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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디지털 혁신, 핵심은 속도다” 가트너 박동배 어드바이저가 말하는 ‘Ways of Working’

2023.02.13 Brian Cheon  |  CIO KR
CIO를 비롯한 IT 리더의 직무란 사실 막막하기 짝이 없다. 많게는 기업 총매출의 5% 이상에 이르는 고액의 예산을 집행하는 임원이자 화려한 이력을 대개 보유한 전문가지만 익숙한 영역에서 익숙한 업무만을 담당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숨가쁘게 변화하는 기술과 생태계 지형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업무와의 사뭇 거리가 멀었던 인력 문제나 문화, 심지어 지속가능성과 환경문제까지 고민해야 한다. 컴포트 존(Comfort Zone)에서 벗어나기를 끊임없이 요구받는 직책인 셈이다.  

물론 CIO들이 도움을 구할 곳은 적지 않다. 이제는 이사회를 비롯한 최고 경영진이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신기술과 서비스를 마케팅하는 벤더들은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적극적이다. 기술과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전문 컨설팅을 서비스하는 조직도 다양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CIO의 속 깊은 고민에 대한 도움을 얻기는 어렵다. 특정 프로젝트나 토픽, 기술에 대한 정보는 흔하지만 이를 정작 비즈니스 혁신으로 구체화할 방안은 오롯이 홀로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며, CIO보다 기업 및 기술 안팎의 맥락을 잘 아는 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가트너의 ‘CIO 어드바이저’라는 역할은 그런 의미에서 꽤나 특별하다. 특정 주제에 대응하는 애널리스트와 달리 CIO 어드바이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직무 특화적 업무를 수행한다. 가트너의 방대한 콘텐츠를 소화해 오직 CIO만을 위한 서비스를 수행한다. IT 리더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CIO 코리아와 비슷하다. 한국 최초의 CIO 어드바이저이자 APAC CIO 리서치 및 자문그룹 멤버인 박동배 가트너 시니어 어드바이저를 만나는 자리가 기대됐던 이유 중 하나다. 
 
박동배 가트너 시니어 어드바이저

“CIO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
“3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국내 그룹사, 글로벌 벤더, 컨설팅 기업 등에서 다양한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지금껏 걸어왔던 백그라운드가 오늘의 역할을 위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박동배 어드바이저는 자신의 직무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트너의 수많은 리서치 인사이트를 실행 가능한 조언으로 변환해 CIO들의 의사 결정을 실질적으로 돕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의 주요 자문 영역으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CIO 리더십, 어댑티브 IT 전략, 조직 구조 및 운영 모델 혁신, 거버넌스, 인재 관리, 조직 문화, 일하는 방식(Ways of Working)의 변화 등이 기술돼 있다. 다분히 인문학적이고 광범위한 단어들이다. 구체적으로 CIO들을 어떻게 돕는다는 것인지 물어봤다. 

“CIO 어드바이저라는 역할이 가트너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단 몇몇 선진국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시장 여건과 함께 요구되는 역량과 요소가 꽤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일단 가장 필요한 역량은 CIO가 제기하는 질문에 대한 해석 능력입니다. 질문 뒤에 숨은 진짜 질문을, 질문에 대한 시각을 확인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각적인 컨설팅 역량이 필요합니다.”

