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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진해운 정은조 상무가 말하는 ‘CIO의 미덕’

2011.09.06 천신응  |  CIO KR
“편하게 인터뷰합시다. 프로젝트 같은 거 이야기하면 자꾸 부풀리게 되어서 영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웃지 않겠어요?”

한진해운 정은조 상무의 첫인상은 ‘소탈함’과 ‘솔직함’이었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말에 농담과 웃음을 섞어가며 대화를 이끌어갔다. 상대방 마음의 벽을 허물어뜨리는 내공이 인터뷰 내내 묻어났다.

“사실 인터뷰를 그리 기꺼워하지 않습니다. 인터뷰들 보면 미디어에 나올 때 이야기가 많이 달라지곤 하더군요. 다른 CIO 인터뷰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CIO나 업체의 포장이 들어갔을 수도, 인터뷰어의 각색이 들어갔을 수도 있겠죠. 좀더 솔직할 수는 없을까요?”

그는 개인적으로 부풀리고 포장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속사정 뻔히 아는 내부 관계자나 업계 지인들이 보면 오히려 우습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고백(?)은 줄곧 이어졌다.

“훌륭한 CIO들도 많지만, CIO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고의였든 아니었든 간에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다른 임원들이 안 믿습니다. 다 된다고 해놓고 안 되는 사태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이유야 물론 많습니다. 그렇지만 CIO가 그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CEO, CFO가 어떤 사람들인데 그걸 모르겠습니까? 다 압니다.”

CIO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CIO로부터 나온다면 그야말로 바람직할 터. 반가웠다. 좀더 자세히 물어봤다.

“최근에는 좀 나아지긴 했습니다만, 과거에는 ROI, ROA 따지지 않고 트렌드라는 이유만으로 밀어붙이는 사례가 흔했습니다. 이해는 갑니다. 정량화하기 어려운 지표와 효과들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되면 CEO와 CFO가 도장은 찍어줄지언정 ROI를 확인하려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구체적인 밸류를 가져다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불신이 높아지는 겁니다. CIO들이 C레벨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정은조 상무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돌 맞을지도 모르겠다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줄곧 풀어나갔다. CIO가 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는 그였기에, 항공대를 졸업해 선박과 항공기 정비 등등의 CIO로서는 이색 경력을 가진 그였기에 이런 부분을 기꺼이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공기 정비, 구축함 사업, 선박 레이더 담당이라는 이색 경력
사실 정은조 상무의 경력은 여타 기업의 CIO들과는 많이 다르다. 대학교에서 항공 통신 분야를 전공하고 대한항공에서 항공기 정비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항공의 KFX 사업에 지원했지만 사업 지연으로 구축함 사업에 투입됐다. 이 때 선박과 선박의 전자기기에 대해 알게 됐다. 이 후 선반 관리와 정비 업무를 위해 한진해운으로 이직했다. 한진해운이 신생기업이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선박 전자장비를 정비하고 팀을 관리하며 13년을 근무했습니다. 전자장비와 관련이 있기는 했지만 CIO나 기업 내 IT부서와는 거리가 먼 작업이었습니다. CIO가 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던 셈입니다.”

그러던 그가 IT 분야에 발을 담그게 된 데에는 ‘준비’와 ‘우연’이 모두 작용했다. 한진해운 내 부서당 PC가 두 대씩 있던 시절, PC를 사용할 줄 아는 희소한 인력이었기에 회의 자료 등을 정리하다가 많은 정보와 흐름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멘토들로부터 꼼꼼한 정리법을 전수받았던 그는 또 인터넷을 통해 관심 있는 정보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곤 했다.

그 중 하나가 밀레니엄 버그였다. 밀레니엄 버그 관련 자료를 상세히 정리해놨던 그는 한 임원의 지시로 이를 제출했다. 순식간에 밀레니엄 버그 담당 팀장이 됐다. 그렇게 IT와 연관을 맺어가다 회사의 이커머스 파트가 생기자 파트장에 자원했다. 본격적으로 IT가 생업이 된 순간이었다.

“겁이 없었습니다. 기획력이 생기고 기안 잘한다는 칭찬도 받고 정보도 많이 얻었습니다. 선박 정비에 한계를 느끼던 시점이라 더욱 다른 일이 하고 싶었습니다. 넷스케이프를 처음 쓰면서 인터넷과 IT 가능성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마도 겁없이 자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듯 합니다.”

CIO의 필요충분조건
말이야 쉽지만 그게 어디 쉬웠을까? 거대그룹인 한진그룹 산하의 기업에서 IT로 업종을 변경하고 IT를 총괄하는 자리까지 올라간다는 것은 분명 뚜렷한 강점이 있었을 터. 좀더 보따리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정은조 상무는 크게 3가지를 언급했다.

“제 강점이라기보다는 제가 강조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태도’를 많이 이야기합니다. 프로페셔널이라면 꼭 갖춰야하는 덕목이라고 봅니다. 머리가 좋아도 능력이 출중해도 태도가 좋지 않으면 같이 일할 수 없습니다. IT 직원들에게 꼭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그는 또 자신의 성격에 대해 ‘헬프형’이라고 묘사하며 남들이 부탁하면 이익계산 잘 못하고 잘 거절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아내로부터는 핀잔도 자주 받는다고 그는 웃었다..

