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30

칼럼 | 블랙베리, BMC, 델··· 주식 상장과 혁신 문화

Rob Enderle | CIO

지난 주 블랙베리가 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상장 철회를 발표해 BMC와 델(Dell)의 뒤를 따르게 됐다. 이런 기업들의 움직임은 기술 업계 전반에 만연한 한 인식과 관련 있다. 주식 상장이 회사의 정체를 야기한다는 인식이다.

필자 생각에 여기엔 3가지 이유가 있다. 분기별 실적에 대한 지나친 집착, 매니지먼트 팀을 억지로 끼워 맞춰 모으려는 경향, 그리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도한 돈 등이 그것이다.

물론 상장을 철회한다고 해서, 혹은 애초에 상장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만사 형통인 것은 아니다. 부유하고 힘 있는, 그러나 경험이 미숙한 투자자들과 무지막지한 벤처 캐피털 회사들은 한 회사를 실패의 길로 몰고 갈 수 있다. 또 견실한 재정 애널리스트를 무능한 펀딩 파트너(funding partner)와 맞바꾸는 행동은 자칫 프라이팬이 뜨겁다며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투자 파트너 선택은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 전문 CEO들은 이 사실을 안다. 하지만 미숙한 젊은 CEO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촉망 받던 신생 기업들 중 다수가 잘못된 펀딩으로 실패의 길을 걷는다.

주식 상장이 왜 혁신을 저해하는지, 앞서 서술한 3가지 이유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분기별 실적에만 치중하다 보면 혁신은 뒷전이고 이익만 좇게 된다
마크 허드(Mark Hurd)의 HP(Hewlett-Packard) 경영 사례가 이를 매우 잘 보여준다. 재무 분석가들은 실적을 개선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경영 방식을 매우 좋아하지만, 허드가 그런 실적을 올린 건 연구, 개발 지출을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엄청나게 비용을 절감시켰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HP는 당시 필자가 본 것 중 손에 꼽을 만큼 훌륭한 스마트워치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었지만 허드는 분기별 실적을 위해 이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HP의 ‘아이팟’이 될 수도 있었을지 모르는 제품이다. 그러나 허드는 애플과 같은 미래를 겨냥하는 대신 재무 분석가들의 만족이라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 물론, 그런 결정을 내리고 보너스도 받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들은 혁신에 어려움을 겪는다.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다. 주식상장 회사의 CEO는 혁신에 드는 비용과 분기별 실적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가능성이 희박한 ‘대박’ 상품 개발을 위해 큰 보너스를 포기할 CEO는 별로 없다.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은 바로 그런 면에서 세상의 관심을 모았다. 잡스는 그런 분기별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개념을 형성하는 데 주력해 ‘대박’ 제품들을 만들어냈다.

그는 시스템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 혁신을 이루어 내고 게다가 수익까지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다(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는). 그리고 그 외에 어떤 CEO도 이처럼 두 마리 토끼를 잡지는 못했다. 잡스는 애플의 주식 상장 사실을 잊기라도 한 듯 과감히 리스크를 감수했다.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책임전가’에 급급한 주식 상장 회사
상장을 하게 되면, 회사에서는 대게 인사 정책을 한 단계 강화한다. 직장 내 차별 관련 소송이나 해고 소송 등에 휩쓸리지 않도록, 그리고 노조와 직접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애쓰는 것이다. 이처럼 직원 관리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피하려는 태도와 직원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압박이 만나면 아주 바보 같은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관리자/직원 간 규칙, 강제 해고순위(forced rankings), 임금 평균화, 동료 평가(peer reviews) 등, 주식 상장을 하기 전에는 없었던 다양한 제도들이 생겨나면서 경영진은 직원들이 무엇을 하는가 보다는 얼마나 돈을 받아가는 가에만 집중하게 된다.