그는 질문을 해석하는 능력에 더해 가트너의 방대한 콘텐츠군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수백 쪽에 달하는 수많은 보고서를 잘 찾고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자료 탐색과 행간의 의미 파악, 옥석을 가리는 작업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하며 당연히 언어 능력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로 필요한 능력은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동기화하는 역량입니다. 그래야 업무에 실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러한 요건에 완벽하게 부응한다고 말하기 보다는 CIO 어드바이저로서 이러한 역량이 요구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CIO 어드바이저가 존재하는 이유는 ‘혁신 거버넌스’
그렇다면 가트너라고 하는 시장 조사 기관이 CIO 어드바이저라는 직무를 운영하는 이유는 뭘까? 가트너에서 CIO 및 ‘Technology Leadership Role’을 대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하는 전문가 조직은 애널리스트와 이그제큐티브 파트너, CIO 어드바이저라는 삼두마차 체제로 구성된다. 이 중 CIO 어드바이저는 각 애널리스트들이 커버하는 다양한 영역의 주제를 큐레이트해 CIO 역할에 집중하여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대해 박동배 어드바이저는 IT의 위상과 역할과 관련해 IT와 비즈니스 측면 모두에서 간극이 크기 때문이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팬데믹 이전부터, 팬데믹 이후에는 더욱 더 디지털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IT 조직의 수장인 CIO와 비즈니스 수장 모두 고충과 격차를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마디로 혁신입니다. 디지털을 빼고 혁신을 이야기할 수 없으니까, 비즈니스 경쟁력 관점에서 선택 사항이 아니니까 그렇습니다. 혁신을 가속화해야 하지만 전통적인 오더 테이크 방식,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사인받아 전달하는 방식으로는 뒤쳐지기 십상입니다. 데브옵스나 애자일이 도입해보지만 시행착오에 그치곤 합니다. CIO 어드바이저는 근본적으로 기업의 IT 조직과 CIO가 혁신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혁신 거버넌스를 구축하도록 돕는 직무입니다.”

박동배 어드바이저는 ‘혁신 거버넌스’라는 용어를 언급했다. 혁신 거버넌스란 무슨 말일까? 기존의 거버넌스와는 다른 의미일까? 좀더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오늘날 IT 부서밖에서 직접 IT를 생산하거나 IT 기반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비즈니스 테크놀로지스트의 비율이 41%로 파악됩니다. 현업의 비즈니스 테크놀로지스트들이 로우코드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 등을 통해 업무에 필요한 솔루션 등을 직접 개발해서 쓰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보안이나 아키텍처 등의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IT 솔루션 설계와 구현에 관한 역할과 책임(R&R)을 정의하고 조직의 업무 구조를 클리어하게 정리할 수 있었던 편한 시절은 다 지나간 겁니다. 그래서 거버넌스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속도 및 성과 문제, 자원 배분 이슈로 이어집니다. 오늘날 기업들이 혁신 여정이 중단되거나 원하는 만큼 민첩성을 얻지 못하게 되는 배경이 여기 있습니다.”

박동배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속도는 혁신에 타협이 불가능한 요소다. 다른 기업이 6개월에 걸리는 작업을 두 달 만에 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이미 이긴 것이다. 그러나 IT 기능이나 운영 과정 상의 룰을 설정하고 관리하는 ISO 류의 종전의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에 기반해서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속도에 대응할 수 없다. 비즈니스 테크놀로지스트가 절반에 이르는 상황에서 IT 조직이 회사 전체의 IT를 관장하고 중앙화된 구조에서 분배를 하는 룰 및 통제 중심의 거버넌스라는 개념은 디지털 혁신을 늦출 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래서 회사전체가 IT를 통해 일하는 방식(Ways of Working), 즉, I&T (Information & Technology) 운영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는 사람을 다루는 인문학적인 이슈이자 문화의 문제입니다. 성과 측정과 자원 배분 문제이기도 합니다. 혁신 거버넌스란 달리 표현하면 IT 딜리버리의 새로운 패턴, 새로운 웨이즈 오브 워킹을 의미합니다. 가트너 CIO 어드바이저가 하는 일이 새로운 IT 딜리버리 모델 수립을 돕는 것입니다.”

IT조직의 미래 포커스는 ‘파운데이셔널 디지털 플랫폼‘
기업 IT 부문이 전통적인 인프라 운영을 넘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있었다. 일례로 인프라 관리 모드와 혁신 모드를 구분해 생각하는 바이모달 접근법 등이 그랬다. 가트너가 말하는 새로운 IT 딜리버리 모델은, 새로운 IT 운영모델은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최고 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라는 등의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식 접근법을 말하는 것은 아니길 바라며 질문했다. 

