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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기술이 발전할수록 필요한 건? 개발자 아닌 기술 인문학자

2022.09.28 Liz Parnell  |  IDG Connect
ⓒDepositphotos

IT 및 기술 직종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선망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인기 덕에 비기술적(non-technical) 역량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및 양자 컴퓨팅 같은 신흥 기술의 시대를 맞이하는 데 꼭 기술적 지식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학위는 당장 시장의 수요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예술 및 인문학 관련 학과의 입학생이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영국의 인문학 관련 학과에 입학한 학생 수는 4만 명가량 감소했다. 영국의 셰필드 핼럼 대학은 최근 영문학과를 폐지했다. 상당수의 영국 정부도 관계자들도 시장 수요가 낮은 학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와중 기술 시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역량을 요구하는 듯 보인다. 예컨대 인공지능을 넘어 전례 없는 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양자컴퓨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학위 수료자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년 동안 컴퓨터 공학과 입학생은 50%나 늘었으며 인공지능 관련 수업은 무려 3배나 더 많아졌다. 

그럼에도 인문학을 포기할 수 없다. 걷잡을 수 없이 발전하는 기술을 인간이 통제하려면 말이다. 
 

처리량만큼 불어나는 윤리적 딜레마

한때 SF 영화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일상이 됐다. 양자 컴퓨팅도 곧 그 뒤를 따를 전망이다. 2020년 IDC는 2023년까지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25% 이상이 경쟁 우위를 점하고자 어떤 형태로든 양자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리라 예측했다. 여전히 구체적인 활용 방식은 불투명하지만 말이다. 

신기술이 시장을 점령하기 전 오용되지 않도록 미리 규제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리 대비하지 못한 인공지능 기술은 편향성 문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방대한 데이터 셋에 내재된 편향은 양자 컴퓨팅 같은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할수록 악화된다. 따라서 윤리학적 고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윤리는 모든 자유학예(liberal arts) 교육의 기본이다.

IBM에 따르면 양자 컴퓨팅은 2030년쯤부터 수십조 달러의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전망이다. 양자컴퓨터는 트랜지스터와 비트가 아닌 양자와 큐비트를 연산의 기본 재료와 단위로 사용한다. 양자로 보낸 신호는 0과 1이 아니라 그 둘 다인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가령 4비트의 16가지 경우의 수를 순차적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갖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대폭 증가한다. 예컨대 큐비트가 20개만 되면 100만 개 이상의 연산을 단번에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 연구진과 양자 컴퓨팅 기업 디웨이브(D-Wave)는 작년 3월 한 물리학 연구 시뮬레이션을 기존 컴퓨터보다 300만 배 더 빨리 처리해냈다. 

딜로이트 연구에 따르면 양자컴퓨팅의 막대한 처리 역량은 수많은 윤리적 난제를 제기한다. 기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짊어진 개인 정보 보호 및 블랙박스(black box) 문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물리화학, 재료과학 분야 연구는 양자 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기대되는 응용 분야다. 양자컴퓨팅이 상용화되면 완전히 새로운 소재와 약물이 개발될 것이다. 동시에 이 같은 신기술이 환경과 사회에 끼칠 영향을 미리 고민해보고 대비해야 한다. 

이 외에도 양자컴퓨터는 수조 개에 달하는 인체 내 세포와 단백질, DNA 등의 상호작용 분석에서 슈퍼컴퓨터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인다. 먼 미래에는 유전자 수정 기술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유전자 수정 기술이 인류 역사상 가장 첨예한 생명윤리적 논란을 일으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거대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 미리 고찰하려면 기술 인문학자가 절실하다. 
 

소프트웨어 개발도 한 시대의 역량일 뿐 

기술 산업은 그 인기만큼이나 변덕스럽다. 영국만 해도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수가 2011년 224,000명에 비해 2021년 465,700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지만, 양자 컴퓨팅의 시대가 도래하면 언제 시들지 알 수 없다. 실제로 2021년 IBM 연구에서는 앞으로 새로운 기술 역량의 유효 기간(half-life)이 2.5년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특정 기술에 국한된 역량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술이 인간을 능가하는 특이점이 오기 전에, 혹은 오더라도 인류가 통제권을 잃지 않기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인문학적 역량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윤리적 난제는 결국 곧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려면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끈질기게 되묻는 철학, 인간의 걸어온 길을 탐구하는 역사,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표현하는 예술 등의 인문학 및 자유학예 교육은 저절로 필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이미 늦었을 공산이 크다.

사실, 인류 역사상 이런 지식이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시대에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날 우리가 필요한 기술 인문학자는 인문학은 물론이거니와 기술자들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인공지능, 기계학습, 양자 컴퓨팅 등의 기술을 헤아려야 한다는 점이다.  

*Liz Parnell은 미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랙스페이스 테크놀로지(Rackspace Technology)의 최고 운영 책임자다. 특히 기업의 신흥 기술 채택, 기술과 노동 시장, 양자 컴퓨팅의 출현 및 영향에 대해 관심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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