략을 짜야 하고 주변 경영진들과도 조화롭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며 현업 사용자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는 CIO라도 잡스로부터 배울 것을 있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에서 바꿨다.

필자는 잡스를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이 없다. 이전에 잡스에 대한 책 한 권과 영화 ‘실리콘밸리의 해적들’을 봤고 최근에 잡스의 자서전을 읽었을 뿐이다. 그리고 애플의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이 전부다. 그러나 분명 잡스는 오늘날 IT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물이며 뚜렷한 메시지를 전했다.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의 CIO 입장에서도 그 메시지를 한번 짚어 보면, 나름대로 의미 있을 것이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체 기술력을 통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통합체계 구축이다. 폐쇄성을 감수하더라도 자사의 기술력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모든 구현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삼은 것은 초기 애플 컴퓨터의 탄생시점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요한 철학이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업들이 자사의 정보시스템을 내부 인력으로 개발해 운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웃소싱의 보편화, 글로벌 패키지 솔루션 중심의 도입으로 외부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잡스가 외부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의존한 적이 몇 번 있기는 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 이후 모든 소프트웨어를 내부에서 직접 개발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오늘날 기업은 외부 소프트웨어 솔루션 의존도 심화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급증하는 라이선스 비용과 자사 고유의 프로세스 최적화에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대안이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점차 증가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사안 인 것은 분명하다.

두 번째는 우수 인력에 대한 애착이다. 잡스는 ‘A급 인재는 A+급 인재와 함께 일하길 원하지만 B급 인재는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C급 인재를 채용하고, C급 인재는 D급 인재를 채용한다’라는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정보시스템의 개발과 운영은 전적으로 담당자의 능력에 좌우되는 일이다. 따라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시스템 운영 및 개발의 품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는 이러한 우수 인재를 IT분야. 특히 정보시스템 운영 분야로 끌어오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업의 운영팀을 봐도 능력 있는 인력은 대부분 고참 인력들이다. 신규 젊은 인력의 충원이 잘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디자인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관심이다. 애플의 모든 제품은 디자인이 아름답다. 외관 디자인은 물론 사용자 UI(User Interface), 조작성, 기능과의 조화 등에서 그 어느 것도 가볍게 다룬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얇은 두께에 대한 집착 역시 잘 알려진 바다.

하지만 기업 정보시스템의 구축 시 디자인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는가? 사용자의 편의성에 대해 얼마나 창의적인 방안을 내놓는가? 대부분의 기업 정보시스템은 개발 막바지에 밤을 세워가며 납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데이터 정합성, 요구되는 성능 기준, 기능 구현 검증 등으로 허덕대느라 디자인이나 UI의 창의성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로 생각되지 않는가? 하지만 시스템 사용자들은 이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태블릿PC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혁신적인 디자인과 UI의 웹사이트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용과 효과라는 측면에서 디자인의 개선과 UI의 창의성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얼마나 될까?

마지막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필요로 할 것을 제시하는 능력’이 아닐까 한다. 잡스는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이란 현재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이 점은 기업의 정보시스템 개발에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앞서 세 가지 사항은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면들이 있다. 하지만 이 마지막 사항은 정말 IT 부서에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CIO가 CEO의 판단 범위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이 있으나 이는 방법론적인 측면으로 대응하면서 극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요구사항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뭐지?’ 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면 할수록 잡스는 CIO와 어울리지도 않고 애플의 전략은 기업의 정보시스템 운영과 큰 괴리가 있다. 필자가 언급한 네 가지는 잡스와 애플이 성공한 과정에서 정리된 것이다. 즉 이미 일어난 현실을 배경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매일 부딪히는 현실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미 성공한 법칙이 미래에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주변 환경이 다르고 추구하는 목적이 다른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인 하우스(in house) 방식으로 개발해서 활용하는 것은 많은 고려가 필요한 사항이다. 역할과 권한이 제한적인 CIO 입장에서 정보시스템 운영에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루기 어려운 조건일 수도 있고 당장 급한 이슈들을 뛰어 넘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UI에 매달리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게다가 사용자가 요구하지도 않는 사항에 대해 투자를 추진하는 것 역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별 쓸데없는 이야기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잡스와 공유할 수 있는 한가지가 있다면 ‘더 잘하고 싶고 남보다 앞서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잡스가 도저히 할 수 없는 CIO라는 자리에서 CEO와 조율하고 현업 임원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인력을 이끌고 오늘도 정보시스템을 주도해 가는 CIO들로부터 잡스가 배웠어야 할 것도 있지 않았을까?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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