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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인터뷰 | ‘계산 기계부터 챗GPT까지’ UML의 아버지 그래디 부치가 보는 컴퓨팅의 과거와 미래

2023.03.16 Matthew Tyson  |  InfoWorld
ⓒGetty Images Bank

그래디 부치는 컴퓨터 업계의 레전드 중 한 명이다. 부치(Booch) 방법론의 창시자이며, 다른 두 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함께 UML(Unified Modeling Language)를 만들었다. 디자인 패턴과 애자일 방법론의 시대가 도래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며, 소프트에어 엔지니어링과 아키텍처에 관한 여러 책과 글을 써왔다. 현재 그는 IBM 연구소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책임 과학자로 일하고 있다. 최근 그는 인간다움과 컴퓨팅의 교차점에 대해 탐구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InfoWorld>와 인터뷰에서 그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의 진화, 인공지능, 퀀텀 머신 및 웹3 같은 방대한 주제에 대한 그의 철학적, 실용적 생각을 공유했다.  
 
ⓒIBM Research

타이슨: 다룰 내용이 너무나 많다. 먼저 '현재'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겠다.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object-oriented programming)과 함수형 프로그래밍(functional programming) 간에 거의 문화 전쟁(culture war)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부치: 2006년 컴퓨터 역사 박물관(Computer History Museum)을 대표해 함수형 프로그래밍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존 배커스와 구술사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존에게 함수형 프로그래밍이 주류가 되지 못한 이유를 물었을 때 그가 내놓은 답변에 무릎을 '탁' 쳤다. "함수형 프로그래밍은 어려운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동시에 쉬운 작업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라는 명쾌한 설명이었다. 

함수형 프로그래밍도 나름의 역할이 있다. 전 세계 사용자를 상대하는 대규모 웹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다. 이런 애플리케이션은 부분적으로 무상태(stateless) 코드를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활용 사례는 일부일 뿐이다.  

타이슨: 알겠다. 그럼 조금 더 일반적인 질문으로 넘어가보겠다. 소프트웨어란 무엇인가? 컴퓨터란 무엇인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는 이러한 것들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부치: 세기의 전환기인 1900년대 초에 이러한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아마 "컴퓨터는 계산하는 사람이다"라고 답했을 것이고, 소프트웨어에 관해서는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컴퓨터라는 용어는 초기에 말 그대로 '계산을 하는 사람'(보통 여성)을 의미했다. 1900년대 중반 기계를 고안하기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컴퓨터의 실체를 릴레이(relays), 진공관(vacuum tubes), 그리고 마침내 트랜지스터로 대체하게 됐다. 

튜링 테스트를 생각해보더라도, 앨런은 인간의 사고 능력을 복제할 수 있는 기계를 인류가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소프트웨어'라는 용어의 어원을 보면 컴퓨팅 분야가 얼마나 최신 분야인지 알 수 있다. '디지털'이라는 용어는 1942년 조지 스티비츠가 처음 고안했으며, '소프트웨어'라는 용어는 1952년 존 튜키가 처음 만들었다. 이러한 용어를 쉽게 구분할 방법이 있다. 만약 컴퓨터에 문제가 있다면, 하드웨어는 여러분이 발로 차는 대상이고 소프트웨어는 소리치는 대상이다. 

타이슨: 이전 대화에서 "아마도 컴퓨팅 기술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인류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깊게 고민하도록 했다는 점일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 생각은 변함이 없나? 

부치: 컴퓨팅의 이야기는 곧 인류의 이야기다. 즉, 야망, 창조, 창의성, 비전, 탐욕 그리고 운명의 이야기다. 인간은 항상 몸와 마음의 한계를 시험하며 발전해왔다. 컴퓨팅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두 얼굴, 선과 악이 같이 짙어진다. 이 과정에서 지능, 창의성, 의식의 정의가 반복적으로 뒤집힌다. 현재 인간은 인간 같은 컴퓨터를 창조해가는 과정에 있다. 인간 자신의 본질을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기계와 다른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타이슨: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19세기 영국의 수학자 찰스 배비지는 “나는 기계가 물리적인 노동을 대체해 인간이 온전히 이성적 사고만 요구되는 일만 할 수 있게 되리라고 제언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제언이 얼마만큼 현실이 됐는가? 

부치: 흥미롭게도 나는 그의 동료였던 러브레이스 백작부인 에이다 어거스터가 컴퓨터의 잠재력을 배비지보다 더 잘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분석 엔진(Analytical Engine)은 단순히 ‘계산 기계(calculating machines)’가 아니다. 고유한 존재다”라고 말했다. 에이다는 컴퓨터라는 기계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 단지 숫자가 아니라는 점을 그때 알아차린 것이다. 

