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PR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트위터 Q&A계정을 열어두는 건 사실 그다지 좋은 전략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초 어느 유명 동물원에서는 이런 상식을 무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외에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SNS관련 에피소드들이 2015년에도 있었다.
개중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모욕적 언사, 대중의 사랑을 받는 동물에 대한 폭력행위, 여왕이 사망했다는 오보, 마르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에 대한 멍청한 트윗 등도 포함되어있다. 올해 메이저 기업, 조직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어떤 망신을 겪었는지, 그리고 같은 처지에 처하는 것을 피하려면 기업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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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케익 기업의 여성비하성 트윗
문제의 발단은 팬케이크 프랜차이즈 IHOP이 올린 "볼륨은 없지만 착한" 팬케익(?) 트윗이었다. 2015년 소셜 미디어 최악의 실수 중 하나로 꼽히는 이 트윗은 팬케익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IHOP에서는 설명했지만 사실상 가슴이 작은 여성들을 겨냥한 조롱의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채터 버즈 미디어(Chatter Buzz Media)의 소셜 미디어 코디네이터인 제스 틸은 "IHOP의 트윗은 투박하면서도 재미있는, 어쩌면 너무 유치하기까지 한 유머로 유명하지만 가끔 선을 넘기도 한다"라고 평가했다. 더 버즈 에이전시(The Buzz Agency)의 소셜 미디어 계정 담당자 코트니 히키는 이 트윗이 "일터에서의 성차별을 묵인하고 잘못된 신체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비하적이었다고 단언했다.
IHOP은 여론의 뭇매와 언론의 비판적 보도가 있은 후에야 비로소 해당 트윗을 지우고 사과했다. 이번 사건은 유머의 사용이 누군가에겐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며 따라서 "현명하게 사용해야"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고 히키는 평가했다.
#AskSeaWorld 트위터 캠페인 역풍
씨월드측의 이 실수는 참으로 기념비적인 것이었다고 채터 버즈 미디어의 틸은 평가했다. 그는 “동물 권리 보호 활동가들에서부터 인터넷 키보드 워리어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씨월드를 향해 집중 포격을 퍼부었다”라고 전했다.
일례로 동물보호단체 PETA는 씨월드에 대해 “실제로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는 기형적인 등지느러미의 비율은 1%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씨월드는 관람객들에게 등지느러미 기형이 매우 흔한 현상이라고 거짓말했다”라고 비판했다.
사연을 보도한 CNN에 의하면 씨월드측은 자사의 트위터 Q&A 계정이 트위터봇과 악의를 가진 네티즌들에 의해 해킹당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AskSeaWorld 해시태그는 관련된 질문과 비난을 다수 받고 있다.
베니티 페어를 향한 틴더의 분노 표출
지난 8월, 미국의 잡지 베니티 페어는 “데이팅 앱에 만연한 일회성 만남 문화에 관한 매우 자극적이면서도 편파적인 글”을 실었다. 그러자 소셜 데이팅 앱 틴더(Tinder)는 해당 잡지와 기사의 저자를 “맹렬히 비난하는” 트윗으로 이에 응수했다.
애드윅(AdWeek)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틴더의 이러한 행보를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노린 의도적인 행동으로 평가했다.
비크리에이티브360(BeCreative360)의 소셜미디어 매니저 맷 어먼에 따르면 정석적인 대응은 “틴더 블로그(Go Tinder)상에, 사례 연구를 들어 침착하게 조목조목 해당 기사에 반박하고, 블로거들 및 SNS 사이에서 이 내용이 꾸준히 퍼져나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틴더 측은 이렇게 하는 대신 광폭한 반응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한 번 틴더가 정신적, 도덕적으로 미숙하고 자기중심적인 이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BBC의 기자가 영국 여왕의 죽음을 오보
지난 6월, BBC의 한 기자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망 소식을 트위터로 전해와 물의를 빚었다. BBC에서 여왕 사망 시에 대비하여 미리 준비한 리허설이 진짜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리허설 일부가 여왕이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위해 방문하는 병원에서 진행된 것도 한 몫 했다.
실수를 깨달은 해당 기자는 빠르게 해당 트윗을 삭제하고 ‘잘못 알았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또한 자신 역시 ‘장난에 속아’ 트위터를 작성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이 오보는 소셜 미디어는 물론 언론에까지 보도된 상태였다. 몇몇 뉴스에서는 오보 정정 후 관련 기사를 철회하기까지 했다.
해당 기자가 자신의 사적 트위터 계정을 ‘뉴스 보도’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런 실수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카파인의 CEO이자 창립자 로잇 발리아는 말하며, BBC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소식을 전했다면 사실 여부를 한번 더 확인하려 했을 것이며 이러한 실수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위터에 포르노 링크를 건 ESPN 애널리스트
지난 1월, ESPN의 리크루팅 애널리스트 게리 해밀튼은 트위터를 통해 스포츠 네트워크의 29위 풋볼 리크루트 로콴 스미스(Roquan Smith)가 텍사스 A&M 공식 방문 일정을 잡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문제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담은 비디오 링크를 첨부해야 할 자리에 포르노 영상 링크를 걸었다는 것이었다.
