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1

칼럼 | IT, 전쟁과 평화

정철환 | CIO KR
이번 달 칼럼은 최근 필자가 읽은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하고자 한다. 미국의 IT전문가인 마크 슈워츠의 ‘War & Peace & IT’ (국내 번역서 제목은 ‘IT, 전쟁과 평화’, 에이콘출판사) 중에서 일부 내용과 함께 필자의 의견을 적어보겠다.
 

“비즈니스는 IT에게 고객이며, 고객은 언제나 옳다. 위 표현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IT 부서는 장기적으로 이 가치 함정때문에 실패한다. 왜냐하면 고객이 옳지 않은 경우가 자주 있으며 (특히, 고객의 전문 분야가 아닌 경우), 비즈니스를 ‘고객'이라고 부름에 따라 IT와 IT를 제외한 비즈니스 부문 사이에 벽이 생기기 때문이다.” <본문 69페이지>


1990년대부터 자리잡은 IT 운영의 아웃소싱 흐름은 이제 대부분의 기업에서 대세가 되었다. 계약에 의한 IT 운영 방식은 비즈니스 부문과 IT 운영 부문을 ‘갑’과 ‘을’의 관계로 규정짓고 있다. IT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기준으로 시스템 운영 개선을 한다. 이 체계에서 고객의 요구는 절대적인가? IT가 비즈니스를 지원한다는 개념 하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IT가 더 이상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경쟁력과 방향을 좌우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IT와 비즈니스가 계약으로 연결된 관계에서는 비즈니스 이해관계자의 승인을 받은 (결재를 마친) 완벽한 요구사항 문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본문 96 페이지>


IT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시스템을 개발할 때, 또는 개선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현업 사용자의 요구사항이 명확한가?’ 여부다. 요구사항이 불명확하면 시스템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다. 그러나 현업인들 자신의 비즈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알고, 이를 시스템으로 어떻게 반영해야 할 지 시스템 개발 전에 분명히 제시할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일부는 그럴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 개선을 위한 요구사항 정의 방법은 IT 담당자와 비즈니스 현업이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다. 바로 ‘애자일’ 방법론이다. 애자일 방법론이 이미 1990년대에 등장했으나 여전히 기업의 IT 운영현장에서의 활용 현황은 미진하다. 그 원인의 중심이 IT 운영 아웃소싱에 따른 계약관계와 업무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선 긋기 아닐까?
  

“IT 비용 지출은 기업 운영 및 전략적인 필요에 따라 주도돼야 한다. IT가 비즈니스와 별개이고, IT비용은 고통스러우며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 점을 쉽게 간과하게 된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가장 큰 영역은 기능 과다 제거다. IT가 일련의 요구사항을 받아 해당 요구사항을 구현하는 모델에서는 IT가 이 비용 절감 업무에 참여할 수 없다.” <본문 236 페이지>


IT 운영부서는 종종 경영진으로부터 ‘필요악’ 취급을 받곤 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IT 투자를 위한 품의를 진행할 때 승인을 받으면서도 뭔가 부정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IT에 대한 비용이 비즈니스 성과와 직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IT 운영 부서는 경영진이 이러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비용 절감 요구에 대한 대응 시에는 과감하게 현업의 요구사항에 대한 통제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현업은 IT에 대해 ‘원하면 해 줘야 하는 부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나 이러한 요구에는 항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SW 유지보수는 대상 SW의 능력 변경 (기능확장, 기능 개선 또는 비즈니스 변화를 따라잡기 위한 변경 등)을 의미한다. 이런 변경은 실제는 혁신적인 업무다.
사실 SW의 일부분을 유지보수 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새로운 차를 구입하면, 차가 구입 당시와 동일하게 잘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돈을 지속적으로 써야 한다. 하지만 SW는 구입한 후 돈을 쓰지 않아도 구입 시점과 동일하게 작동한다.
문제는 우리가 SW에 구입 당시와 동일한 작동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이 변화함에 따라 SW도 함께 변화하길 원한다. SW 변화 비용은 실제로 혁신 예산에 포함돼야 할 만한 가치를 가졌는데도 자주 KLTO(keep the light on) 예산에 포함된다.” <본문 241 페이지>


IT 운영을 주관하는 담당자들은 경영진으로부터 ‘시스템을 개발한지 10년도 넘었는데 뭐가 그렇게 개발할 것이 많은가?’ 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ERP을 오픈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왜 이렇게 운영인력이 많이 필요한가? 라는 의미다. 이런 질문에 아주 적절한 대답이 위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IT의 성공은 기업의 성공 자체로 측정된다. IT는 비즈니스 이니셔티브와 운영을 지원할 목적으로 보유하는 것이므로 기업 운영을 잘 지원하는 한, IT는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IT에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IT 내부 지표가 아니라 비즈니스 결과여야 한다. 이 개념을 디지털 기업의 정의로 받아들여도 좋다.” <본문 252, 256 페이지>


매년 IT 운영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만 IT가 기업 비즈니스에 기여한 바가 무엇인지 경영진은 늘 의문을 가진다. 그러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세상에서 IT는 이제 더 이상 기업의 운영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아니다. 기업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IT 부서도 고객의 요구 사항을 기준으로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비즈니스 조직과 함께 기업의 성과를 추구하는 동반자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IT 부서가 뭘 했는지 모르겠는데 올해 기업의 성과는 잘 나왔는가?’ 그렇다면 IT 부서는 진짜 일을 잘 한 것이다.

