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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누가 HP를 구할 수 있을까?

2011.08.29 Bill Snyder   |  InfoWorld
상어 떼가 HP 주변을 맴돌고 있다. 최근 HP는 2건의 발표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WebOS 기기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PC 사업의 분사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핏물을 한 양동이 채 바다에 뿌려 상어 떼를 불러들인 셈이 되어버렸다. 뭔가 빠르고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면, 한때 실리콘 밸리의 보석 같은 역할을 했던 이 회사가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는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면 수천의 직원들과 주주들이 피해자가 된다. 고객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주 월스트리트에서는 HP의 주가가 폭락했다. 20%, 돈으로는 US 100억 달러였다. 인수합병 전문 사냥꾼들에게는 먹기 좋은 떡이 될 수 있다. 또 조각으로 쪼개져 팔릴 수도 있다.
 
필자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HP의 주식을 포함해 95억 달러 상당의 펀드를 관리하고 있는 한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기 바란다. "누군가 주어 담는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최소한 일부 사업 부문 정도는 조각으로 인수할 수 있다." 피두시어리 트러스트(Fiduciary Trust)의 마이클 물라니가 블룸버그 뉴스(Bloomberg News)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한 때 실리콘 밸리라는 왕관의 보석과도 같았던 회사가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난파 직전에 몰린 선박의 신세가 되어버린 듯싶다.
 
가혹한 표현이라고? 물라니는 그나마 친절하게 말을 해줬다. 글로벌 에쿼티스(Global Equites)의 책임자 트립 쵸우드리는 "가치 산정? 무슨 가치?"라며 "경영진에 수완이 있을 떄, 이사회가 일치단결해 움직일 때, 제품이 고객의 니즈를 해소할 때, 고객을 돌볼 때만 가치 산정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법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쵸우드리의 처방은 지금 당장 혁신적인 수술을 하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런 처방을 지지한다. 그는 "레오 아포테커 CEO를 비롯해 모든 경영진을 해고해야 하고, 레이 레인 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을 갈아 치워야 한다. 그런 후 신생기업 출신의 공격적이면서도 경쟁에서 이기는데 목숨을 건 사람들을 데려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 명의 CEO와 세 번의 큰 실패
아포테커는 HP의 망조를 이끈 CEO 중 가장 나중에 책임을 맡은 인물이다. 따라서 지금의 곤경을 모두 그의 탓으로 돌린다면 공평하지 않다. 결국 PC 부문 분사를 희망하게 된 것은 칼리 피오리나가 기술 산업 역사상 가장 최악의 인수 중 하나로 꼽히는 컴팩 인수로 현금 창고를 바닥낸 까닭이 크다.
 
아포테커의 전임자인 마크 허드도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 보자면 마크 허드가 해고 당한 이유는 성 추문, 이 사실을 덮으려고 돈을 들여 날조 보고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크 허드의 진짜 원죄는 인력 감축과 비용 삭감을 통해서만 경영을 하려고 한 기본적인 전략에 있었다. 단기간은 수익을 늘리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한 장기 전략이 없었다.
 
앞서 말했듯, 이런 과거에 대해 아포테커 탓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사회를 비난할 수는 있다. 수수께끼 같은 실수가 많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아포테커를 CEO로 지명한 것이다. 그는 SAP에서 좋은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하드웨어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부족했다. 이런 점들이 서둘러 막바지 수를 던지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아포테커의 큰 실수
HP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아포테커의 연이은 실수는 숨이 막힐 정도다. 오토노미(Autonomy)를 US 110억 달러에 인수했던 것을 떠올려보자. 쵸우드리는 "돈을 써야 했다면, 없을 경우 회사의 운영이 중단될 만큼 기업활동에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에 돈을 써야 했다. 오토노미의 소프트웨어는 쓸만하다. 그러나 그 정도로 중요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필자나 인포월드(InfoWorld)의 동료들은 WebOS의 지지자들은 아니지만,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일부에서는 WebOS를 인수한 HP의 모바일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터치패드(TouchPad)가 실패하자, 아포테커와 이사진은 공포에 사로잡혀 버리고 말았다. 대기업들이 출시한 가장 단명한 제품이 터치패드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밥(Bob)조차도 3개월은 버텼다. 그러나 터치패드는 6주다. 너무했다는 이야기다.
 