또 상장 전에는 함께 협력하며 생산성을 높여갔던 직원들도 서로를 경쟁상대로 보거나 서로에 대한 평가에 신경을 쓰게 된다. 신뢰와 창의성이라는 두 요소가 모두 곤두박질 치게 되고, 경영진은 이를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단순히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직원들은 솎아내고 가장 정치적이며 쓸모 없는 직원들을 선호하는 회사 정책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2013.09.30

칼럼 | 블랙베리, BMC, 델··· 주식 상장과 혁신 문화

Rob Enderle | CIO

지난 주 블랙베리가 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상장 철회를 발표해 BMC와 델(Dell)의 뒤를 따르게 됐다. 이런 기업들의 움직임은 기술 업계 전반에 만연한 한 인식과 관련 있다. 주식 상장이 회사의 정체를 야기한다는 인식이다.

필자 생각에 여기엔 3가지 이유가 있다. 분기별 실적에 대한 지나친 집착, 매니지먼트 팀을 억지로 끼워 맞춰 모으려는 경향, 그리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도한 돈 등이 그것이다.

물론 상장을 철회한다고 해서, 혹은 애초에 상장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만사 형통인 것은 아니다. 부유하고 힘 있는, 그러나 경험이 미숙한 투자자들과 무지막지한 벤처 캐피털 회사들은 한 회사를 실패의 길로 몰고 갈 수 있다. 또 견실한 재정 애널리스트를 무능한 펀딩 파트너(funding partner)와 맞바꾸는 행동은 자칫 프라이팬이 뜨겁다며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투자 파트너 선택은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 전문 CEO들은 이 사실을 안다. 하지만 미숙한 젊은 CEO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촉망 받던 신생 기업들 중 다수가 잘못된 펀딩으로 실패의 길을 걷는다.

주식 상장이 왜 혁신을 저해하는지, 앞서 서술한 3가지 이유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분기별 실적에만 치중하다 보면 혁신은 뒷전이고 이익만 좇게 된다
마크 허드(Mark Hurd)의 HP(Hewlett-Packard) 경영 사례가 이를 매우 잘 보여준다. 재무 분석가들은 실적을 개선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경영 방식을 매우 좋아하지만, 허드가 그런 실적을 올린 건 연구, 개발 지출을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엄청나게 비용을 절감시켰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HP는 당시 필자가 본 것 중 손에 꼽을 만큼 훌륭한 스마트워치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었지만 허드는 분기별 실적을 위해 이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HP의 ‘아이팟’이 될 수도 있었을지 모르는 제품이다. 그러나 허드는 애플과 같은 미래를 겨냥하는 대신 재무 분석가들의 만족이라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 물론, 그런 결정을 내리고 보너스도 받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들은 혁신에 어려움을 겪는다.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다. 주식상장 회사의 CEO는 혁신에 드는 비용과 분기별 실적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가능성이 희박한 ‘대박’ 상품 개발을 위해 큰 보너스를 포기할 CEO는 별로 없다.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은 바로 그런 면에서 세상의 관심을 모았다. 잡스는 그런 분기별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개념을 형성하는 데 주력해 ‘대박’ 제품들을 만들어냈다.

그는 시스템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 혁신을 이루어 내고 게다가 수익까지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다(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는). 그리고 그 외에 어떤 CEO도 이처럼 두 마리 토끼를 잡지는 못했다. 잡스는 애플의 주식 상장 사실을 잊기라도 한 듯 과감히 리스크를 감수했다.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책임전가’에 급급한 주식 상장 회사
상장을 하게 되면, 회사에서는 대게 인사 정책을 한 단계 강화한다. 직장 내 차별 관련 소송이나 해고 소송 등에 휩쓸리지 않도록, 그리고 노조와 직접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애쓰는 것이다. 이처럼 직원 관리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피하려는 태도와 직원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압박이 만나면 아주 바보 같은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관리자/직원 간 규칙, 강제 해고순위(forced rankings), 임금 평균화, 동료 평가(peer reviews) 등, 주식 상장을 하기 전에는 없었던 다양한 제도들이 생겨나면서 경영진은 직원들이 무엇을 하는가 보다는 얼마나 돈을 받아가는 가에만 집중하게 된다.

또 상장 전에는 함께 협력하며 생산성을 높여갔던 직원들도 서로를 경쟁상대로 보거나 서로에 대한 평가에 신경을 쓰게 된다. 신뢰와 창의성이라는 두 요소가 모두 곤두박질 치게 되고, 경영진은 이를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단순히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직원들은 솎아내고 가장 정치적이며 쓸모 없는 직원들을 선호하는 회사 정책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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