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7

칼럼 | 애플, IBM처럼 오래 갈 수 있을까?

Rob Enderle | CIO
필자는 오랫동안 IBM을 연구했다. IBM은 창업 후 50년을 넘긴 몇 안 되는 IT기업 중 한 곳이며 창업 100년이 되어가는 유일한 IT기업이다. 그래서 유심히 들여다 볼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이기는 하다.

1990년대 주요 IT기업들을 생각해보자. SGI, 넷스케이프, AOL, 컴퓨서브, 노벨, 마이크로소프트,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반얀(Banyan), 디지털(Digital), 컴팩(Compaq)을 비롯한 당대의 대표적인 IT기업들은 대부분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지 못하고 침체일로를 걷거나 이미 우리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대부분의 IT기업은 10년 이상 살아남지 못한다. 기업이 오랫동안 살아남지 못하도록 하는 의도적인 개입 요소들 때문이다. 강제배분평가제도(forced ranking), 분기별 실적에 대한 집착, 최고경영자와 일선 직원간의 과도한 임금격차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회사의 영속적인 성장을 원했지만 실제로 이전과 같은 성장은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IT업계의 변화무쌍함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IBM의 구상, 가족주의적 기업
IBM은 가족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회사였다. 단순히 왓슨 일가와 2대에 걸친 토마스 일가가 70년간 회사의 경영을 진두 지휘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업이긴 하지만 가족이나 종교단체와 비슷하게 기업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종교의 경우 이러한 기업들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독특한 유니폼, 악수, 언어, 인사 등을 통해 서로에게 일원이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또한 종신고용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퇴직 이후에도 직원들을 보살펴 준다.

스티브 잡스는 IBM의 이러한 기업문화를 부러워했다. 1970년대 IBM이 호황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회사의 직원들은 엄격한 내부 규정에 따라 어두운 색상의 정장에 흰색 셔츠와 보수적인 느낌을 주는 넥타이를 받쳐 입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바깥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기술 용어를 공유했다. 직원들은 IBM을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했고 급여의 대부분을 현금이 아닌 복지혜택이나 주식의 형태로 받았다. IBM의 직원을 스카우트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인력 유출도 없었다. 심지어는 배워서 불러야 하는 IBM만의 노래도 있었다.

이따금 IBM의 선대 경영자였던 아버지 왓슨(Watson Sr.)은 일선 직원들을 만나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물어보곤 했다. 다만 그 직원의 대답이 시원치 않을 경우 그 직원과 직속상관은 큰 고초를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진과 일선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사내 행사에서 만나게 되어 상하간 유대감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회사를 가족과 같이 여기게 되었다.

물질주의 사회
그러다가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주식은 봉급으로 바뀌었고 연금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었다. 최고경영자들에게는 엄청난 보수가 주어졌고 일선직원들과의 유대감도 없어졌으며 마치 일반 기업의 우두머리처럼 대우 받았다.

예산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기업 내 행사의 규모도 축소되었다. 강제배분평가제도(forced ranking)로 인해 직원간의 위화감은 나날이 커져갔고 연봉을 더 차지하기 위한 경쟁자로 서로를 인식하게 되었다.

관리자들은 조직에 해를 끼치지 않고 쉽게 해고할 수 있다는 이유로 능력이 없는 직원도 고용했다. 이로 인해 생산성과 효율성, 그리고 직원 사기의 저하가 나타났다.

오늘날의 직원들은 기업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하다. 이게 직원 탓일까? 사실 충성심 부족의 원인은 회사 정책에 있다. 최고경영자들은 기업의 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이유로 단기수익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고 지속성장을 통해 자신들과 직원들의 연금혜택을 보장해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상당수의 최고경영자는 재직 중인 기업을 떠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해당 기업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지속적 발전보다는 재임 중 주가 상승에 초점을 둔다. 그래야 후임자가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노력 덕택에 애플은 빚을 청산하고 웬만한 경영 악재에도 대응할 수 있는 현금보유량을 갖춘 회사가 되었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애플의 팀 쿡 CEO로 인해 현금 보유량의 대부분과 자선단체 후원금, 배당금은 없어 질 것이고, 직원들의 소득도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다. 또 스티브 잡스가 심혈을 기울여 뽑았던 인재들을 잃게 되고, 회사는 수십억 달러의 채무를 지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애플 이사회는 이러한 문제가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주가를 올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지난 10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쿡은 HP의 마크 허드와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로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팀 쿡 대신 다른 이가 CEO로 일했더라도 팀 쿡과 마찬가지로 회사경영을 침체일로로 몰아 갔을 수 있다.

또 다른 토마스 왓슨 주니어나 스티브 잡스나 나타나지 않으면 더 이상 10년은 물론이고 100년을 지속하는 IT기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 날의 IT기업들은 안타깝게도 설립 시점부터 쇠락이 예견돼 있는 셈이다.


*Rob Enderle은 엔덜 그룹(Enderle Group)의 대표이자 수석 애널리스트다. 그는 포레스터리서치와 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a Information Group)의 선임 연구원이었으며 그전에는 IBM에서 내부 감사, 경쟁력 분석, 마케팅, 재무, 보안 등의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신기술, 보안, 리눅스 등에 대해 전문 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ciokr@idg.co.kr



2013.05.07

칼럼 | 애플, IBM처럼 오래 갈 수 있을까?