타이슨: 배비지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에이다 러브레이스가 떠오른다. 당신은 커리어 내내 컴퓨팅의 발전에서 여성이 기여한 점을 강조해왔다. 

부치: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컴퓨팅 초창기는 여성의 역할이 훨씬 더 컸던 시기였다. 1800년대 하버드 컴퓨터스(Harvard Computers)의 리더로 애니 점프 캐논이 있었고, ENIAC를 다뤘던 핵심 프로그래머 중 5명이 여성이었다. 그 밖에도 그레이스 호퍼라는 여성은 컴파일러(compilers)와 고차 프로그래밍 언어(high-order programming languages)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척했다. 

안타깝게도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컴퓨팅 분야의 여성 수는 줄어들었다. 친애하는 동료인 마 힉스는 이러한 요인을 폭넓게 다룬 글을 쓴 바 있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 컴퓨팅은 개인, 커뮤니티, 사회, 문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므로 컴퓨팅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목소리가 공평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타이슨: 인공지능, 특히 대화형 인공지능이 급부상 중이다. 그다음 단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부치: 1960년대 중반의 엘리자(ELIZA)를 기억하는가? 이 시스템은 초기 자연어 시스템으로, 인간 중심 요법(Rogerian therapy)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혹은 적어도 그럴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컴퓨팅 리소스 증폭, 방대한 데이터 축적, 특히 '트랜스포머(transformer)'같은 최신 머신러닝 아키텍처와 같은 신경망 알고리즘의 발견 등 크게 3가지 요소가 '퍼펙트 스톰'처럼 들이닥치면서 정말 먼 길을 왔다. 

지금까지 AI는 잠깐 반짝하다가 잊히는 주기를 반복했지만 이제 곧 일상으로 녹아들 게 될 것이다. 

대화 시스템은 점차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인공 마음(synthetic minds)을 만들려면 아직 몇 세대는 남았다. 이 여정에서 우리는 기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뿐만 아니라 기계가 우리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20세기 인공지능 분야의 초기 선구자 중 한 명인 앨런 뉴웰은 “컴퓨터 기술로 세상 구석구석에 지능적인 행동을 심어놓을 수 있다고(incorporating intelligent behavior) 생각한다. 마법 같이 돌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라고 말한 적 있다. 

타이슨: 양자 컴퓨팅은 혁신적인 잠재력 측면에서 AI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조만간 양자 컴퓨터에서도 이와 유사한 돌파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부치: 과학의 기본 가정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고, 컴퓨팅의 기본 가정은 우주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컴퓨팅이라는 렌즈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수 있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기계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물리 법칙을 준수해야 하며, 현재 개발 단계에 있는 양자 컴퓨팅은 대부분 이러한 법칙 내에서 작동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양자 컴퓨팅은 다소 잘못된 명칭이다. 정보를 양자 상태로 오래 저장하지 않고 단지 처리할 뿐이다. 따라서 나는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보다는 '양자 처리(quantum processing)'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둘째, 이론적으로 비양자 컴퓨터 및 양자 장치는 튜링과 동등하다. 둘 다 동일한 연산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확장성, 지연 시간, 복원력, 정확성 및 위험성이 상당히 달라 각각 특정한 장점 및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 양자 머신은 특히 크기가 커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문제, 즉 NP 문제를 공격하는 데 능숙하다. 이 분야에서는 단일적 돌파구를 기대하기보다 물리학과 공학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끝없이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싶다. 

타이슨: 퍼블릭 암호화 키 알고리즘을 해킹하는데 양자 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은가? 그참에 암호학에 대해 얘기해보자. 당신이 블록체인의 윤리를 경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암호학과 웹3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겠는가? 

부치: 웹3에 대한 내 생각을 비유하자면 마치 떨어지는 거대한 털뭉치 주위를 돌고 있는 불타는 배설물 더미와 같다. 암호화폐의 활용 사례는 너무 제한적이다. 안정적 체제를 갖춘 국가가 뒷받침하지 않아 부패한 독재자나 사기꾼이 악용하기 딱 좋은 기술이다. 나는 이런 비판을 담아 2022년 미국 의회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은 본질적으로 위험하고,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으며, 국가 경제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보안 취약점이 너무 많다. 

타이슨: “거대언어모델(LLM)에 대한 기대가 정상화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부치: 저는 게리 마커스, 팀니트 게브루를 비롯한 다른 전문가와 생각을 같이한다. 바로 GPT 같은 거대언어모델들은 단지 확률로 작동하는 앵무새일 뿐이라는 점이다. 일관성이 있는듯한 환상을 일으켜 나름 유용한 답변을 내긴 하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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