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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남의 畵談 | 합리적 권위

2014.06.09 박승남  |  CIO KR
‘권위 있는’이란 말은 긍정적인 느낌을 주고, ‘권위적인’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권위’라는 동일한 단어가 포함되어있지만,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권위라는 것은 행해졌을 때 그 성향이 드러나는 유동적인 개념인 것 같습니다. 아마 그 차이는 권위가 실력이나 덕에서 오는 것이냐, 아니면 단지 지위나 권력에 의한 것이냐에 있는 것 아닐까요?

지위에 의한 권위의 폐해로, 기장의 권위에 눌려 부조종사나 항공기관사가 이상을 발견하고도 차마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못해서, 즉, 권위적 환경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항공기사고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동양권에서는 서로간에 영어로 말을 하게 하거나, 역할을 분산하는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밀그램 실험에서도 권위의 영향력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1961년 예일 대학교의 심리학과 조교수 스탠리 밀그램은 권위에 대한 복종을 연구하던 중, 사람들이 파괴적인 복종에 굴복하는 이유가 성격보다 ‘상황’에 있다고 믿고, 상당히 설득력 있는 상황이 생기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윤리적, 도덕적인 규칙을 무시하고 명령에 따라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밀그램은 "징벌에 의한 학습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피실험자들을 교사와 학생으로 나누었고, 교사 역할과 학생 역할의 피실험자를 각각 1명씩 그룹을 지어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학생 역할의 피실험자를 의자에 묶고 양쪽에 전기 충격 장치를 연결하고, 교사가 학생에게 문제를 내고 학생이 틀리면 교사가 학생에게 전기 충격을 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학생 역할의 피실험자는 배우였으며, 전기 충격 장치도 가짜였고, 이 실험은 "징벌에 의한 학습 효과"가 아닌 "권위에 대한 복종"에 대한 실험이었습니다. 실험자는 교사에게 학생들을 테스트한 후 학생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15볼트부터 시작하여 450볼트까지 한번에 15볼트씩 높여서 전기 충격을 가하라고 지시합니다. 밀그램이 주시했던 것은 교사들이 전압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 가였습니다. 실험자는 흰색 가운을 입고 전압을 올릴지 말지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실험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전압을 올릴 것을 강요했습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 밀그램은 4달러의 실험참여 대가로 피실험자들이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밀그램은 0.1% 정도의 사람들이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험의 결과는 충격적으로 65%의 피실험자가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렸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위에 있고, 또한 어떤 분의 밑에 있는 중간적인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위에 있는 경우 지위에 따른 권력을 가지게 됩니다. 권력은 생각보다 힘이 있고, 이 힘은 달콤하고 쉽게 중독되는 성향이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때 ‘합리적 권위’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항공기 사고의 사례는 지위를 가졌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줍니다.

그리고, IT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후반부에 문제점이 쏟아져 나오고 오픈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도 같은 경우입니다. 대부분 원인은, 프로젝트 미팅 때 직원들의 의견이 윗사람의 권위적 의견에 묻혀버리곤 해서, 그 후에는 이의 제기를 안 하다가 막판에 폭탄처럼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리더로서 유약한 모습보다는 지위에 맞는 권위가 필요하고, 주어진 권한과 권력을 잘 활용하여 조직을 운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권위적인 기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도 원활한 ‘소통’을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 권위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아래에 있는 경우, 권위 뒤에 숨지 말고 ‘소신’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밀그램의 실험은 권력에 반응하는 우리의 행동에 많은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이 실험에서 중요한 사항은 실험자가 책임을 지겠다는 메시지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450V 버튼을 누른 참가자들은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핑계를 댑니다. 권위의 우산아래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내 책임이 아니라고 회피하며 복종합니다. 부당함에 대한 인식과 수용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부당함을 몰랐다고 핑계를 댈 수는 있어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윗사람 핑계대지 않고, 나의 소신을 밝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지위나 권력대신 합리적인 권위를 갖고, 복종대신 존경을 받는 리더가 됩시다.

여러분이 일정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팀원이나 직원을 불러 질문을 해보십시오.
‘내가 우리 회사나 부서를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할 것 같나?’라고 물었을 때,
주저하거나 ‘없습니다.’ 라고 답을 하면,
정말 여러분이 훌륭해서 일까요? 아니면 권위적이어서 일까요?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이전에는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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