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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9 정철환   |  CIO KR
먼저 솔직히 고백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요즘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의 제목을 드라마의 제목에서 따왔다는 것에 대해 독자 분들의 용서를 구한다. 1998년은 대한민국이 IMF라는 초유의 사태로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처음으로 혹독한 환경을 경험 했던 해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IMF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IMF 시기는 여러 면에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필자가 이런 변화에 대해 논하지 않아도 독자 분들도 모두 잘 아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1998년은 IT 분야에서도 기억할 만한 해이다. 미국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한 닷컴 열풍이 국내에도 본격적인 닷컴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로 전해지기 시작할 무렵이 아닌가 한다. 필자 기억에도 ‘새롬기술’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신화를 쓰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 다시는 1997년 IMF 사태와 같은 일은 없어야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1998년에서 2000년까지 IT 분야에 불었던 창업과 도전, 그리고 성공스토리는 다시 한번 돌아와 주기 바란다.

2013년은 경제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아직 해가 저문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달인 12월이니까 올 한 해를 되돌아 볼 만한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나 IT 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에게는 참으로 추운 한 해가 아니었나 한다. 이미 성장 정체기였던 PC 시장도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하고 승승장구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던 스마트폰 시장도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다고 한다. 그리고 기업의 IT 투자는 꽁꽁 얼어붙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솔루션 기업들의 영업 실적은 년 초 계획 대비 많은 차질이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공공 시장에서 부는 훈풍은 대기업 참여 규제로 중소기업들에게는 소중한 생명줄이 되었다. 이렇게 힘들게 보낸 2013년 보다 앞으로 밝을 2014년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많은 사람들이 2014년에도 올해와 같은 어려운 상황이 급격히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 건너 미국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세상의 주목을 모았던 페이스북의 IPO가 2012년 5월에 있었고 최근에는 SNS의 양대 산맥 중의 하나인 트위터의 IPO가 있었다. 한때 애플의 시가총액이 미국 최대 가치 기업인 엑손 모빌을 뛰어넘기도 했다. 또한 여러 벤처기업들의 인수합병 소식을 통해 창업 몇 년 만에 수천억의 가치로 인수되었던 기업들의 소식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의 나스닥 증시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4,000선을 넘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접할 수 있었다. 다시금 벤처에 대한 붐이 일어나면서 심지어 버블 경고까지 다시 등장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생산 기업인 국내의 한 기업을 제외하면 IT 분야에서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할 만한 기업이 어디 있을까? 최근 업종 분리를 한 최대 포털 업체의 경우도 좋은 시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1998년에 일었던 IT 분야의 활기를 찾기 어렵다. 물론 당시 닷컴 버블로 인해 수 많은 부정적인 현상들도 있었으며 뒤에 주가가 곤두박질 하면서 재정적으로 큰 손해를 입은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1998년은 IT 분야에 최고의 시기였으며 이후 몇 년간 IT 분야에 유입된 수 많은 인재들이 오늘날까지도 대한민국의 IT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무엇이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까? 되돌아보면 당시에는 윈도우를 기반으로 한 PC의 성장이 최고조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 등장한 인터넷과 웹 기술은 컴퓨팅 패러다임에 혁신을 가져오면서 수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사업화 되는 시기였다. 오늘날의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과 모바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유사하다. 다른 점은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이공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다. 1990년대에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속되어 온 이공계에 대한 우대 정책과 국민들의 이공계에 대한 선호가 높았으나 IMF 이후 평생직장의 신화가 사라지면서 월급쟁이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이 형성되고 사회의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안정적인 측면에서는 공무원, 고소득의 측면에서는 의사, 변호사가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스마트폰 열풍에 모바일 혁명기에도 이를 뒷받침 할 우수한 인력이 국내 IT 분야에는 많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점은 당시에는 웹의 초창기 분야였기 때문에 글로벌 서비스가 아직까지는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국내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이미 국내에서도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SNS 시장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애플 및 구글의 앱스토어를 통해 수 많은 글로벌 서비스가 론칭과 동시에 국내 시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국내의 벤처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점유하기도 쉽지 않지만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들자면 사회적인 분위기의 차이도 있다. 비록 당시는 IMF 이후 힘든 시기였으나 고난을 극복하자는 국민적인 의지가 분명했고 할 수 있다는 의욕도 강했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오늘의 사회는 분열과 갈등이 지배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과대한 부채에 눌려 의욕을 고취할 동기가 미약하다. 벤처기업의 활성화는 위험을 감수하는 창업자가 있어야 하고 이런 창업자를 믿고 함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삶의 고난이 지배하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는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

솔직히 1998년의 IT 전성기가 2014년에 모바일과 SNS, 빅 데이터 및 클라우드, 오픈소스 등 최근 IT의 화두를 기반으로 국내에도 다시 왔으면 하는 바램으로 제목을 정해봤지만 필자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젊은이들은 용기를 가지고 도전을 해야 하고 IT 서비스를 구상할 때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준비해야 하고 우수한 인재들은 이공계를 선택해 미래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역량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드라마를 통해 1994년 대학생들의 생활을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지만 말고 1998년 대한민국 IT 시장의 영광을 생각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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