Rob Enderle | CIO
필자는 오랫동안 IBM을 연구했다. IBM은 창업 후 50년을 넘긴 몇 안 되는 IT기업 중 한 곳이며 창업 100년이 되어가는 유일한 IT기업이다. 그래서 유심히 들여다 볼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이기는 하다.

1990년대 주요 IT기업들을 생각해보자. SGI, 넷스케이프, AOL, 컴퓨서브, 노벨, 마이크로소프트,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반얀(Banyan), 디지털(Digital), 컴팩(Compaq)을 비롯한 당대의 대표적인 IT기업들은 대부분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지 못하고 침체일로를 걷거나 이미 우리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대부분의 IT기업은 10년 이상 살아남지 못한다. 기업이 오랫동안 살아남지 못하도록 하는 의도적인 개입 요소들 때문이다. 강제배분평가제도(forced ranking), 분기별 실적에 대한 집착, 최고경영자와 일선 직원간의 과도한 임금격차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회사의 영속적인 성장을 원했지만 실제로 이전과 같은 성장은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IT업계의 변화무쌍함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IBM의 구상, 가족주의적 기업
IBM은 가족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회사였다. 단순히 왓슨 일가와 2대에 걸친 토마스 일가가 70년간 회사의 경영을 진두 지휘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업이긴 하지만 가족이나 종교단체와 비슷하게 기업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종교의 경우 이러한 기업들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독특한 유니폼, 악수, 언어, 인사 등을 통해 서로에게 일원이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또한 종신고용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퇴직 이후에도 직원들을 보살펴 준다.

스티브 잡스는 IBM의 이러한 기업문화를 부러워했다. 1970년대 IBM이 호황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회사의 직원들은 엄격한 내부 규정에 따라 어두운 색상의 정장에 흰색 셔츠와 보수적인 느낌을 주는 넥타이를 받쳐 입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바깥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기술 용어를 공유했다. 직원들은 IBM을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했고 급여의 대부분을 현금이 아닌 복지혜택이나 주식의 형태로 받았다. IBM의 직원을 스카우트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인력 유출도 없었다. 심지어는 배워서 불러야 하는 IBM만의 노래도 있었다.

이따금 IBM의 선대 경영자였던 아버지 왓슨(Watson Sr.)은 일선 직원들을 만나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물어보곤 했다. 다만 그 직원의 대답이 시원치 않을 경우 그 직원과 직속상관은 큰 고초를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진과 일선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사내 행사에서 만나게 되어 상하간 유대감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회사를 가족과 같이 여기게 되었다.

물질주의 사회
그러다가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주식은 봉급으로 바뀌었고 연금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었다. 최고경영자들에게는 엄청난 보수가 주어졌고 일선직원들과의 유대감도 없어졌으며 마치 일반 기업의 우두머리처럼 대우 받았다.

예산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기업 내 행사의 규모도 축소되었다. 강제배분평가제도(forced ranking)로 인해 직원간의 위화감은 나날이 커져갔고 연봉을 더 차지하기 위한 경쟁자로 서로를 인식하게 되었다.

관리자들은 조직에 해를 끼치지 않고 쉽게 해고할 수 있다는 이유로 능력이 없는 직원도 고용했다. 이로 인해 생산성과 효율성, 그리고 직원 사기의 저하가 나타났다.

오늘날의 직원들은 기업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하다. 이게 직원 탓일까? 사실 충성심 부족의 원인은 회사 정책에 있다. 최고경영자들은 기업의 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이유로 단기수익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고 지속성장을 통해 자신들과 직원들의 연금혜택을 보장해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상당수의 최고경영자는 재직 중인 기업을 떠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해당 기업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지속적 발전보다는 재임 중 주가 상승에 초점을 둔다. 그래야 후임자가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노력 덕택에 애플은 빚을 청산하고 웬만한 경영 악재에도 대응할 수 있는 현금보유량을 갖춘 회사가 되었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애플의 팀 쿡 CEO로 인해 현금 보유량의 대부분과 자선단체 후원금, 배당금은 없어 질 것이고, 직원들의 소득도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다. 또 스티브 잡스가 심혈을 기울여 뽑았던 인재들을 잃게 되고, 회사는 수십억 달러의 채무를 지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애플 이사회는 이러한 문제가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주가를 올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지난 10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쿡은 HP의 마크 허드와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로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팀 쿡 대신 다른 이가 CEO로 일했더라도 팀 쿡과 마찬가지로 회사경영을 침체일로로 몰아 갔을 수 있다.

또 다른 토마스 왓슨 주니어나 스티브 잡스나 나타나지 않으면 더 이상 10년은 물론이고 100년을 지속하는 IT기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 날의 IT기업들은 안타깝게도 설립 시점부터 쇠락이 예견돼 있는 셈이다.


*Rob Enderle은 엔덜 그룹(Enderle Group)의 대표이자 수석 애널리스트다. 그는 포레스터리서치와 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a Information Group)의 선임 연구원이었으며 그전에는 IBM에서 내부 감사, 경쟁력 분석, 마케팅, 재무, 보안 등의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신기술, 보안, 리눅스 등에 대해 전문 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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