트윗을 올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해밀턴은 해당 트윗을 삭제 했으나 이미 그 트윗은 캡쳐 되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카파인의 발리아는 “소셜 미디어의 실시간적 성격이 잘못 발현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였다. 또한 인터넷에 한 번 올라간 것은 완벽하게 없었던 일로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블루밍데일의 ‘데이트 강간’ 광고
블루밍데일의 2015년 크리스마스 카탈로그에는 음흉한 눈빛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남자 모델과 그런 남자의 시선을 모르는 듯 웃고 있는 여자 모델이 등장한다. 그 이미지 바로 밑에는 “평소 관심 가던 그녀가 보지 않을 때 몰래 음료에 약을 타세요(Spike your best friend’s eggnog when they’re not looking)”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네오리노(neoRhino)의 세일즈 및 마케팅 담당자 조지 그라신 III에 따르면, 원래 카탈로그는 하드카피로 배포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사진이 소셜 미디어에 떠돌게 되면서 (데이트 강간을 장려한다는 비판과 함께) 논란이 증폭됐다. 해당 광고에 불쾌감을 느낀 한 여성은 “이번 강간 광고를 계기로 블루밍데일과는 끝이다”라고 비판했다. 블루밍데일 측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미숙한 판단’에 대해 사과했다.
버드 라이트의 #UpForWhatever 해시태그
그런데 이런 식의 강간 조장 광고가 문제가 된 건 블루밍데일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봄, 버드와이저에서는 #UpForWhatever 해시태그 캠페인을 했는데 이 역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성적인 강요를 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어 문제가 됐다. “ 오늘 밤, ‘안 돼’라는 말을 잊게 만드는 완벽한 맥주”라는 슬로건은 버드 라이트 용기에 버젓이 올라가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트위터에서는 즉각 논쟁에 불이 붙었다. 한 여성은 이에 대해 “버드와이저에서 이 농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차라리 문구를 해시태그를 #UpForAnything으로 바꾸는 게 나았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술에 취해 조금 느슨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불쾌감을 덜 주는 문구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올 씽스 브랜드(All Things Brand) 공동창립자 대니엘 블루멘탈은 전했다.
타깃 페이스북 페이지 해킹 사건
매장 내 아동 용품 섹션에서 어떠한 성 구분적 표현도 금지하기로 한 타깃(Target)의 결정은 고객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논쟁이 가장 치열하게 일어난 공간은 이들 기업의 페이스북 페이지였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가 허위 계정을 만든 뒤 프로필 사진을 타깃의 로고로 바꿔놓고 브랜드의 고객 서비스 담당자를 사칭한 것이다.
행위가 제재되기까지의 16 시간 동안 이 사용자는 분노한 사용자들을 비꼬며 그들의 화를 북돋았다. 그가 남긴 당혹스런 답변 하나를 인용해본다.
“케빈, 솔직하게 얘기할게요. 당신이 멍청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결국 타깃 측에서 직접 나서서 “이 사람은 우리 회사와 관련 없는 사람이다”라고 밝혔지만 해명을 하기까지 지나치게 오래 걸린 것은 명백한 회사의 실수였다.
마틴 루터 킹 데이를 홍보에 이용하려 한 시애틀 시호크스의 무리수
올해 초 그린 데이 패커스를 꺾고 슈퍼 볼 진출을 확정한 시애틀 시호크스는 마틴 루터 킹 데이 휴일을 미식축구와 연결 지어 “#마틴 루터 킹 데이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라는 트윗을 게재했다.
압권은 해당 트윗과 함께 시호크스의 쿼터백 러셀 윌슨이 눈물을 흘리는 사진에 킹 목사의 연설문을 인용한 문구를 얹은 이미지를 함께 첨부한 것이었다.
시호크스 트위터를 팔로잉 하던 팬들은 격렬히 분노했고, 구단 측은 즉각 해당 트윗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해야 했다.
이볼버(Yvolver)의 커뮤니케이션 및 마케팅 매니저 조나단 하롭은 이번 논란에 관해 “국가 기념일을 어떠한 감정적 암시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말 머리에 총을 겨눈’ 휴스턴 로켓츠의 트윗
소셜 미디어에서 부적절한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실수가 불러올 수 있는 파장은 어디까지일까? 농구 구단 휴스턴 로켓츠의 공식 트위터를 관리하던 책임자의 경우에는 하나의 트윗으로 업계의 유명인사가 됐다. 팀의 승리를 자축하는 그의 유머는 슬프게도 여론의 비난과 마주해야 했고, 결국 이 계정 담당자는 직장을 잃어야 했다.
사건은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플레이오프 첫 라운드 중간에 발생했다. 팀을 응원하는 마음이 지나쳤던 해당 트위터 관리자가 매버릭스의 상징인 말 아이콘과 권총 아이콘을 나란히 올린 뒤 그 아래에 “눈 감고 있어, 금방 끝내줄게”라는 코멘트를 덧붙이 트윗을 업로드 해버린 것이다.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로켓츠는 “해당 트윗은 명백히 문제적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며, 매버릭스를 비롯한 모든 라이벌을 존중하는 로켓츠의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었다”라는 사과문을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스포팅 뉴스(Sporting News)의 이후 보도에 따르면, 해당 트윗을 올린 담당자는 결국 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