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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제조 기업의 미래, IT-OT 통합에 달렸다” 지멘스 오병준 지사장

2023.05.17 천신응  |  CIO KR
이른바 스마트 제조, 인더스트리 4.0,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이르게는 201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이를 감안하면 제조 분야의 디지털 진전은 숨막히게 더디기만 하다. 실제로 제조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측면에서 유독 뒤쳐져 있는 산업으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 환경의 미래는 디지털일 수밖에 없다. 각 자산의 디지털 이미지가 있고, 각각은 논리적으로 연결돼 데이터와 명령을 주고받는다.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통합된 가상-물리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설계에서 제조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데이터가 공유되고 유연한 협업이 이루어진다.

단 이는 아직까지도 대다수 제조 기업에게 이상적인 시나리오에 그친다. CIO닷컴 기고가이자 컨설팅 기업 오브젝티브 파트너스의 CEO 안드레아스 베이더는 오늘날의 제조 현장에 대해 ‘누더기 같다’라고 표현했다. 수많은 개별 솔루션이 배치되어 있지만, 총체적인 시야나 연결, 통합이 부재하다는 진단이다. 생산 현장의 각 영역에는 자체적인 정보기술 세계가 있지만, 기업의 IT 부문이 각 영역을 아우르는 시야를 가진 경우는 거의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무엇 때문일까? 이유가 있다면 제조 기업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스마트 제조 환경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인정받는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https://www.sw.siemens.com/)의 오병준 한국지사장을 도곡동 사옥에서 만났다. 

“OT가 IT의 분절, 결국은 사람 문제”
“기업과 업종에 따라 스마트 제조 수준은 크게 다릅니다만, 우리나라 제조 기업 중 이른바 엔터프라이즈 PLM 플랫폼을 엔드 투 엔드로 활용하는 곳은 사실상 없습니다. 설계, CAE, 제조 등 각 엔지니어링 영역에서 부분 최적화만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오랜 기간 IT 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오병준 지사장은 특히 데이터 분야의 전문가다. IBM에서 17년, 오라클에서 11년 동안 몸 담았고 테라데이터, SAS 지사장 등을 거쳐 2019년 지멘스 DI 소프트웨어에 합류했다. IT 벤더에 근무할 때에도 데이터베이스나 미들웨어, 클라우드 서비스가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늘 탐색하곤 했다는 그는, 지멘스에 온 후 마침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DBMS나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그저 기업에게 공급하고 끝나는 것이 늘 아쉬웠습니다. 기계공학, 전자공학, 전기공학 전문가분들로 가득한 지멘스에 와서 제조 세계의 새로운 영역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러 전문가분들과 고객들의 경험들을 듣고 이제 전체를 꿰어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제조 현장의 OT 분야에 IT가 괴리되어 있는 이유, 엔지니어링 분야의 DT가 지지부진한 몇몇 이유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먼저 부분 최적화 문제를 언급했다. 제조 현장의 전체 프로세스를 통합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는 이들은 대개 백오피스에 자리한 IT 전문가들이다. 그러나 IT 전문가들은 각 제조 부문을 알지 못하며 기계공학, 전자공학, 전기공학을 전공한 현장의 OT 전문가들은 영역별 사일로를 허물고 데이터를 통합해 혁신해야 하는 패러다임에 친숙하지 않다. 그저 담당 분야의 정밀도를 높이고 최적화하는 데 능숙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OT 영역 내의 문제도 있습니다. 제조 기업 내 3대 핵심 그룹으로는 설계를 담당하는 그룹, 설계를 가상으로 검증하는 시뮬레이션(CAE ; Computer Aided Engineering) 그룹, 생산을 담당하는 제조 그룹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사이의 관계가 무척 파편적입니다. 서로의 고민과 책임 범위가 다릅니다. 각자의 리그가 있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 제조 그룹 간에도 데이터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오병준 지사장은 그렇다고 OT 전문가들을 비난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신형 자동차 및 가전제품, 항공기, 선박 등이 출시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외부 경쟁 요소를 감안할 때 남들처럼 18개월에 해낼 지, 아니면 3개월 만에 신제품을 출시할 지는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가르는 변인이라고 그는 힘줘 말하며, 결국은 해법은 사람과 조직 간의 변화와 협업 관계라고 덧붙였다.

