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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네오버스, 또 하나의 장벽을 허뭅니다” Arm 코리아 황선욱 지사장

2021.05.26 Brian Cheon  |  CIO KR
기업에게는 늘 경쟁자가 있기 마련이며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로세서, 클라우드, 통신 서비스, 네트워크 장비 등 어느 업계에서든 쉽게 경쟁자 한두 곳은 떠올릴 수 있다. PC 운영체제를 수십 년 동안 석권했던 마이크로소프트에게도 만만찮은 경쟁자들이 등장한 상황이다.

하지만 Arm만큼은 예외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니다.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Arm 기술 기반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 TV 등의 전자제품 등 이용하는 기기의 범주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출하된 Arm 기반 칩의 수는 1,900억 개에 이른다. 


이 밖에도 Arm과 관련한 놀라운 숫자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매년 수백 개의 Arm 기반 칩이 출하되고 있으며, 심지어 GPU 분야에서도 출하량 1위다. 자동차용 IVI(In-Vehicle Infotainment) 시스템 영역의 점유율은 85%에 달한다. 95%를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분야는 말할 필요도 없겠다.

이러한 Arm이 더 큰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18년 처음 발표된 이후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는 네오버스 플랫폼이 그 주인공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엣지 기기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HPC 영역에 이르는 폭넓은 시장을 한층 거세게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Arm 아키텍처가 저전력이라는 전통의 강점에 더해, 매년 30% 이상의 성능 증가를 보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설득력 있는 비전이다. Arm 코리아 황선욱 지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로세서와 SoC, 직접 개발의 가치 
“Arm 프로세서의 성능은 2009년과 비교해 100배 정도 향상됐습니다. 전 세계 1위 (2020년 6월 11월 기준) 슈퍼컴퓨터였던 후가쿠에 적용돼 화제를 모았던 바 있습 니다. Arm이 이렇듯 성능 면에서도 크게 발전함에 따라 네오버스 플랫폼이 제시하는 가능성에 주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황 지사장에 따르면 ‘네오버스’는 Arm의 프로세서 플랫폼 ‘브랜드’다. 엣지 기기, 데이터센터, HPC에서 사용할 수 있게끔 성능 및 저전력성을 향상시킨 CPU 라인업이 그 근간에 자리한다. 기본적으로 강력한 성능을 특징으로 하는 V 시리즈, 전력소모 당 성능과 확장성이 차별화된 N 시리즈, 대용량 데이터의 효율적 처리에 초점을 맞 춘 E 시리즈로 구성된다. 이들 CPU IP를 기반으로 고객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레퍼런스, 각종 OS 및 관련 요소, 테스트 도구 등이 모두 포함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업들은 네오버스를 이용해 니즈에 최적화된 칩을 제품화할 수 있게 됩니다. 일례로 아마존은 이미 네오버스를 통해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최적화된 데이터 센터용 칩을 제작하여 쓰고 있습니다. Arm의 독보적인 저전력 특성과 슈퍼컴퓨터를 구동할 정도의 강력한 성능, 탄탄한 생태계의 조합으로 기업들은 각자의 니즈에 맞는 칩을 개발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펼치는 비즈니스를 칩 차원에서부터 차별화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요약하자면, Arm 기술에 기반한 칩을 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자체 칩을 개발할 필요성을 가진 기업이 얼마나 될까? 

삼성이나 화웨이 등 Arm 기반 칩을 이미 개발한 기업들이야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후지쯔와 같이 직접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조직도 해당될 듯하다. 아마존처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 역시 Arm 네오버스를 통해 가시 적인 성과를 거둘 만하다고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대다수 기업에게는 어떨까?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는 아닐까? 그러나 황 지사장은 ‘대단히 폭넓다’라고 강조했다. 

“많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네오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이 있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의 포털 기업, 5G 장비 등 통신 및 네트워크 기기 제조사, 자동차 제조사와 티어1 부품 제조사가 모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바이오 부문과 가전 분야도 포함됩니다.” 