현재 아포테커는 WebOS가 죽은 건 아니지만, HP는 이를 뒷받침 해 줄 쓸만한 기기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청업체들이 하드웨어를 조립해 쓸만한 제품을 만들도록 해서 시장에 내어 놓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잠재적으로 Web OS를 라이선싱 하려는 기업들이나, 프린터 같은 무언가에 WebOS를 쓰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는 HP 계열사에 설득력이 없는 발언이다. 그리고 그토록 많은 하드웨어를 만들고 있는, 아니 만들었었던 기업으로서는 깜짝 놀랄 자백이다.
 
아포테커는 또 한편으로는 PC 사업의 분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컴팩 인수에 들인 250억 달러가 낭비였으며, 일자리 수천 개가 날아갈 것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HP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을 차버리겠다고 월스트리트에 떠벌리기 전에 출구 전략을 살펴봐야 했다.
 
이런 떠벌림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돈이 증발해버렸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아포테커가 SEC(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의 증권거래법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믿지 말기 바란다.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전략적인 움직임을 탐구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팜(Palm) 인수도 또 다른 돈의 낭비로 밝혀졌다. 정확히 12억 달러다.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나 있었을까? 게다가 팜의 인수에 앞서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 부문 CEO인 토드 브래들리를 HP에 합류, PC 부문을 책임지도록 했다. 참 대단한 생각이었다. 실패한 CEO로 하여금 HP에서 가장 큰 사업부문을 경영하도록 했으니 말이다. 팜을 인수한 이후 책임을 맡은 인물도 브래들리였다. 다시 한 번 감탄을 금하지 못하겠다.
 
개인적으로는 래리 엘리슨이 축출하기 전까지는 레이 레인이 오라클에서 꽤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그 후 레인은 HP의 회장 자리로 옮겨 앉았다. 그러나 쵸우드리는 "오라클에서 떠난 이후 그가 한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좋은 질문이다. 그리고 HP 이사회의 지난 이력을 봤을 때, 이사회 의장(회장) 자리에는 21세기형 기술에 더욱 근접해있는 보다 공격적인 인물을 앉히는 게 상식이지 않았을까? 우리는 PC 이후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HP는 PC 중심의 구식 회사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최선의 인재를 찾았어야 했다.
 
HP를 구할 방법들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리더들을 해고하는 것은 1단계에 불과하다. HP는 모바일 전략과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였던 사람들로 새 이사회를 꾸릴 필요가 있다 (오라클의 찰스 필립스 전 사장은 어떤가?). 또 하드웨어와 서비스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경영진을 찾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모바일 전략을 개발해야 하고, 아이태니엄의 사망이라는 현실과 싸우기 시작해야 한다. HP가 하드웨어를 포기하고자 한다면 변화를 위한 이행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모바일 전략을 폐기하는 동시에 갑작스레 PC 사업과의 단절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아포테커에게는 대담한 전략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느끼기에는 자포자기에서 나오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하루 밤 사이에 IBM과 같이 변하겠다고 시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필자가 가혹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걸려있는 게 너무 많다. 거대 기업이 무너지면 많은 사람들이 다친다. HP와 같은 거인은 수만 명을 고용하고 있을뿐더러, 부품 제조사의 엔지니어에서 WebOS 코딩을 맡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이들 회사의 구내식당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저소득 근로자들에 이르기까지 또 다른 수만 명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중심에 있다. 또 수십 만, 아니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이들 제품에 일상을 의지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유지할 권리가 있고, 주주들은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을 피해야 하며, 고객들은 좋은 제품을 이용할 자격을 갖고 있다. 필자는 HP가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변화를 단행하기 희망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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