“프로덕트 팀이 새로운 웨이즈 오브 워킹의 핵심입니다. 현업의 비즈니스 테크놀로지스트와 IT 엔지니어가 제대로 한 몸을 이뤄 엔드투엔드 전달 책임을 가지는 조직을 구성해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IT 인력에 대한 성과 측정도 CIO 손을 벗어나야 합니다. 프로덕트 팀에 대한 성과 평가를 IT 임원이 담당한다면 괴리가 생깁니다.”

박동배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기업 IT 부문은 대신 회사에 필요한 미래 핵심 기술 등 근간이 되는 부분을 담당하고 해당 역량을 CoP(Communities of Practice) 팀에 공급하는 역할로 진화해야 한다. 미래 IT 조직의 핵심 포커스는 이른바 ‘파운데이셔널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거버넌스 대신 오케스트레이션을 담당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가트너 표현에 따르면 디마크라타이즈 디지털 딜리버리(Democratized Digital Delivery) 모델이다. 

“앞선 기업 고객들을 정리하면서 도출된 모델입니다. 비즈니스와 공동 전달하는 비즈니스 레드 (Business Led) IT 형태를 향한 근본적인 아키텍처의 변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입니다. CIO나 IT 부서의 미래 역할은 오케스트레이션입니다. 프로덕트 팀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고민을 해결하고 역량을 공급해줄 수 있는 허브로서 파운데이셔널 디지털 플랫폼을 책임지는 전략적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핵심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개략적인 이야기다. 통제형 거버넌스, 어댑티브 거버넌스, 조직 내 러닝에 대한 원칙, 리더십 매니페스토 등 수많은 각론들이 존재한다. 또 이 모델이 검토될 수 있는 조직은 기술에 대한 분산(Democratized)이 어느 정도 이뤄진 곳에 해당한다. 가령 비즈니스 테크놀로지스트조차 부족한 조직이라면 CIO 역할은 에반젤리스트가 되는 것부터라고 박동배 어드바이저는 설명했다. 

“기업과 업종마다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IT에 대한 조직 내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판단됩니다. 셰도우 IT의 형태든 비즈니스 테크놀로지스트의 형태든, 티핑포인트가 도래한 양상입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에 너무 이르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주요 고객사의 CIO들을 만나본 결과 이 주제에 대해 논의한 결과는 달랐습니다. ‘그렇다, 그게 바로 우리의 진짜 고민이다’라는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트너가 이와 관련해 수많은 리서치를 깊이 있게 진행한 이유를 실감했습니다.”

박동배 어드바이저와의 대화는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이어졌다. 우리나라 특유의 강력한 문화적 동질성, 무형의(intangible) 가치를 잘 인정하지 않는 동양적 사고방식으로 인한 IT 가치 입증의 어려움, 데브옵스 관행이 안착하지 못하는 현실 등에서부터 제너럴 일렉트릭의 전설적인 CIO 제임스 로스의 혁신 접근법에 이르기까지 CIO들이 참고할 만한 화제가 두 시간 여 동안 지면에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끊임없이 이어졌다. CIO Korea 독자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전대미문의 기회가 왔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통제와 권한을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주역에서 조역으로 밀려나야 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거버넌스를 내려놓고 플랫폼을 갖춰 오케스트레이션 역할로의 전환에 성공한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문이 열립니다. IT의 가치를 진정으로 입증하려면 현업에게 넘겨주고 함께 해야 합니다. IT 조직의 부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IT의 핵심 경쟁력을 개발하고 양성할 기회가 나옵니다. 무엇보다도 회사의 디지털 역량을 어느 회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IT 딜리버리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한 번쯤 언급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고 박동배 어드바이저는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고마움의 기자의 몫이다. IT는 무엇을 해야 하는 조직일까? CIO는 뭘 하는 인물이어야 할까? 거버넌스, 혁신이라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용어가 새삼스럽게 눈에 밟혔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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