‘IT, 전쟁과 평화’에는 기업의 IT 운영에 대한 많은 통찰력을 포함하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그 내용의 극히 일부만을 소개한 것이다. 기업에서 IT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제조업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21.02.01

칼럼 | IT, 전쟁과 평화

정철환 | CIO KR
이번 달 칼럼은 최근 필자가 읽은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하고자 한다. 미국의 IT전문가인 마크 슈워츠의 ‘War & Peace & IT’ (국내 번역서 제목은 ‘IT, 전쟁과 평화’, 에이콘출판사) 중에서 일부 내용과 함께 필자의 의견을 적어보겠다.
 

“비즈니스는 IT에게 고객이며, 고객은 언제나 옳다. 위 표현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IT 부서는 장기적으로 이 가치 함정때문에 실패한다. 왜냐하면 고객이 옳지 않은 경우가 자주 있으며 (특히, 고객의 전문 분야가 아닌 경우), 비즈니스를 ‘고객'이라고 부름에 따라 IT와 IT를 제외한 비즈니스 부문 사이에 벽이 생기기 때문이다.” <본문 69페이지>


1990년대부터 자리잡은 IT 운영의 아웃소싱 흐름은 이제 대부분의 기업에서 대세가 되었다. 계약에 의한 IT 운영 방식은 비즈니스 부문과 IT 운영 부문을 ‘갑’과 ‘을’의 관계로 규정짓고 있다. IT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기준으로 시스템 운영 개선을 한다. 이 체계에서 고객의 요구는 절대적인가? IT가 비즈니스를 지원한다는 개념 하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IT가 더 이상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경쟁력과 방향을 좌우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IT와 비즈니스가 계약으로 연결된 관계에서는 비즈니스 이해관계자의 승인을 받은 (결재를 마친) 완벽한 요구사항 문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본문 96 페이지>


IT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시스템을 개발할 때, 또는 개선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현업 사용자의 요구사항이 명확한가?’ 여부다. 요구사항이 불명확하면 시스템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다. 그러나 현업인들 자신의 비즈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알고, 이를 시스템으로 어떻게 반영해야 할 지 시스템 개발 전에 분명히 제시할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일부는 그럴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 개선을 위한 요구사항 정의 방법은 IT 담당자와 비즈니스 현업이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다. 바로 ‘애자일’ 방법론이다. 애자일 방법론이 이미 1990년대에 등장했으나 여전히 기업의 IT 운영현장에서의 활용 현황은 미진하다. 그 원인의 중심이 IT 운영 아웃소싱에 따른 계약관계와 업무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선 긋기 아닐까?
  

“IT 비용 지출은 기업 운영 및 전략적인 필요에 따라 주도돼야 한다. IT가 비즈니스와 별개이고, IT비용은 고통스러우며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 점을 쉽게 간과하게 된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가장 큰 영역은 기능 과다 제거다. IT가 일련의 요구사항을 받아 해당 요구사항을 구현하는 모델에서는 IT가 이 비용 절감 업무에 참여할 수 없다.” <본문 236 페이지>


IT 운영부서는 종종 경영진으로부터 ‘필요악’ 취급을 받곤 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IT 투자를 위한 품의를 진행할 때 승인을 받으면서도 뭔가 부정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IT에 대한 비용이 비즈니스 성과와 직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IT 운영 부서는 경영진이 이러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비용 절감 요구에 대한 대응 시에는 과감하게 현업의 요구사항에 대한 통제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현업은 IT에 대해 ‘원하면 해 줘야 하는 부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나 이러한 요구에는 항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SW 유지보수는 대상 SW의 능력 변경 (기능확장, 기능 개선 또는 비즈니스 변화를 따라잡기 위한 변경 등)을 의미한다. 이런 변경은 실제는 혁신적인 업무다.
사실 SW의 일부분을 유지보수 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새로운 차를 구입하면, 차가 구입 당시와 동일하게 잘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돈을 지속적으로 써야 한다. 하지만 SW는 구입한 후 돈을 쓰지 않아도 구입 시점과 동일하게 작동한다.
문제는 우리가 SW에 구입 당시와 동일한 작동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이 변화함에 따라 SW도 함께 변화하길 원한다. SW 변화 비용은 실제로 혁신 예산에 포함돼야 할 만한 가치를 가졌는데도 자주 KLTO(keep the light on) 예산에 포함된다.” <본문 241 페이지>


IT 운영을 주관하는 담당자들은 경영진으로부터 ‘시스템을 개발한지 10년도 넘었는데 뭐가 그렇게 개발할 것이 많은가?’ 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ERP을 오픈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왜 이렇게 운영인력이 많이 필요한가? 라는 의미다. 이런 질문에 아주 적절한 대답이 위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IT의 성공은 기업의 성공 자체로 측정된다. IT는 비즈니스 이니셔티브와 운영을 지원할 목적으로 보유하는 것이므로 기업 운영을 잘 지원하는 한, IT는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IT에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IT 내부 지표가 아니라 비즈니스 결과여야 한다. 이 개념을 디지털 기업의 정의로 받아들여도 좋다.” <본문 252, 256 페이지>


매년 IT 운영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만 IT가 기업 비즈니스에 기여한 바가 무엇인지 경영진은 늘 의문을 가진다. 그러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세상에서 IT는 이제 더 이상 기업의 운영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아니다. 기업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IT 부서도 고객의 요구 사항을 기준으로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비즈니스 조직과 함께 기업의 성과를 추구하는 동반자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IT 부서가 뭘 했는지 모르겠는데 올해 기업의 성과는 잘 나왔는가?’ 그렇다면 IT 부서는 진짜 일을 잘 한 것이다.

‘IT, 전쟁과 평화’에는 기업의 IT 운영에 대한 많은 통찰력을 포함하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그 내용의 극히 일부만을 소개한 것이다. 기업에서 IT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제조업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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