“IT와 OT의 통합을 이뤄내 미래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많은 산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IT와 OT, 각 그룹의 분들이 함께 협업해야만 하는 이유, 그로 인한 혜택을 제대로 공유해야 합니다. IT 시각에서는 알기 어려운 현장의 걸림돌과 고민이 아주 많습니다. 이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관계 형성이 중요하며, 실제로 ‘이게 되네’라는 성공의 경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DT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위로부터의 추진력과 아래로부터의 변화에 대한 공감대와 협업이 필요합니다.”

"CEO, CFO가 알아야 한다"
오병준 지사장은 오랫동안 품어온 핵심 질문이 있다고 전했다. ERP 프로젝트에는 수십 억, 수백 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단행하면서 PLM이나 디지털 쓰레드와 같은 엔지니어링 DT 프로젝트에는 턱없이 부족하게 투자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자신이 은퇴하기 전에 이 숙제를 풀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CEO와 CFO 분들이 잘 모릅니다. R&D, 엔지니어링 영역을 훌륭한 사람 뽑아 맡겨놓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만연합니다. 저는 지금보다 100배 이상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관심만 있다면 양쪽 언어를 통역해 프로토콜을 전환하는 작업은 지멘스가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는 국내의 몇몇 선도적인 제조 대기업,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차이점이 바로 경영진의 마인드 차이라고 지적했다. 제품 출시 기간을 단축하고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기 위한 ‘추상적 계층’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CEO가 그의 개인적 경험에서 볼 때 20% 미만이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관련해 꾸준함의 부족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IoT가 대표적입니다. 몇 년 동안 엄청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설계에서 생산 과정, 다시 제품에 나오는 데이터를 순환하는 클로즈 루프 레벨까지 가 있는 업체는 극히 드뭅니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CEO의 몫입니다. 비즈니스 가치를 포착하고 과제를 부여한 다음 결과물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제조 기업의 DT 완성본이라고 할 수 있는 IoT 의제는 대다수 기업에서 현업 기술자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팩토리는 비즈니스 가치의 문제다’ 지멘스의 해법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는 국내 제조업 분야의 선두 기업이다. 현장의 각종 OT 솔루션에서부터 데이터 분석, 현장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로코드, 클라우드에 이르는 엔드 투 엔드 라인업을 보유한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다. 특히 가상 객체끼리 영향을 미치는 기계 데이터, 유동 데이터, 열 데이터 등을 소프트웨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트윈을 의미하는 xDT(Executable Digital Twin) 솔루션까지 갖추고 있다. 178년 동안 제조업을 영위해온 기업이 가진 노하우와 DT의 시너지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CAD, PLM만 하는 기업의 접근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오병준 지사장은 자신했다.
 
“그러나 기술이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적 해법과 접근법은 다 있습니다. 촘촘하게 나뉜 조직에서 전사 차원의 데이터를 통합하기 위해 조직들간의 협업적 변화를 실무진에서 차원에서 나서서 추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는 그러한 트리거 작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병준 지사장은 대기업, 중견기업을 막론하고 MBSE(Model-based systems engineering) 접근을 묶어서 시도할 수 있는 주체가 없으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지멘스는 굉장히 실용적으로 접근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고민들은 현장에서 다 뿜어냅니다. 지멘스가 그러한 고민과 해법을 위한 틀을 만들어드립니다. 모든 기업에서 하는 기술적인 작업은 결국 비즈니스를 위한 겁니다. 비즈니스 의사 결정하는 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ROI의 언어로 전달하고, 현장의 엔지니어와 IT 전문가들이 협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드리는 것이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 코리아의 역할이고 방향입니다.”

“스마트 제조, 변곡점이 왔다”
오병준 지사장은 CIO 코리아와의 인터뷰 의뢰에 대해 ‘마침내 변곡점이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스마트 제조, IT-OT의 융합이란 궁극적으로 ‘데이터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마침내 OT가 IT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음을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제조업에는 각 프로세스 별, 애플리케이션 별 엔지니어링 프로세스가 주를 이뤄습니다. 문제는 다른 기업들도 그 정도 최적화는 모두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PLM이나 디지털 쓰레드와 같은 엔터프라이즈 규모의 프로세스 통합을 위해서는 대단히 긴밀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IT 지원이 필요합니다. 제조업이 IT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활용해야만 하는 시대가 이미 열렸습니다.”

오병준 지사장과의 인터뷰는 기자에게도 몹시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음을 전한다. CAD, PLM, CAE, MBSE 등의 OT 영역이 IT 영역과 왜 그토록 다른 성격을 보이는지, OT 분야의 전문가들이 IT 전문가들과 사뭇 상이한 시각을 가지는지에 대한 그간의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렇다.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은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과 다르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또다른 이야기다. 제조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응원한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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