정은조 상무가 두 번째로 언급한 것은 ‘준비’와 ‘정리’였다. 모든 기사와 회의록, 업무관련자료를 꼼꼼히 정리하던 선배로부터 배운 덕목이었다.

“상사가 뭘 지시하면 그건 대부분 급한 겁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미리 준비해놓는 습관을 만들어놓으면 지시 받은 지 10분 만에 제출할 수 있습니다. 상사가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죠. 제가 임원이 된 후 보니 그렇게 움직여주는 직원들이 참으로 고맙더군요. 상사로서 지시하기는 했지만 독촉하거나 채근하기란 여전히 꺼려지는 일이기 마련입니다.”

그는 ‘건강관리’와 ‘후임 육성’도 같은 맥락이라고 언급했다. 먼저 기술과 비즈니스, 조직을 모두 알아야 하는 CIO의 업무 속성상 후계자 육성을 꼭 대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자신 없이도 업무에 차질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CIO의 필수 업무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자기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월급쟁이는 계란 한 판 까먹기라고 한 선배가 입사 후 1년 시점에서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보니 아파서 그만두는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건강하게 다니는 것도 큰 미덕입니다. 체력 단련을 30분씩 하고 묵상과 독서에도 30분씩 투자하고 있습니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즐겁게 웃는 것도 어쩌면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은조 상무는 이와 함께 ‘용어 문제’와 ‘비즈니스 이해’를 언급했다. 통합하면 커뮤니케이션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전문용어를 최대한 적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처음 IT 업무를 맡고 나서 한 달 동안 회의를 당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콘덴싱’이라는 용어를 전자공학 전공자와 기계공학 전공자는 다르게 씁니다. 또 같은 약자지만 다른 의미인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임원들 및 현업 관계자와의 대화에서는 가능하면 풀어쓰고 쉽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합니다. 몰라서 안쓰는 측면도 물론 있죠(정은조 상무와의 질답은 늘 이런 식으로 농담조로 마무리되곤 했다).”

그는 한진해운에는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조를 위해 BA라는 직책이 있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아키텍처 파트에 8명, 현업에 18명이 맡고 있는 BA(Business Analyst)는 현업 부서의 업무와 프로세서를 파악해서 IT 시스템으로 반영하는 사람들이다.

“예전에는 전부 사람들이 뛰어나니며 자료 등을 공유해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이 쉬웠던 듯 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서로 데이터를 넣고 자료를 받아보니까 오히려 서로를 모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와 IT 시스템의 로직을 누군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시스템들이 점점 더 고도화되고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업무입니다. 비즈니스를 모르는 IT는 그냥 날코딩과 같다고 봅니다.”

CIO로서 정은조 상무의 희망은 이와 맞닿아 있었다. IT가 핵심조직이기 어려운 기업이다보니 IT부서의 비전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보일 여지가 있다고 그는 언급했다. IT가 비즈니스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그러한 전문 역량이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경영 환경을 예측하고 분석하고, 또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IT 부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진해운에 필요한 IT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싶기도 하고요. 임원의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는 IT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현재도 부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솔직히 입맛에 맞는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전사적으로 IT와 비즈니스를 모두 이해하는, 그러면서도 창의력 있는 인재들이 모여야만 가능한 작업이라고 봅니다. 계란이 몇 알이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IT부서 직원들에게도 자긍심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는 웃음과 함께 덧붙엿다. “아! 빨리 그만두고 40일간의 800km 스페인 도보 일주도 하고 싶네요. 대학 시절 200km 도보 여행도 참 재미있었는데, 800km 여행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정은조 상무와의 일문일답


  Q SNS는 얼마나 활용하는가?

카카오톡은 딸 때문에 쓴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잘 관리하지 않는다. 일상을 공유한다는 것은 기업 기밀 누출의 위험이 있다. 또 보안 문제와 관련해 솔선수범하려면 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무래도 SNS를 통해 맬웨어의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며, 프리웨어 등의 저작권 관련 이슈도 발생하기 쉬워서다. 다른 임원들에게도 쓰려면 개인 기기를 활용하라고 권고하는 편이다.

  Q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여행과 운동을 아주 좋아한다. 운동 중에서는 등산과 달리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골프는 안치면 대화에 낄 수가 없어서 조금 쳤다. 최고 기록은 85타 정도다. 이 밖에 카톨릭 신앙이 있어서 묵상과 명상을 즐기는 편이다.

  Q 직원들과의 관계는 어떤 편인가?

딸이 28살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직원들 보면 사실 딸 생각이 많이 난다. 그로 인해 더 엄격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조직 내 평가를 해보면 편하게 해주는 것과 관련된 항목에서는 점수가 잘 나오는 듯 하다. 애석하게도 평균 점수는 그리 높지 않다.

* 정은조 상무는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삼성항공을 거쳐 1987년 한진해운에 합류했다. 2004년부터 IT기획팀장/상무를 맡아 CIO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업무 외에는 배낭 매고 이어폰 꽂고 40일 간 800km 거리의 스페인 일주 프로그램을 완주하는 것이 꿈이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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