황 지사장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 데이터 수집 및 처리 작업을 필요로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제조사에게 기회가 발생하는 셈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고양시킬 수 있다는 설 명이다. 글로벌 협업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팹리스 분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수많은 팹리스 스타트업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경우 제한된 인력과 자원 때문에 임베디드 디바이스 수준의 솔루션을 만드는 선에 그칩니다. 반도체 공정으로 보면 14nm, 심지어 28nm 수준에 해당합니다. 이들 기업 또한 Arm 네오버스를 통해 첨단 역량을 확보하고 비즈 니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팹리스 벤처 분야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정부와 협력, 생태계 조성에 중점 
상상력을 자극하는 설명이다. 자동차 기업이라면 전용 칩을 개발해 자율주행과 관련한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하거나, 차별화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라면 독자 개발한 칩을 적용해 속도나 보안을 특화시킬 수 있겠다. 금융 서비스 기업 역시 종전의 인프라로는 불가능했거나 부담스러웠 던 고급 서비스를 개발해 구현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TV나 세탁기, 로봇 청소기, 보안 카메라 등에도 적용 가능하며, 스마트 시티를 운영하는 공공 조직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다. IT 기술이 거의 모든 영역에 접목되는 오늘날, 거의 모든 조직이 언젠가는 검토할 만한 접근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웹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조차 다수의 조직에게 버거운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몸값이 금값으로 치솟고 있는 와중에 하드웨어 개발까지 시도할 수 있을까? 기존 대다수 조직에서는 이를 기획할 인력조차도 확보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쉽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반도체를 개발하지 않았던 아마존이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처럼 기존에는 갈 수 없었던 길이 열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넘어설 수 없었던 제한을 네오버스를 이용해 넘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Arm 코리아는 문턱을 좀더 낮추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 기관들과 다각적으로 협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황선욱 지사장은 해외에서는 네오버스를 이용하는 움직임이 훨씬 활발하다고 전했 다. 일례로 중국만 해도 포털 기업 몇몇이 이미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단계라는 것. 소셜 플랫폼 기업들도 서비스 차별화 및 비용 절감 등을 위해 독자적인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그는 귀띔했다. 데이터센터 건립 및 운영 분야의 전문 기업들 역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제조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유달리 움직임이 더딥니다.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기업 대부분이 ‘박스’를 구매해 설치하는 관행을 보이곤 합니다.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사오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다행히 ETRI가 Arm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으며, 여러 기업들이 물밑에서 조금씩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Arm이 런칭한 ‘Flexible Access’ 프로그램을 중소벤처기업 부와 협력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에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Arm의 CPU, GPU, 시스템 IP, NPU 등 광범위한 핵심 IP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시제품까지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황 지사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에게 한층 넓은 길이 열린다고 설명을 이어 갔다. 예를 들면 제품 개발 시 프로세서 제원의 변경은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홀로 진행한다면 매번 라이선스 계약을 새로 해야 하고, 이는 시간 및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나 ‘Flexible Access’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이러한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Arm이 갖춘 풍부한 생태계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고 그는 전했다. 

“저가, 무료 기술에 머물지 않아야 합니다. 결국 소멸될 수밖에 없는 기술인 데다가 추후 검증 비용이 더 듭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고의 기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단은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Arm 네오버스 기술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 그래서 더 가치 있다 
황선욱 지사장은 ‘두려움’이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에 대한 갈망은 있지만 일단 시작하기까지의 두려움을 너무 크게 느끼곤 한다는 이야기다. 앞서 움직이는 몇몇 기업이 있긴 하지만 대기업들조차 고민스러워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 자동차, 가전 기업들이 있으며 글로벌 기업에 뒤지지 않는 포털 및 통신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업계 생태계가 구성돼 있습니다. 일단 물꼬만 트인다면 대한민국이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순식간에 글로벌 수준을 따라잡고 추월할 것으로 믿습니다. 이를 위해 교육 및 지원, 협력 생태계 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황 지사장은 2035년이면 1조 개의 커넥티드 기기가 서로 연결되는 세상이 온다는 한 시장조사기관의 데이터를 인용했다. 또 Arm 기술이 소비자 기기 및 저성능 절전형 기기 분야를 넘어 고성능 기기,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에 확대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기업이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에 성큼 발을 내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거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했을 때 Arm CPU 기반의 MCU를 기획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정말이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작업이 토대가 되어 다른 프로젝트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가보지 않았던 길을 밟으려는 시도가 없었다면 성취할 수 없었을 성과입니다. 네오버스를 처음 접했을 때, 대한민국의 벤처들의 역량을 높이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저에게 먼저 들었던 이유일 겁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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